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이란 것도
주문한 급식소와 사료와 간식이 도착했다.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간단히 조립해서 화단 끄트머리에 자리를 잡았주었다.
막상 바닥에 내려놓자니 뭔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비라도 내리면 어쩌나 싶어서 좀 높이를 올려주고 싶어서
결국 물빠짐이 좋을 플라스틱 팔레트를 주문했다.
이런 식으로 계속 개미지옥으로 빠져들어갔다는 건 정해진 수순이었을 것이다.
썸타는 노란 고양이는 집과 밥을 준비하는 우리 모녀를 훔쳐보더니
우리가 거리를 두고 물러나자 밥을 맛있게 먹고 급식소 안에 들어가 편히 앉았다.
기쁜 얼굴이었다. 편한 얼굴이었다.
우리 모녀도 그 행복한 얼굴에 마냥 뿌듯했다.
그리고 고양이와 우리의 즐거운 평화는 너무나 짧았다.
세상 일이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닌 건 알지만
내 마당, 내 돈주고 산 집과 밥도 내가 주고 싶은 고양이에게 줄 수 없더라.
마음이 간 고양이와 인연을 맺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천천히 친해지고 있다고 믿은 이틀이 채 지나기도 전에
새로운 고양이가 등장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