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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배 있는 고양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밥을 주고 싶었던 예쁜 노랑 고양이 말고도

마당에는 제법 여러마리의 고양이가 드나들었다.


도둑처럼 왔다가 남은 사료나 물을 먹고 후다닥 도망가는 애들도 있었고

정기적으로 오는 애들도 있었다.


늙고 퉁퉁 부은 노식이는 밥을 얻어 먹으러 매일 두어번 들렀다.

그야말로 오늘 내일하는 모양새라 인연이 길지는 않았다.

밥을 먹고 나서 식빵을 굽고 앉아 있을 때 말을 걸면 

짧은 하악질을 하며 경계를 곤두세우곤 했다.

그냥 숨쉬는 것 자체가 힘들어 보이는 아이라 밥만 주고 자리를 피해주었다.


밥을 먹거나 오래 머물지는 않는 점식이는 하루 몇차례 시찰을 왔다.

그는 이 동네 고양이들의 지배자로 거드름을 피우고 다녔다.

어느날부터 점식이는 어린 고등어 고양이 한마리를 달고 나타나기 시작했다.


나이는 우리의 예쁜 노랑 고양이와 비슷해 보였는데

든든한 뒷배탓인지 아주 천방지축이었다.


그리고 머지않아 발랄함이 도를 넘는 귀찮음이 되자

점식이는 우리의 예쁜 노랑이를 위협해 쫓아내고는 우리가 마련한 급식소를

자기가 데려온 어린 고등어에게 선사했다.


점식이를 등에 업고 급식소를 차지한 고등어는

다시 찾아와 자기 자리였던 급식소를 쳐다보는 노랑이를 죽일 듯이 몰아세웠다.

담 넘어 골목에서 아쉽게 마당을 쳐다보는 것만 눈에 띄여도 하악질을 하며 달려나갔다.


그 과정을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은 말할 수 없이 아팠는데

잔잔히 행복해하던 노랑이의 표정이 당황와 공포와 난처함으로 무너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는 방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노랑이는 점점 몸에 상처가 늘어나

동네를 느릿느릿 무겁게 걸어다니는 모습이 보였다.


공격하는 고등어를 제지해보기도 하고, 점점 말라가는 노랑이를 밥먹으라고 부르기도 했지만

마당은 서류상으로만 우리의 것일 뿐, 실질적인 주인은 고등어로 바뀐 것이다.


이 굴러들어온 돌이 너무나 얄미웠지만 고등어 역시 어린 길고양이일뿐.

여기서 내쫓기면 노랑이와 같은 신세가 될 것이라 차마 내쫓지를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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