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구의 길로 들어서다
찾아오는 고양이들에게 처음에 주던 것은 고기였다.
전원주택으로 이사오면 다들 하는 것 중에 하나가 고기굽기다.
우리도 이사온 첫 계절은 이틀이 멀다하고 고기를 구웠다.
전원생활의 선배들은 다 안다는 듯 웃으며 그것도 한 철이라고
귀찮아서 한 계절 지나면 안할거라는데 그건 영험한 예언이긴 했다.
새 공간을 보러 오는 지인들의 방문도 이어졌기 때문에
냉장고에는 거의 늘 고기가 있었고, 갑자기 배고파 보이는 고양이가 찾아오면
마음 약한 우리 엄마는 늘 냉장고 문을 열기 시작하셨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날부터 작고 노란 고양이 한마리가 찾아왔다.
혼자 돌아다니는 그 애는 아기 고양이티를 겨우 내려놓은,
그러나 다 성장하지 않은 아직은 어린 녀석이었다.
굳이 말하자면 풋풋한 소년 고양이였다.
그렇다.
우리는 이 풋풋한 미소년 고양이에게 첫눈에 반한 것이다.
보송보송한 털결과 페리도트 빛 눈동자, 소심하고 조심성 많은 성격.
먹을 것을 주고 거리를 두면 살며시 다가와서 찹찹 맛있게 먹고는
담넘어 언덕 공터에 옆집에서 버려둔 보온용 부직포에 여유있게 기대앉아서
우리집 마당을 넘겨다 보며 기분 좋게 앉아 있던 그 녀석.
반려묘를 키울 수 있는 여건은 아니었기에 매일 만나는 고양이 친구를 만들고 싶다는
그 순진하고 안이하기 짝이 없는 생각이 호구의 길에 들어선 첫걸음이었다.
그 아이를 챙기기 위해 처음으로 사료와 길고양이 급식소를 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