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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세드 Aug 29. 2020

향수

Studio des Fragrances Galimard

오늘은 <음식점> 탐방기가 아닌 체험기를 써보려 한다. 여행을 다니면서 뭔가를 체험하는 것을 아주 좋아한다. 특별한 경험이 되기도 하고, 그 도시가 나에게 각별해지는 이유가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Grasse, France


니스 옆, 그라스라는 도시가 있다. '향수의 도시'라는 별명을 가진 이 도시는 유명한 향수 브랜드들의 본점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별명에 걸맞게, 도시에는 일정 시간마다 향수가 뿜어져 나오는 호스가 걸려있다.

Grasse, France

니스에서 약 한 시간 정도 버스를 타고 도착한 그라스는 하필이면 일요일에 방문한 탓에 죽은 도시 같았다. 모든 가게들이 문을 닫았고, 비까지 주룩주룩 왔던 탓에 음산한 분위기가 더해졌다. 화창한 날씨에, 향기로운 냄새와 함께 방문하지 못했던 것이 아쉬웠지만 방문한 확실한 목적이 있었기에 들뜬 걸음을 옮겼다.








향수를 만드는 체험을 미리 신청을 하고 찾아가야 했다. Galimard 홈페이지에 들어가 시간을 선택하고 미리 결제를 했다. 전문 조향사와 함께 100ml의 향수를 만드는 체험이었다. 가격은 55유로이며, 밑의 링크를 통해 예약할 수 있다.

https://www.galimard.com/produit/atelier-de-creation-de-parfum-a-grasse-particuliers-2


체험을 하러 가면, 자리를 안내해준다. 자리에 앉으면 앞에 굉장히 다양한 향들이 펼쳐져 있다. 막막함을 참고 기다리면 조향사가 온 뒤 향을 선택하라고 해준다. 여러 가지 향을 섞어서 나의 향을 만들어내는 것인데, base notes, heart notes, peak notes 각각 3-5 정도의 향을 고를  있다. 마음에 드는 향을 고른  조향사에게 전달하면  향의 무거운 정도나, 잔향의 정도, 다른 향과의 조화를 생각하여 각각  ml 넣으면 될지를 말해준다. 나는 여러 가지 향들을 맡은  잠시간의 시간이 지나면  향이 어떤 향이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데 조향사 내가 고른 향들을 보고 바로 서로를 해치지 않는 비율을 생각해냈다. 지나치게 무거운 향이라면 조화를 해치지 않도록 적은 양을 넣고, 부딪치는 향이 있다면 대체할  있는 다른 향을 적절히 찾아 넣는 .


평소의 나는 딥디크의 도손이나 르 라보의 약간은 무거운 향들을 좋아해서 그런 향을 만들고 싶었다. 그러나 완성된 향들에 어떤 향들이 들어가는지 몰라 결국은 맡아본 후 피상적이고 일시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향들만 골라서 넣다 보니 완전히 새로운 향이 나왔다. 첫 향은 아주 가볍고, 날아가고 남는 잔향은 중성적인 느낌의 향. 첫 향보다 잔향이 훨씬 매력적인 향수다. 처음 향을 맡으면 왠지 샤워코롱 같은 냄새가 나는데 잔향은 완전히 다른 향이 난다. 부드럽고 은은한 비누의 냄새. 향수의 이름을 정하면 그것으로 라벨을 인쇄하여 병에 붙여준다. 나는 "그라스에서"라는 이름을 붙였다.







언젠가 니스에 여행을 간다면 그라스에 들러 향수 만들기 체험을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듣기로는-일요일이 아닌 다른 날에 방문한다면- 개인 향수 가게에서 여러 니치 향수를 구매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한다. 흔히 맡을 수 있는 향들이 아닌 꽤 고유한 향들이 나는 향수들이니 구매할 매력적인 가치가 있다.


나는   다시 숙소로 돌아와 집주인 할머니께 오늘  향수 체험을 설명하고, 뉴스가 틀어져있는 텔레비전 앞에서 각자의 저녁을 먹었다. 기억에 남은 독특하고 아름다운 하루를 오늘, 다시 기억을 곱씹으며 글로 쓴다.
























Studio des Fragrances Galimard

주소: 5 Route de Pégomas, 06130 Grasse, 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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