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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tter in New Town Nov 15. 2022

헤드스페이스 역기획, 사용자를 스며들게 하는 프로덕트

(이전 글)

국내외 명상 시장의 성장배경에 대하여

명상 앱 헤드스페이스 분석하고 이해하기



이번 글은 위의 포스팅에 적어둔 내용을 역기획 형식으로 요약정리하고 개선안을 제시한 글입니다.




헤드스페이스란?

가이드형 명상 콘텐츠를 제공하는 구독형 모바일 앱.



헤드스페이스의 비전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의 건강과 행복을 증진시킨다.



헤드스페이스의 수익구조

1. 구독형 모바일 앱에서 가이드형 명상 콘텐츠 제공 (B2C)
2. 회사 및 단체 등과 비즈니스 계약  (B2B)
3. Ginger 합병 이후 각종 심리치료 및 코칭 제공



헤드스페이스가 해결하는 문제

명상 초보/입문자가 명상을 일상 습관화하는 과정에서 마주칠 수 있는 장벽을 해소함으로써 명상의 효능을 온전히 누리게 한다.



헤드스페이스의 전략

첫째, 명상 입문자/초보자들을 집중적으로 공략, 다가가기 쉬운 앱을 제공하는 데에 힘썼다. 창립자인 앤디 푸디콤은 TED Talk, Netflix 등의 미디어 접점을 통해 '하루에 단 10분'이라는 단어를 자주 강조하며 명상을 낯설어하는 이들의 진입 장벽을 허물기 위해 노력했다.

둘째, 작년 멘탈 헬스케어 기업인 Ginger와 합병하며 명상과 더불어 의료적 도움을 제공하는 행보를 보였다.

셋째, 합병을 진행하며 정신과 의사가 명상을 치료 수단으로 처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혁신을 꿰했으나 FDA 승인을 받지 못한 채로 잠정 중지되었다. 비록 공식 처방화 하지는 못했지만 의사가 명상 앱을 추천하고 보험 회사로부터 그 구독료를 보상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점진적 의료개혁을 계획하고 있다.






헤드스페이스는 초보자도 다가가기 쉬운 '한 입 거리' 콘텐츠로 잘 알려져 있다. 모든 콘텐츠에 오디오 가이드가 함께 하기에 경험이 없는 사용자도 편하게 접근할 수 있고 각 콘텐츠는 짧게는 1-15분 정도의 짧은 시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콘텐츠당 시간이 짧은 대신 이어지는 교훈을 가진 콘텐츠를 코스 형식으로 묶어 길라잡이 역할을 해주는데 명상, 수면, 집중 등 다양한 카테고리에서 폭넓은 주제를 다루는 코스들이 마련되어 있어 사용자의 니즈와 취향에 맞추어 선택할 수 있다.

내가 역기획해본 헤드스페이스의 의도는 바로 '사용자 스며들게 하기'이다. 명상을 특정 지역 혹은 종교에서만 수행되는 혹은 시작하기 매우 어려운 활동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가진 장벽을 깨부수려는 노력의 흔적이 곳곳에 보인다.


헤드스페이스만의 차별점 중 하나로 끈질긴 연구 정신을 들 수 있는데 헤드스페이스는 2015년에만 65개의 관련 리서치를 시행했다고 한다. 하버드 대학교나 UK’s National Healthcare Service와 같은 공신력 있는 기관들과 협업하며 꾸준히 명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정신건강학적 이점을 테스트하고 입증하고 있다.


그래서 헤드스페이스는 '건강한 정신으로 향하는 방법은 우리가 해킹해두었으니 사용자는 따라오기만 하면 된다'라고 앱 전체에서 소리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운동도 식이요법도 꾸준히 해야 효과가 있는 것처럼 명상도 일상 속 습관이 되지 않으면 그 효과를 제대로 누릴 수 없다. 그래서 헤드스페이스는 연속 기록(streak)과 명상에 참여한 전체 시간 통계를 제공하는 등의 기능을 활용하여 잦은 빈도의 재방문을 격려하고 있는 것이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방문과 이탈의 개념을 떠나서 앱이 사용자 일상의 일부가 되는, 즉 사용자들을 헤드스페이스에 스며들게끔 하는 것이 궁극적 방향인 셈이다.






