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조했던 12일
이 글의 목적은 무얼까. 정보를 위한 글, 아니면 미래의 나를 위한 일기에 비슷한 기록?
스스로도 알지 못한채 쓰기 시작한다.
올해 2월 13일, 아이엘츠 아카데믹 시험을 치렀다. 캐나다에 있는 대학에 지원을 하기 위함이었다.
9월학기 지원을 목표로 시험을 준비했고, 3월 즈음이면 지원이 완료된다는 소식에 급하게 시험을 준비했다—캐나다 컬리지는 기간을 두고 지원을 받는 것이 아니라 목표 인원이 선착순으로 차면 그때 지원을 마감한다.
2월 13일 다음 시험은 2월 26일이었는데, 13일 시험의 결과가 25일에 나오기 때문에 26일 시험을 볼 경우 결과 발표가 3월로 미루어져, 지원 가능여부가 불확실했다. 울며 겨자먹기로 2월 1일, 나는 13일의 시험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아이엘츠 시험을 찾아보았다. 독학 후기에서부터 아이엘츠 시험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아이엘츠는 영미권 국가에 가고자 하는 이들이 보는 시험으로 General 과 Academic으로 나뉘어져 있다. 시험의 항목은 Reading, Listening, Writing, Speaking으로 이루어져 있고, 이중 Writing과 Reading만 General, Academic 각각의 버전이 있다—Listening과 Speaking은 동일하다는 의미이다.)
시험 공부를 시작하기 전 대강의 실력을 파악하기 위해 동생의 토익 책 말미에 있는 Final 모의고사 문제를 풀었다. 채점을 한 후 인터넷에 토익예상점수를 검색해서 계산해보니 대략 900점이 나왔다.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유투브 베이킹 영상을 보는 것을 좋아하여 영어로 된 베이킹 채널을 매일같이 시청한 보람이었을까. 어찌되었든 Reading, Listening은 자신감이 생겼고 Writing과 Speaking이 문제였는데... 솔직한 마음으로는 프랑스 교환학생 시절 불어보다 영어를 더 많이 썼던 경험에 기반했을 때 Speaking도 될대로 되겠지, 싶은 마음이 컸다. 하지만 이건 오산이었다. 이미 그 시절은 6개월 전이었고, 모국어가 아닌 영어는 한달만 쓰지 않아도 입이 굳었다.
The Best Preperaion for IELTS: Reading과 Writing을 구매해서 공부를 시작했다. 현실적으로 다 푸는 데에는 한계가 있어, 한 파트 당 한 문제씩은 꼭 풀기 위해 노력했다. Writing은 빈칸을 채우는 것부터 시작하여 문장을 만드는 형식으로 되어 있었는데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두 문제 정도만 그렇게 풀고 그 후로는 예상 문제를 보고 내가 문장을 직접 만들어 써보고, 모범 답안과 비교해보고 좋은 문장을 끌어다 쓰는 형식으로 공부했다. 교재가 만들어진지 굉장히 오래되어, 약간의 의문을 가진 채로 공부했다.
온라인으로는 유투브에 있는 <Write to Top>과 https://ielts-up.com/index.html 페이지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Write to Top>에서는 기본적으로 Writing Task 1,2에 대한 기본 설명, 구조를 짜는 법을 듣고, 그 외에도 짬짬이 시간이 날 때 도움을 받고 싶은 부분에 대한 설명을 찾아 들었다. ielts-up 페이지에서는 Writing Task 2에 대한 예상 토픽을 보고 나만의 예상 답안을 써보거나, Speaking 표현들, 주제를 보고 예상 답을 작성하여 자주 입으로 말했다.
시험이 4일 정도 남았을 때 캠브리지에서 발행하는 일종의 아이엘츠 모의고사 4편이 묶여 있는 책을 샀다.
가격이 30,000원이나 하는 책이지만 그래도 시험을 주관하는 기관에서 발행한 모의고사를 풀어보아야 마음이 조금이나마 편안할 것 같아 구매하여 시간을 재며 공부했다. 첫 모의고사를 풀었을 때 문제가 발생했는데, The Best Preperaion for IELTS: Reading의 Final Test를 풀었을 때와 이 책의 Reading 파트의 난이도가 너무 달랐다. 전의 책 Final Test를 풀고 절망해있던 나는 어떤 난이도에 나를 맞춰야 하는지 혼란스럽기 시작했다. 곧, 주관하는 기관의 책을 믿기로 하였고—이 이유와 더불어, 훨씬 최근 책이기도 했다— 남은 3개의 모의고사를 차차 풀어나가며 자신감을 가졌다.
그러나 여전히 떨치지 못한 불안감이 있었다. 바로 Writing과 Speaking이었다. 나머지 두 파트는 확실한 답이 있기 때문에 정확한 채점이 가능한 반면 이 두 가지 영역은 철저히 시험관의 판단에 맡겨져 있어 예상하기가 어려웠다. Speaking 연습도, 냉정히 보면 그저 혼자 중얼거리는 것에 지나지 않았기에 시험 당일에 주사위가 던져지는 상황으로 느껴졌다.
꼬박꼬박 8시간을 넘게, 꾸역 꾸역 12일간의 준비를 마치고, 시험장에 도착했을 때 Speaking에 대한 불안으로 마음이 요동쳤다. 편두통마저 나를 괴롭혔다. 시험을 보기 전 소지품을 모두 맡기고 여권과 투명한 물병, 연필과 지우개만을 가지고 입장했다—입장하기 전 치욕스러운 사진을 찍었다는 것도 기록해야지, 이 사진은 내 인생 두번째로 최악의 사진이다. 예상했던 순서는 Listening, Reading, Writing, Speaking이었는데, 그 날 시험의 진행 순서는 Writing, Reading, Listening, Speaking이었다— Speaking은 이틀에 나뉘어져 시험을 보기 때문에 당일에 볼 수도, 다른 날에 볼 수도 있다. 순서가 달라서 처음에는 당황스러운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생각보다 편안한 의자—시디즈 의자였다—와 깨끗한 책상—넓은 책상 하나 당 한 명씩을 배정하여 굉장히 널찍널찍하게 배치되어 있었다—에 은근히 신경을 쓰고 기뻐하며 시험에 임했다. 시험의 난이도는, 캠브리지 아이엘츠 교재보다 쉬웠다. Speaking을 제외한 모든 시험을 마치고 토할 것 같은 기분으로 내 이름이 불리기를 기다렸고, 1:1로 시험관과 Speaking을 보았다. 15분 남짓한 시간이 어찌나 길던지.
25일에 확인한 시험 결과는
L 7.5
R 8.5
W 6.0
S 5.5.........
Overall Band Score 7.0 이었다—IELTS 시험 점수는 0~9로 나뉜다.
역시 어쩔 수 없는 한국인의 시험 점수처럼 보이는구나. 독해와 듣기에게 무한한 감사를 보낸다.
현재 캐나다 컬리지에 무사히 합격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