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과 청소

휴대폰 화면을 휙휙 넘기다 보면

진위를 알 수 없는 여러가지 진단법이 넘쳐난다.

'이런 증세가 있다면 당신은 이런 병이다.'

'이런 행동을 한다면 당신은 이런 상태다.'


대부분 믿을 수 없고 대부분 개소리..라는 생각이 들어

멈추지 않고 휙휙 넘기게 되지만

그 신속한 손가락 스냅을 멈추게 했던 내용은 우울과 청소에 대해 말했다.


'누군가의 공간이 정리가 되지 않고 청소상태가 엉망이라면 우울증이다.'


작업의 특성상 말끔한 정리는 어려운 게 사실이지만

정리할 수 있는 공간들 조차 어느 순간부터 정리할 수가 없어졌다.

점점 작업속도가 느려지더니 악재가 겹치고 겹쳤던 어느 날부터

나는 그냥 또 정리안된 물건들과 함께 널부러지는 시간이 길어지고

하나의 작업도 끝내지 못하는 날들도 생겼다.


우울의 역사는 깊다.

요인을 없애고 싶지만 없앨 수도 없는 것들이기에 벗어나지 못했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어쩔 수 없는 것들이라면 일단 할 수 있는 것을 해라!!'

옳은 말들이라 최대한 그렇게 살려고 바동거리지만

가끔씩 밀려오는 번아웃 또한 어쩔 수가 없다.


'아, 저걸 치워버려야지'

'저 구간은 정리해야지'

마음으로는 대청소를 3천번은 한 것 같지만

정작 바빴던 건 데굴데굴 굴렀던 안구뿐이다.


내일부터는 다시!

내일은 꼭.

반드시.


부질없는 혼자만의 약속과 어김이 반복되니 자괴감이 들지만

약속이라도 멈추지 않아보려고 한다.

근데 내일은 아니고, 1시간 후로 약속시간을 좀 당겨보겠다.


1시간 후에, 책상 위를 치워보겠다.

60cm x 140cm 만큼의 우울이라도 지워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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