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노트북을 켜고 창가에 앉았다. 글을 쓰기 위해서였다.
그러기까지 그에게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렸다.
솔직한 글을 못쓰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스스로.
언제부턴가 글이 써지지 않았다.
가식적이고 인위적인 향이 나는 글 같아서, 도저히 커서가 앞으로 나아가지 않았다.
깜빡깜빡거리는 그 일직선을 가만히 바라보다 전원을 껐다.
은행을 가기 위해 집을 나선 그는 돌아오는 길에 친구를 만났다.
글을 쓸 용기가 안나, 예전에 쓴 글을 보면 그냥 겉껍질을 쓴 것 같아, 그가 말했다.
예전의 글이 거짓인 게 아니라 지금의 감정으로 과거를 봐서 그런 것 아닐까, 가만히 듣던 친구가 말했다.
지금의 감정으로 다시 시작해봐야겠다.
순간의 감정들은 흐려지기 마련이다. 그걸 이유로 스스로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었던 것이다.
모든 것이 혼합된 것이 나일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