그리고 난 이 '일상 속에 스며들게 하기' 작전을 위해 고안되었을 것이라 추정되는 기능 중 하나에서 개선 포인트를 찾았다. 바로 랜딩 페이지에 자동 추천되는 콘텐츠 리스트이다. 아래의 이미지에서 확인할 수 있듯 Start your day, Your afternoon lift, At night 이렇게 세 가지의 굵직한 분류 1-4개의 콘텐츠가 자동 추천되어있다. 추천되는 콘텐츠의 종류와 개수는 날마다 바뀌지만 그들을 아침, 점심, 저녁 시간대로 분류해 놓은 점은 매일 똑같다. 사용자들이 일상 속에서 헤드스페이스 앱을 열어보는 것을 습관화하고 그것에 스며들게 하여 온전히 명상의 효능을 누리게 하려는 의도가 보이는 부분이다. 또한 이렇게 맞춤형으로 짜인 코스는 마치 밀키트처럼 생각할 필요 없이 따라가기만 하면 되는 형식이라 입문자들에게 친절한 방식이기도 하다.

헤드스페이스 랜딩페이지 (재방문 고객)


여기서 내가 포착한 페인 포인트는 바로 콘텐츠의 개수와 그 총길이가 너무 길다는 점이다. 위의 스크린 샷 속의 콘텐츠를 최소 시간 기준으로 합산해 보면 총 6개 콘텐츠, 32분이다. 헤드스페이스의 궁극적 희망대로 해당 사용자가 이미 헤드스페이스에 스며드는 것에 성공하였고 습관화되었다면 이는 큰 무리가 아닐지도 모른다. 1분짜리 콘텐츠는 체크리스트와 같다고 봐도 무방하니. 그러나 스며들기 단계에 아직 들어서지 못한 사용자들에게는 조금 벅찬 아젠다가 될 수 있다. 하루에 6번 앱을 재방문하고 총 32분을 투자해야 한다는 것은 분명 부담으로 다가갈 수 있는 부분이다.


다른 사용자들의 의견을 물어보니 모두에게 저런 많고 긴 분량이 할당되는 것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앱을 갓 설치한 초기 이용자에게는 총길이 약 십분 정도의 콘텐츠만 추천되었다고 한다. 나는 헤드스페이스를 약 10개월 간 이용한 유저이고 위의 스크린 샷은 내 앱에서 직접 촬영된 사진이다. 정확히 어떤 알고리즘으로 추천이 이루어지는지는 모르지만 사용자의 숙련도에 따라 어느 정도의 차등이 있음은 확실하다.


하지만 여전히 문제는 그대로이다. 나는 10개월 동안 앱을 보유했지만 사실 나의 사용량은 매우 들쭉날쭉하다. 1주일 내내 연속 기록을 유지하며 명상을 하는 때도 있지만 2주 넘게 쳐다도 안 본 적도 있었다. 현실적으로 나에게 32분에 걸친 6개의 콘텐츠는 매우 큰 장벽이며 그것을 장벽이 아닌 일상으로 느끼는 경지에 오르려면 꽤나 긴 수련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결론적으로 헤드스페이스가 가늠한 나의 숙련도는 빗나갔으며 그를 토대로 큐레이팅 된 랜딩 페이지는 나에게 적합하지 않았다.


단순히 개수와 길이의 문제만도 아니다. 위의 스크린 샷은 오후 8시 37분에 찍은 것인데 아침에 이용하면 좋은 콘텐츠들(Start your day)부터 시작되고 있다. 오후 8시 37분이라면 하루를 정리하는 명상이나 긴장을 풀어주는 명상이 좋을 듯한데 아침 관련 콘텐츠로 앱 전면이 낭비되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개선해야 할까?


랜딩 페이지는 사용자를 제일 먼저 맞이하는 첫인상이다. 이미 구독 중인 재방문 고객이라 하여 그 중요성이 떨어지진 않는다. 떨어지긴커녕 구독자를 유지하고 헤드스페이스가 원하는 방향으로의 사용성을 유도하기 위해선 그 역할이 매우 막중하다.


기존의 큐레이팅은 너무 많고, 너무 길고, 너무 무관했다. 작지만 효과적인 큐레이팅으로 사용자를 맞이해야 한다. 제일 먼저 눈에 띄어야 할 콘텐츠로 다음 두 가지를 생각해보았다.


