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에서 배움

삶을 알려주는 것은 늘 자연이다.

올해 첫눈은 지독했다.

11월 말의 그 첫눈은 3일을 내리 오더니

거의 다 접어놓은 어닝의 끝에 쌓인 무게로도 유리창 하나를 쩌적 금 가게 만들었다.


작년에 태어나 눈을 처음 본 마당 고양이는

엄마와 내가 마련해 준 고양이 하우스에서 나왔다가

호된 첫 경험을 해버린 후로 눈발만 날려도 집을 나서지 못하는

트라우마를 갖게 되었다.


거의 두달이 지났건만 아직도 그 첫눈이 마당에 남아있다.

점점 덩치가 작아지고는 있지만, 여태 남아있는 그 눈더미가 경악스러울 따름이다.


큰 일을 겪으면 생각보다 후유증을 오래 겪게 되는 인생과 닮아서

입맛이 씁쓸하고 마음이 시린 기분이 들었다.


눈이 쌓여 있는 곳에서 2-3미터 떨어진 곳에 장미가 심어져 있다.

봄, 여름이면 풍성한 줄기와 잎을 빽빽하게 두르고 위세를 떨치는 그 장미덤불은

찬바람이 불면 엄마와 함께 가지 치기를 하기에 앙상한 꼴로 겨울을 난다.

그렇게 매몰차게 가지를 쳐줘야 내년 봄에 더 싱싱하고 튼튼한 덤불이 자라고 꽃이 핀다.


경험으로 안다.

저 앙상한 가지 서너 대는, 곧 다가올 봄에 창문 아래를 가득 채워 만개할 덤불이 될 거라는 걸.


씁쓸하고 시려서 쪼그라들었던 마음이 기를 편다.

눈은 어쨌든 녹을 것이고, 장미는 반드시 필 것이다.


그리 크지도 않은 마당에서 오늘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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