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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지훈 May 08. 2020

결국에는 창작이 이기더라(ft. 미스터트롯)

                                                                                                            

TV조선의 ‘미스터 트롯’을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종편 채널도 얼마든 창작으로 승부할 수 있다는 생각. 아울러 여기저기 방송사에서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는 ‘트롯’ 아류작(짝퉁)을 볼 때마다 눈살이 찌푸려진다.
     

미스터트롯의 아류, 트롯신이 떴다


아류는 본류의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지양해야 하지만 한국이 자본주의 사회인지라 돈이 된다면아니돈이 된다는 검증을 거친 아이디어라면 무한정 재생산해내고 있다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며 이는 언론뿐 아니라 다양한 매체에서 만연되어 있다는 사실에 자못 씁쓸해진다.
     
‘미스터 트롯’도 엄밀히 따지면 알짜배기 창작물은 아니다. 오디션 프로그램 자체가 이미 수십 년 전 서방세계에서 도입된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오디션 프로그램은 미국의 ‘아메리칸 아이돌(2002)’의 짝퉁이자 아류작이다. 원류는 영국의 ‘팝 아이돌’이긴 하지만 한국의 대표적인 ‘슈퍼스타 K’는 미국의 방송과 좀더 많이 닮은 듯하다. 심사위원 하나가 출연자를 가열차게 ‘깐다’는 점에서 그렇다.




슈스케가 대박이 나자 각 방송사는 일제히 오디션 프로그램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K팝스타를 비롯하여 위대한 탄생과 히든싱어, 나는 가수다 및 프로듀스 101(대형기획사의 조작설이 보도되면서 흑역사로 종료되었다)에 이르기까지. 당연한 이야기지만, 원조의 아성을 무너뜨릴 아류는 없었다.


어딜 내놔도 부끄러운 짝퉁의 귀재, 어사일럼

영화계도 예외는 아니다. 흥행작이나 블록버스터가 나오면 제목을 비슷하게 바꿔 저렴하게 제작해 개봉하는 제작사가 있다. “어사일럼”을 두고 하는 말이다. ‘정신병동’이라는 뜻에 걸맞게 어사일럼은 웬만한 깜냥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작품을 철면피 신공으로 창피함을 무릅쓰고 주변의 만류에도 영화를 만들어낸다. 이를테면, 타이타닉2, 메가피라냐, 메가샤크, 애틀랜틱 림, 샤크네이도 등 다수가 있는데 크기가 어마어마한 상어와 터미네이터가 싸우는 메가샤크 터미네이터의 해설을 보고 유튜버의 강인한 인내력과 끈기에 감탄한 적도 있다수효로만 따지면 어사일럼을 능가할 제작사는 딱히 생각나지 않지만 양이 질을 이길 수는 없는 법. 원작의 가치를 능가하는 영화는 단 한편도 없다. 참고로, 어사일럼의 영화를 보려면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다!
     

어사일럼의 영화를 보려면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다



아류의 산실로 변질돼버린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자금이 여의치 않아 도서제작에 어려움을 느끼는 창작자를 위해 탄생한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하지만 요즘은 창작이 무색해지다 못해 바랠만큼 바래지고 말았다. 본디 창작이라는 좋은 취지로 시작은 했지만 업체측도 자본논리를 아주 무시할 수 없는 까닭에 모금이 되는 아류 프로젝트에 대한 승인을 주저하지 않고 있다. 책을 제작하는 독립출판사에게는 꽃길이 열렸지만 창작의 가치는 헌신짝이 되고 있다. 



창작자의 ‘동이귀괴물집’에 억대 후원금이 몰리자 그림실력도 되고 자료수집에도 능한 작가들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면서 악마, 동서양괴물, 귀신, 유령, 요괴, 도술, 신, 드래곤 등 판타지물이 봇물 터지듯 마구 쏟아져 나왔다. 판타지나 괴물과 연관된 키워드가 ‘돈’이 된다는 것 때문이라는 합리적인 의심이 든다. 그러니 한숨이 절로 나올 수밖에. “또 요괴야? 그만 좀 하지.” 그 밥에 그 나물이다.
     
결국, 아류가 판을 쳐도 진짜배기 창작은 이길 수 없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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