1. 사용자가 현재 참여 중인 코스 노출 (없을 시 가장 최근 본 콘텐츠의 후속 편 혹은 그에 어울리는 콘텐츠)

2. 정확한 접속 시간대에 맞춘 추천 콘텐츠 제공


첫 번째 아이디어에 대한 부연설명을 해보자면 앞서 언급하였듯 헤드스페이스는 코스 형식의 콘텐츠를 제공한다. 몇몇 싱글 콘텐츠가 존재하긴 하지만 '스트레스 관리', '감사한 마음 갖기' 등 유저의 니즈를 채워줄 만한 코스들 아래에 시리즈 형식으로 짧은 콘텐츠가 나열되어 있다. 마치 넷플릭스 시리즈 한 시즌에 여러 개의 에피소드가 들어있는 모습과 닮아있다. 하나의 코스는 짧게는 며칠, 길게는 한 달까지 이어질 수 있는데 헤드스페이스의 궁극적 방향에 맞추어가자면 그들의 코스 완료율은 매우 중요한 지표일 것이다.


나는 현재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한 달짜리 코스를 듣고 있는데 나의 진행상황 혹은 이번 차례에 들어야 할 콘텐츠가 랜딩 페이지에 노출되지 않아 아쉬웠다. 내가 현재 듣고 있는 코스를 찾으려면 다른 탭을 클릭하여 진입해야 한다. 넷플릭스는 켜자마자 보다만 에피소드를 제일 앞에 보여준다. 또한 내가 보고 있는 시리즈에 새로운 회차가 업데이트되면 귀신같이 제일 앞줄에 세워준다.


두 번째 아이디어는 시간대와 무관한 콘텐츠들이 화면 공간을 차지한 것이 아쉬웠다는 점에서 착안하였다. 오후 접속자를 기준으로 아침 콘텐츠인 Start your day만 생략하더라도 큰 변화를 줄 수 있을 것이라 보인다. 아침, 점심, 저녁을 기준으로 한 가지 시간대에만 집중하여 해당 시간대에 어울리는 콘텐츠 2-4개를 추려 메인에 노출한다면 유저의 취향에 한 층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어떻게 변화를 검증할까?


모든 변화는 테스트하고 검증되어야 한다. 프로덕트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우린 항상 직관(Product sense)과 편향(Bias) 사이의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에겐 너무나 당연한 개선 제안이 누군가에겐 별 효용 없는 혹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키는 제안일 수 있기 때문이다.


테스트에 앞서기 전 확인해야 할 사항은 현재 기존의 랜딩 페이지에서 자동 추천되는 콘텐츠를 이용하는 사용자가 얼마큼인지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외부인인 나는 그 데이터에 대한 접근권이 당연히 없지만 이미 그 사용량이 충분히 뛰어나다면 사실 내가 제시한 이 개선안은 필요가 없을 수도 있다.


개선을 진행하기로 결정했을 경우라도 이는 앱을 재방문하는 모든 이들에게 영향을 끼치게 될 큰 변화인 만큼 테스트 군을 소규모로 시작, 조금씩 늘려나가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 생각된다.


현재 참여 중인 코스를 가장 상위로 노출할 경우, 코스에 대한 완수율이 상승하는지를 모니터 해야 할 것이고 시간대 별 콘텐츠 추천을 선택할 경우 메인에서 자동 추천된 콘텐츠를 선택하는 비율 자체가 상승하는 지를 확인해야 할 것이다.


한 가지 개인적으로 궁금한 것은 코스 완수율과 방문 빈도가 정말 의미 있는 상관관계가 있을까 하는 점이다. 이 둘 간의 의미 있는 관계가 없다면 완수율 보다는 클릭률을 중심으로 보는 것도 좋은 생각일 수 있다. KPI를 추적하는 이유는 KPI를 추적하기 위함이 아니라 비즈니스 목표를 해결하기 위함이라는 걸 잊어선 안된다. 사용자가 헤드스페이스 앱에 스며들 수 있게(=일상화와 습관화) 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이 모든 걸 진행했으니 다양한 KPI를 유연성 있게 비교하고 이용해야 한다.




출처


Exclusive: Headspace and Ginger plan merger to form a mental-health powerhouse

Ginger and Headspace Will Merge to Meet Escalating Global Demand for Mental Health Sup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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