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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실해야 한다, 성실해야 한다'
라는 말을 자주 쓰고 자주 듣게 되는 이유는, 우리는 뭔가 거대하고 깜깜한 미래 앞에 성실, 착실 말고는 딱히 할 수 있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종종 드라마틱한 변화(game changer)와 같은 것들을 내심 기대하지만 그런 건 영화 속에만 존재할 뿐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 현실은 절대 확- 바뀌지 않는 다는걸 슬프게도 알게 된다.
낙숫물이 계속 떨어져서 돌의 표면을 깎아내듯이 미래는 그렇게 아주 따분하고 심심하게 변한다. 그게 삶의 법칙이라는 걸 모두가 경험적으로 느끼고 있다. 하지만 이 삶의 공식은 우리가 소비하는 매스 미디어(유튜브, 인스타, 넷플 등)에 비해 너무나도 자극이 없고, 간이 안된 따분한 음식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우리는 점점 나이를 먹으면서 바위 위로 꾸준히 낙하하는 낙숫물이 얼마나 쎈지 알게 된다. 예를 들어
1. 얼굴 관상이 정말 맞다는 거, 그 사람이 세상을 바라보고 타인을 대하는 태도가 얼굴 인상에서 드러날 수밖에 없는 것(그래서 40살 즈음이 됐을 때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이 주는 인상은 그냥 내가 살아온 방식 그 자체임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2. 절대 짧은 기간 운동해서 각 잡힌 몸을 만들 수 없다는 것.
3. 아무리 거창한 꿈을 가지고 있는 사업가라도, 성실하게 출근을 하지 않으면 결국 입만 동동 떠다니는 몽상가, 궤변가에 불과하다는 것, 등등
이렇듯 우리는 성실하고 착실하게 매일 몇 십원 단위의 마일리지(낙숫물)를 쌓아가며 살아간다.
이 마일리지가 쌓여서 내 관상이 되고, 각 잡힌 육체가 되고, 비전을 실행한 사업가가 된다. (어느 순간 정신 차려서 거울을 보면 그런 나 자신을 마주 보게 된다. 마흔 언저리의 거울의 비친 내 인상처럼)
그래서 우리는 느리게나마 미래를 바꿀 수 있다는 달콤하고 희망적인 상상과 동시에, (반대로) 보잘것 없는 고작 몇 십원 마일리지를 위해 매일을 버티고, 견디면서 착실하고 성실하게 살아간다 슬프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