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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세드 Aug 19. 2020

필름 롤을 넣고 찍는다

필름 카메라가 좋다

작년 6월 6일에 포르토의 호스텔에서 쓴 글을 오늘, 한국에서 다시 내용을 추가하여 쓴다. 


필름 카메라가 매력적인 이유는, 사진을 당장 확인하지 못해서다. 

디지털카메라와 달리 필름 카메라는 결과물을 바로 보지 못한다. 사진을 현상해야만 당신이 어떠한 사진을 찍었는지 알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찍을 수 있는 사진의 개수가 다소 적기 때문에 사진 한 장 한 장을 손에 꼽으며 찍어야 한다. 다르게 생각하면 이 두 가지 특징은 디지털카메라에 비교하면 단점으로 여겨질 수 있다. 디지털카메라는 사진을 찍은 후 바로 결과물을 확인하여 사진을 삭제하거나 다시 찍을 수 있다. 또한 담기는 용량 또한 커서 다양한 사진을 찍은 후 취사선택하는 것이 가능하다.


21살 때, 처음으로 디지털카메라를 샀다. 처음으로 프랑스 여행을 떠날 때였다. 화질을 어떤 것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메모리 카드 하나에 3000장 정도 이상을 찍을 수 있는 카메라였다. 3000장은 나에게 꽤나 많았다. 여러 곳을 여행 다녔음에도 3000장을 채우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다음 여행을 떠났을 때도 3000장은 채우지 못했다. 한국에 돌아와서 사진들을 선택하여 인화를 할 때, 지나치게 많은 수의 사진에 꽤나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추려낸 사진은 약 30장 정도였다. 정말 마음에 드는 사진들로만. 솔직하게 말하자면 그 외의 사진을 잘 보지 않는다. 하드 드라이브에 옮겨놓았기에 사진을 보기 위해 노트북을 켜야 하는 과정이 번거롭고 너무 많은 양의 사진이 있기 때문이다. 사진을 정리하자고 마음은 먹지만 계속 실패하고 만다. 엄두가 나지 않아 첫 부분만 깨작거리다가 어차피 남아도는 하드 드라이브 메모리에 남겨두고 만다.


작년에, 친구와 함께 바르셀로나 여행을 떠났다. 친구는 일회용 카메라를 들고 여행에 떠났다. 한 번 찍을 때마다 다르륵하며 오른쪽의 다이얼을 돌려 찍는 일회용 카메라였다. 딱 27장 만을 찍을 수 있어, 계산을 하며 찍었다. 사진을 확인할 수 없으니, 사진을 순식간에 찍고 바로 그 자리를 떠났다. 그런데 그게 참 좋았다. 구도를 한참 생각하고, 정말 마음에 드는 장소인지를 스스로에게 묻고, 한 장을 공들여 찍었다. 

친구가 찍은 사진들


그리고 난 포르토에서 일회용 필름 카메라를 샀다.

나의 첫 번째 필름 카메라

총 39장을 찍을 수 있는 카메라였다. 그리고 여행을 다니며, 일상을 살아가며 함께하기 시작했다. 


핸드폰에, 값을 지불하고 산 필름 카메라 어플이 있다. 다양한 필름을 선택할 수도 있는 카메라다. 결과물도 꽤나 좋다. 그런데, 소중히 찍게 되지 않는다. 그게 문제다. 어차피 여러 장을 찍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인지 한 구도를 가지고 두 세장을 찍고는 결국 비슷한 사진들을 들여다보지 않게 된다. iCloud를 채우고 있는 수많은 사진 중에서 '하트'를 눌러놓지 않으면 결국 스크롤을 넘기다 있는지도 모른 채 넘겨지는 또 하나의 사진이 되고 마는 것이다.

 


London, UK

다리를 건너며 마음에 드는 색감에 한 번, 구름다리를 건너다 밑을 내려다보곤 한 번, 하늘을 바라보고 한 번, 한옥을 보고 한 번, 여러 페인트통들을 보고 한 번, 그렇게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소중하게 찍었다. 

Tate Modern


실패하기도 했다. 조도를 설정할 수 없기 때문에 일어났던 일이다. 그런데 이것도 우연의 포착이라 생각을 하며 여전히 소중하게 간직 중이다. 

리옹에서 가장 좋아했던 카페


그리고 2020년, 나는 필름 카메라를 가지고 있다. 어렸을 때 열심히 나를 찍어주었던 아빠의 카메라로 나는 나의 취향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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