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진 글쓰기, 여섯 번째
그는 초점이 없는 눈으로, 이어폰을 귀에 꽂은 채 거리를 걸어 다니기 시작했다. 눈을 마주쳤을 때 호의의 눈빛보다 그렇지 않은 눈빛이 더 많기 때문에 그를 피하기 위함이었다. 다른 나라의 말이라 쉽사리 알아듣지는 못하지만 혹여나 들릴 수 있는 쌉싸름한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노래를 크게 들었다.
... 내 친구는, 길가던 사람이 놀리는 흉내를 내길래 똑같이 따라 했는데 뺨을 맞았대
... 현지인이랑 같이 있었는데도 머리에 돌을 던졌다더라
... 트램에서 30분 동안 나를 쳐다봤어. 결국에는 내가 자리를 옮겼어
... 차에서 날 보고는 혀를 놀리며 성적으로 희롱했어. 모른 척 눈을 돌렸는데 순간 눈물이 차오르더라. 발걸음을 떼는데 이런 일로 눈물을 흘리는 나에게도 화가 났어. 하지만 더 화가 나는 건 조금이라도 편하게 살기 위해서는 이런 상황을 아무렇지도 않게 넘길 수 있도록 내가 강해져야 한다는 거야. 무뎌져야 한다는 거야. 내 마음을 방어하기 위해서
거의 매일, 사소하거나 크게, 그는 인종차별을 목격하거나 직접 당한다. 사소한 것들은 퉤 하고 넘길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러나 어떤 것들은 그저 넘겨지지 못하고 마음속에 쌓이고 만다. 어느 순간, 물이 가득 찬 컵에 물 한 방울이 톡 떨어진다. 그리고 컵 옆면으로 물이 주르륵 흘러내리듯이 눈물이 그렇게 흘러버리고 마는 것이다. 그는 스스로 저들의 말과 행동이 그의 가치에 어떠한 상처도 내지 못한다고 다독인다. 그러나 상처가 치유되는 것은 다른 문제다. 그래서 그에게는 새로운 습관이 생겼다.
의도적으로 멍하니 다니고. 음악은 항상 크게. 상처를 치유할 여력조차 없을 때도 있으니.
길을 가다 본 가게를 보고 그는 생각한다.
이토록 다양한데,
사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