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외출중일까
그 때 그애는 스물 두살이었다.
덤덤히, 짧게 자기 얘기를 했었다.
"네 살때 였나. 엄마가 사라졌어.
아빠가 평소에 고모라고 부르라던 여자를 데리고 와서
앞으로는 엄마라고 부르라고 했어.
아빠가 출근하고 나면 고모였다가 엄마가 되었던 그 여자가
옷을 더럽히면 안되니 차라리 벗고 있으라며 옷을 다 벗게 했어.
계속 옷을 벗고 하루종일 집안에만 있어서 심심했어.
어느날 그 여자는 예쁜 옷을 입혀주며 외출하자고 했어.
그리고 내 손을 잡고 놀이동산에 갔어.
그리고 난 아직도 외출중이잖아."
그 애를 유기한 계모는 돌아오지 않았고
놀이동산을 헤매던 그 애는 중간에 신발을 잃어버렸다고 했다.
날이 저물고 아스팔트에서 차가운 기운이 올라와 발목이 시렸다고 했다.
그 애는 좋은 사람들의 막내딸로 입양이 되었고 그럭저럭 무난해 보이는 삶을 살았지만
외로움이 밀려올 때면 저절로 발목이 시려진다고 했다.
글쓰는 작가가 되고 싶다던 그 애.
나는 글을 쓸 때 가끔 그 애가 생각난다.
여전히 글쓰기를 좋아할까.
어디선가 작가가 되었을까.
이제는 발목이 시리지 않게 되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