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감 없이 보고 싶은 나
문득 글을 쓰고 싶어 졌다.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위해 글을 써야겠어. 예전에는 보여주고 싶은 글을 썼다. 느낌 있는 글을 쓰고 싶었다. 그런데 지금은 글을 써야 할 것만 같아서 글을 쓴다.
내가 쓰는 글은 거칠고, 다른 사람이 보기에 말도 안 되는 글일 수 있다. 나중에 보면 부끄러울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지금 글을 쓰는 이유는 다시 한번 말하지만 '써야 할 것 같기' 때문이다. 나중에 보면 부끄러울 수 있다는 건 중요하지 않다. 지금은 글쓰기가 필요하다. 나는 소위 말하는 글쟁이가 아니다. 천부적인 작가도 아니다. 글을 쓰는 것은 내게 결코 쉽지 않다. 생각을 쓰는 것은 도전이다. 그렇지만 나는 글을 쓴다.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것이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는 걸 불과 몇 년 전에 알았다. 그전에는 글이 쉽게 쓰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렸을 때부터 책을 굉장히 좋아했다. 어라? 그렇다면 글 쓰는 것을 조심스럽게 여기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땐 그렇지 않았다. 뭐랄까, 그때에 쓴 글은 다 요구에 따른 글들이었다. 내 의지가 아니라 어떤 형식과 주제에 맞춰서 써야 하는 글들이었다. 그래서 참 쉽게 글을 썼다. 어차피 형식이 있으니까 그것에 맞추면 된다고 생각해서였는지 참 쉬웠다. 글쓰기에 조심성을 기하고, 내 생각을 언어로 풀어내는 것이 아주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은 내가 원하는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다. 내가 하는 생각들을 글로 표현하고 싶어, '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어려운 일이었다. 단어 하나를 선택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문장의 순서도 마찬가지고. 문장 길이, 따옴표, 문단을 끊는 것 모두 어려웠다. 그래서 한동안 글을 쓰지 않았다.
두꺼운 책을 손에 들었을 때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어떻게 이 책을 완성할 수 있었을까? 이 긴 호흡을 어떻게 유지한 걸까? 한두 장짜리 글조차 내 생각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기 힘든데 어떻게 두꺼운 한 권의 책 동안 자신의 생각을 끊임없이 전개할 수가 있을까? 나는 주눅이 들었다. 난 호흡이 엄청 짧은데. 그런데, 지금은 그저 쓰고 싶을 뿐이다. 나는 글을 통해 나를 알고 싶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부터 부끄러운 모습까지도 알고 싶다. 이 글은 나를 위해 쓰는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