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 밑의 사람

그리고 침대 밑의 사랑

by olive

“침대 밑으로 떨어져 본 경험이 있으세요? “


오늘은 이 질문으로 글을 시작합니다.


몇해 전 보았던 두 편의 영화가 있습니다. 주인공 남자가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능력을 통해 여자 친구를 만들지만, 결국 시간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영화 ‘어바웃 타임'과 영국 다이애나 공주의 사망 전 2년을 그린 황태자비가 아닌 사랑을 원하는 여인으로서의 삶을 그린 영화 ‘다이애나'입니다.


영화 ‘어바웃타임'은 실수한 시간을 되돌려 반복적인 실수를 피하듯이 매일을 되돌려 두 번째 삶처럼 산다면 어떻게 될까를 생각하게 합니다. 그리고 영화 ‘다이애나'는 만인이 사랑한 공주였지만 고단한 삶을 살았던 다이애나의 모습과 간절하고 유일한 사랑을 갈구했던 한 여성으로서의 모습을 애틋하게 보여줍니다.


영화를 보고 난 후, 두 영화가 표현한 유사한 장면에서 시작한 호기심에 며칠을 곰곰거렸습니다. 영화 ‘어바웃타임' 중 주인공 남자(팀)가 그토록 원하던 여주인공(메리)을 처음 만났을 때의 장면은 사랑하는 사람의 본능을 익살스럽지만 솔직하게 표현하여 압도적인 장면으로 기억에 남습니다. 영화 속 그들은 처음 만난 날 사랑을 나누게 됩니다. 어설픈 첫 번째 사랑이 못내 아쉬웠던 팀은 시간을 다시 사랑을 나누기 전으로 되돌립니다.


‘되돌리고 되돌리고 또 되돌리고’


하지만 관객의 기대와는 달리 단연코 격정적인 정사장면은 영화 속엔 없습니다.

영화는 사랑에 대한 아쉬움과 기대감을 시간을 되돌리는 장치를 통해 사랑스럽게 표현해 내고 있습니다. 첫 번째 사랑을 나눈 후 팀과 메리는 침대 위에 어색하게 누워있습니다. 두 번째, 세 번째 사랑의 시간을 리플레이 하면서 두 주인공의 모습은 점점 자유스레 흐트러져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압권인 것은 사랑을 위해 되돌린 시간의 마지막 장면입니다. 카메라의 시선이 침대 위에서 침대 아래로 뚝 떨어집니다.

그 곳엔 널부러진 팀과 메리가 있습니다.



영화 ‘다이애나'는 세간의 눈총과 왕실의 위엄을 넘어 한 여성으로서 마음이 이끄는 사랑을 선택했음을 보여줍니다.


다이애나가 사랑한 남자 하스낫.

영화 다이애나 중


그와의 사랑장면은 정말 단정하고 간결합니다. 리얼리즘이라 표현되는 말초적 영상의 정사신은 없습니다. 그저 적당히 흐트러져 구겨진 침대 위의 모습과 침대 밑에 누워있는 두 사람의 모습만 있습니다.

사랑을 사랑스럽게 그려낸 영화도 사랑을 애틋하게 그려낸 영화도 모두 침대 밑의 사람, 사랑입니다. 이 두 장면이 제 상상의 시작입니다.


침대를 구입할 때는 누구나 사고자 하는 침대에 앉아 봅니다. 푹신한 침대가 주는 이미지 때문입니다. 미끄러지 듯 잠에 빠지고 싶은 욕망 때문입니다. 그런 욕망이 묻은 침대를 벗어나 팀과 메리도 다이애나와 하스낫도 침대 밑에 누워있습니다. 어떤 설명도 기술과 기교도 없지만 그들의 사랑의 깊이를 짐작합니다. 왜 침대 밑에 누워있는 그들에게서 격렬하고 열정적인 사랑을 느끼게 되는 걸까요?

침대 끝으로 몰리는 순간 바닥을 선택한 과감한 몰입에서 뜻밖에도 영화가 굳이 표현하지 않은 사랑의 뜨거움이 보였습니다. 침대 밑의 그들을 통해 영화 밖의, 침대 위의 장면을 상상하게 됩니다. 서로에게 집중하고 마음이 가는대로 자유로이 서로를 느끼며, 짐작하건데 틀을 깨는 반전으로 상대를 사로잡을 것입니다.


침대가 주는 고정관념, 네모의 틀을 벗어나면 불편할거라는 생각을 깨는 순간 침대 밑의 사랑은 놀라운 반전의 선물이 됩니다. 잠결에 몸부림치다 한두 번 떨어져 본 경험과는 다른 그들만의 리그, 이것이 침대 밑의 사랑이 주는 또 다른 깊이의 뜨거운 사랑이 아닐까합니다. 사랑을 나누다 침대 끝에 매달린 사람들은 떨어지는 것을 의식조차 못합니다. 그래서 침대 밑의 사랑이 더 강렬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영화를 통해 침대 밑의 사람에서 침대 밑의 사랑을 보았습니다. 틀을 깨는 과감함과 동시에 짜릿한 일탈을 보았으며 뜨겁고 솔직한 사랑도 보았습니다. 이것이 침대 위의 사랑보다 침대 밑의 사랑이 더 뜨겁게 느껴졌던 이유인 것 같습니다.


‘뜨거움’

영화 속 장면에서 느꼈던 무의식적 호기심이 제 마음에게 던진 질문에 찾은 나름의 답변입니다. 봄바람에 펄럭이는 치마가 가슴을 설레게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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