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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지훈 Nov 15. 2021

관사, 이론은 알겠는데 막상 쓰려면...



관사, 아리까리하죠?
수습하기 가장 힘든 싱크홀은 "관사"
관사 집중케어 프로젝트

웬만한 문법책에 관사는 다 다루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 지식도 있지요. 하지만 막상 관사를 붙이려고 하면 알쏭달쏭, 오락가락하죠. 왜 그럴까요? 문법책에서 다루는 관사는 고작해야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관사를 이론으로 배워서는 발전이 없습니다. 감을 익혀야 하는데 스스로 관사를 붙여보고 틀린지 맞는지 확인하다보면 자연스레 감각이 생깁니다. 연역이 아니라 귀납적으로 접근해서 관사의 틀을 머릿속에 하나씩 갖추어야 합니다.


대학시절, 원어민 교수가 강의한 영어구문론 과목이 떠오른다. “오늘은 Mr. T를 소개할까 합니다Let me introduce Mr. T today.” 이렇게 운을 띄운 로버트 교수는 교재를 펼치기 전 화이트보드에 Mr. T를 크게 썼다. 정관사 ‘the’를 의인화해서 위트있게 표현한 것이다. 영작 과목에서 한국인이 가장 어려워하는 파트가 관사다. 정관사, 부정관사, 이론은 숱하게 배웠지만 정작 글을 쓸라치면 ‘a(n)’를 붙여야 할지 ‘the’를 붙여야 할지 헷갈리기 일쑤인데 로버트 교수도 관사가 어렵다는 점을 자주 강조하곤 했다. 물론 원어민은 분명히 구분하겠지만 이를 설명하자니 딱히 뾰족한 수가 없어 그렇게 이야기했을 것이다. 수천, 수만 가지 경우의 수를 어찌 다 말로 설명하겠는가?


관사를 이론으로 쓰려면 ‘함무라비 법전’처럼 두꺼운 원고를 써도 다 해결이 안 되는데 설령 그런 게 나왔다손 치더라도 이를 적용하는 건 또 다른 문제다. 그걸 ‘집대성’한다는 것도 어불성설이고. 경우의 수를 일일이 다 암기하는 것도 미련한 짓이다. 물론 관사에 대한 기본적인 아이디어는 알고 있어야겠지만(아주 몰라서는 안 된다!) 관사를 이론으로 정립할 수 있다는 과욕은 삼가기 바란다. 관사는 귀납적으로 접근해야 할 대상이며 ‘감’으로 습득해야 할 어법이다. 숱한 훈련을 통해 감을 익히는 것이 더 빠르다는 이야기다. 이론이 머릿속에 남아있더라도 직접 써보는 훈련을 거치지 않는다면 이론은 무용지물이 되고 말 것이다. 훈련만이 관사를 정복하는 지름길이다.


관사, 미묘하지만 중요하다


… and that government 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 shall not perish.


국민을 위해, 국민이 국민을 다스리는 것(정부?)은 종언을 고하지 않을 것이다


예문에서 ‘government’는 ‘정부’가 아니다. 왜일까? 작자(링컨)가 관사를 붙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that’을 관사 대신 쓴 지시형용사(저~의)로 보면 곤란하다.


It is for us the living, rather, to be dedicated here to the unfinished work which they who fought here have thus far so nobly advanced. It is rather for us to be here dedicated to the great task remaining before us?that from these honored dead we take increased devotion to that cause for which they gave the last full measure of devotion?that we here highly resolve that these dead shall not have died in vain?that this nation, under God, shall have a new birth of freedom?and that government 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 shall not perish from the earth(게티즈버그 연설문에서 발췌).


전문을 보면 ‘that’은 접속사로 봄직하며 구조는 이렇다.


that A, that B, that C and that D


정부는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실체가 있는 국가기관을 가리키기 때문에 정관사를 써야 옳다. 물론 아직 실현되지 않았거나 어렴풋한 정부를 가리킨다면 부정관사(a)를 썼을 것이다. 여기에 관사를 붙이지 않았다는 것은 추상적인 ‘통치’나 ‘시정’ 혹은 ‘행정’을 의미한다는 방증이다. 때문에 본문은 ‘국민이 국민을 통치 혹은 다스린다’로 풀이해야 옳은 것이다.


이처럼 관사는 뜻이 다양한 어구의 속성을 구체적으로 내비친다. 존재만으로도. --- 본문 중에서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6363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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