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코나투스 Oct 22. 2021

빛나는 시기, 청춘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이 빛나는 시기, 청춘이라고? 육체적으로 가장 젊고, 생각도 상대적으로 가장 깨어있을 시기라고 생각하니 청춘의 시기겠지..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이미 지나가버린 것이 아닐까?라는 회의감도 든다. 혹은 아직 나에게 청춘과 같은 생그럽고 좋을 것만 같은 그런 시기는 오지 않았다 고 생각하기도 한다. (어찌 보면 '청춘'이라는 것에 대해 부푼 환상을 가지고 있어서, 그 부푼 기대치를 충족할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함께했던 연인도 그러했다. 그 당시에는 그 일상적이고 크게 자극적이지도 않던 순간순간들이 지나고 나니 다 아련함으로 남을 만큼 소중했던 순간들이었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랬나? 갈구하던 순간을 드디어 맞이하게 되고 그게 일상이 되면, 다음부터는 그 순간들이 심드렁해진다. 그래서 그런 심드렁함에 쩔어 살아가다 보면,  일상의 작은 것들에 감사할 줄도 알고 누릴 줄 아는 사람들을 보면 매력적이어 보이고, 함께하면 덕분에 더 행복해질 것 같아 그 사람 주위를 맴돌게 된다.



반대로 일상의 작은 것들에 감사하는 마음이 커져 안주하게 된다면, 더 이상의 '발전'은 없을 것만 같은 그런 불안감에 잡히기도 한다. '발전??????' '업글인간?????'


언제부터 우리는 스스로가 발전하지 못하고, 개발되지 못하면 쓸모없는 인간으로 여기기 시작했을까. 일례로 대학생들이 가장 청춘의 시기에 가까울 거라고 나는 생각을 하는데, 그들 중에 상당수는 업글, 발전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홀로 고독하게, 전투를 한다. 그러다가 스스로를 미워하기도, 체념하기도 하고 심지어 우울증에 빠지기도 한다. 우리는 업글되지 못하고, (사회가 인정하는) 발전을 하지 못하면 청춘이 아닌 것일까?


청춘과 발전은 함께 할 수 없는 것인가? 매트릭스의 두 알약처럼, 둘 중에 하나를 택하고 하나는 포기해야 하는 것일까?


아주 가끔, 눈에서 빛이 나는 사람들을 보곤 한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 자연스레 눈이 간다.


'뭐지? 저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은?'


나도 한 때 눈이 빛난다는 말을 들었고, 전혀 모르는 일면식도 없던 수강생이 다가와 물은 적이 있다.(나도 같은 수강생이었다.) 아주 순수한 눈빛으로


 '꿈이 뭐예요?'


그 당시 꿈같은 건 없었고, 그냥 영어 공부가 재밌었다. 시험을 위해 영어공부를 하는 게 아니라 영어라는 도구를 사용해서 소통할 수 있다는 사실이 즐거웠고, 영어 표현을 하나하나 배우고 입에 익히는 과정들이 즐거웠다. (한국어와는 다른 방식의 표현방식에 감탄하기도 하면서 즐거웠다.) 그래서 그냥 내가 다른 수강생들과는 달라 보였을까?



컨텍스트 공간을 공사하던 1년여의 시간에도, 우리는 빛이 났다. 그 당시에는 이렇게 많은 분들이 찾아 줄 거라는 보장된 미래도 없었지만 그냥 즐거웠다. 우리가 상상하던 것을 하나씩 실현해나가는 과정에 있다는 그 사실이 만족스러웠고, 우리가 꿈꾸던 것들이 멋있고 세상에 필요한 것들이라는 강한 믿음이 있었다.


지금 글을 쓰다 보니, 영어를 배울 때 컨텍스트를 준비할 때 마치 몽글몽글 즐거움만 가득했을 거라고 느낄 수도 있는데 오해는 하지 마시라. 그 과정에서 고단함도, 부담감, 불안감과 같은 것들도 분명 존재했다. 다만 밀어붙였다. 무엇을 밀어붙였냐 하면 그냥 내가 좋아하고, 내가 그리는 미래가 이뤄지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생각을 강화하고, 행동하며 밀어붙였다. 한치의 의심이 없던 것은 아니지만, 수업을 열심히 듣고, 배운 표현들로 대화하는 것에 온 마음을 쏟고, 페인트 칠을 하고 앞으로의 공사 일정을 잡는 등 그냥 당장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에만 집중하며 살다 보니 부담감, 불안감이 들어올 공간은 그리 많지 않았다. 마음을 의도한 방향으로 잘 모으며 살아갔다고 해야 하나?



무튼 이야기가 길어졌는데, 그랬다. 그 시절이 청춘의 장막 중 1,2막이었을까? 청춘이라는 챕터 중 일부였음에는 틀림없을 것이다.


위의 기준대로 라면 지금 2021년 10월도 지나고 나면 청춘이라 부를 수 있는 시간일 수 있을 것 같은데, 만족스러우면서도 썩 만족스럽지 못한 것 같기도 하고... 그냥 지나고 나면 다 미화되는 것인가 싶기도 하고.. 모르겠다!! 만나서 떠들자



#네이버 쇼핑몰 '성수마루 맨투맨'


https://m.smartstore.naver.com/0100beauty/products/5785409957







작가의 이전글 서른넷이 되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