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버티게 한 사람

Modern Love

by 코나투스

아래의 사진은 아마존 프리미엄 드라마 <모던 러브> 시즌 1 에피소드 2의 한 장면이다. 사진 속 두 남녀는 각자 결혼을 했고 자식도 있다. 17년 3개월이 지난 후, 서로 다시 만나게 되었고 과거에 시작하지도 못했던 서로에 대한 사랑을 가슴에 품은 채로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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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그런 사람이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생각이 나고, 이별 후에 점점 더 커지는 그런 사람.


오래전 격언을 인스타에 올린 적이 있다,


"진정한 사랑의 깊이는 이별한 후에 알게 된다"


정확한 문장은 기억나지 않지만, 이런 뉘앙스의 글귀였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 누군가가 했던 문장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인스타에 이 글을 올릴 때는 그냥 이 문장이 멋져서 올렸다. 그 정도의 깊이로 만났던 사람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그냥 문장이 멋지다고 생각해서 올렸고, 댓글에서 몇몇 친구들이 격하게 공감한다고 했다.


나는 이제야 그 문장의 깊이를 조금 알 것 같다.

얼마나 깊었는지는 헤어지고 나서 알게 된다는 그 말.


우리는 2년이 조금 안 되는 시간을 함께 했다. 내가 하던 사업의 손님으로 만나게 됐고, 1년간 서로를 알고 지내다가 누구나 그렇듯이 어떤 사건이 벌어지고 서로 가까워지고 끌리게 됐다.


그 이전에 나에게는 몇 명의 공식적인 연인이 있었지만 연애를 그리 자주 하고, 잘 시작하는 타입은 아니었다. 여자를 보는 눈이 까다롭기도 했고, 또 막상 마음에 드는 이성이 있어도 마음을 잘 얻지도 못했던 것 같다. 그 이유에는 복합적인 이야기가 있겠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나는 사랑이라는 것에 대한 확신이라는 게 없었다.


항상 이전의 만남에서도 마음이 휙휙 바뀌어버리면서 이별을 고하는 나 자신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아주 사소한 계기로 좋아하는 마음이 사라지는 나 자신을 보면서 그런 스스로가 당혹스럽기도 했고, 실망스럽기도 했다. 마치 피가 들끓던 중고등학생 시절, 집이 하루 동안 빌 것으로 예정된 날에 야한 동영상을 실컷 시청하겠다며, 자위를 여러 번 열정적(?)으로 하겠다는 포부를 품었지만, 첫 번째 영상을 보면서 거사를 치른 후에 언제 그랬냐는 듯 그 열정이 시들시들해져 버리는 나 자신을 보는 느낌이랄까? 생각과는 다르게, 휙휙 바뀌어버리는 내 마음을 보자 하니 누군가를 좋아한다고 고백하는 게 과연 가능한 일일까? 하는 의문이었다. (노골적인 비유를 했지만, 실제로 나는 어떤 이성과 스킨십을 하거나 혹은 몸을 섞고 나서 마음이 식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나는 이 아이를 만나고, 좋아하는 마음이 생겼을 때도 쉽게 다가가지 못하고 생각이 많았다. 지금 이 순간의 감정으로만 이 아이에게 좋아한다고 고백한다는 게 말이 될까? 또 고백을 해서 만나게 된다고 해도, 내가 마음이 또 식어버리는 건 아닐까? 이런 확신 없는 마음으로 고백을 하는데, 과연 마음을 얻을 수 있을까? - 이런 생각들이 꼬리를 물다 보니 그 아이에 대한 지금의 좋아하는 마음을 고백한다는 게 스스로 떳떳하지 못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얼마나 영원한 만남과 사랑을 꿈꿨던 것인가?


이러한 생각들이 많았지만, 나는 당시 <어린 왕자>의 '여우 이야기'를 되새기며 용기를 많이 얻었다.


'수만 마리의 여우 중 특정한 한 마리의 여우를 길들이기로 마음먹고, 상대 여우도 동일한 마음이라면 그때부터 그 여우와의 관계는 수만 마리의 여우들과는 다른 특별한 여우가 된다'라는 뉘앙스의 이야기로 기억한다.


이 이야기에서 용기도 많이 얻었고, 또 주변에 아는 여자 지인들에게 나의 이런 속마음을 이야기했더니, '여자 입장에서도 시작부터 막 엄청나고, 불멸을 약속하는 사랑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대답을 해주며, 생각을 많이 하지 말고 지금 가지고 있는 좋아하는 그 마음 자체를 담백하게 잘 표현하라고 했다.


이런 생각을 토대로, 나는 내가 좋아했던 그 아이에게 끈질기게 구애를 했고 우리의 만남은 시작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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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우리는 두 계절을 지나 이별을 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소중한 감정들을 많이 겪었지만 그 이야기는 가슴에 묻어두도록 하겠다.)


이별을 할 때도 우리는 서로를 꼬옥 안으면서 헤어졌다. 헤어진 후에도 좋은 친구로 지내자는 말을 했고, 또 실제로 그 아이가 내가 올린 삶에 대한 고뇌가 담긴 인스타 피드를 보면서 응원의 말을 DM으로 전해주기도 했고, 나 역시도 그 아이가 늘 그래 왔듯이 행복하게 살기를 바랐다.(지금도 여전한 마음이다.)


헤어진 직후에도 그렇고 지금도 여전히 그 아이를 생각하며 건강하게 잘 살고 싶어 진다. 이별에 대한 복수심에 잘 사는 내 모습을 과시하려고 하는 게 아닌, 정말 그 아이가 내가 잘 살기를 바라는 그 진심 어린 마음에 부응을 해주고 싶은 마음에서다. 그리고 내가 잘 못살고 있다면 그 아이는 마음이 안 좋을 것 같다.


이런 생각들로 위에서 캡처한 단편 드라마를 보면서 괜시리 더 감정이입이 되었고 눈물이 났다. 이별 후 나 역시도 힘든 과정들을 겪었고, 또 겪게 될 테지만 그럴 때마다 그 친구가 떠오를 것 같다. 힘내라고, 잘 해낼 수 있다고 해맑은 기운으로 나를 응원해주던 그 아이가 참 고맙고, 그런 아이의 두 눈에 눈물을 흘리게 했던 나 자신이 바보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도 이렇게 떠올릴 수 있고, 가슴 한 편에 남아있는 사람이 내 인생에도 있다는 게 참 다행이다. 너도 여느 때처럼 잘 살고 있지!? 나도 앞으로도 잘 살게, 우리 둘 다 행복하게 잘 나아가 보자 :)


아차 그리고 나 너를 만나기 전에는 항상 받았던 편지며 사진들은 모두 버렸는데, 너랑 함께 했던 것들은 차마 버리지 못하겠더라. 나에게도 소중한 기억, 소중한 사람으로 남아주어서 고마워!!



- 언젠가 시간이 지나고, 저렇게 만나자! 서로를 응원하는 친구로 말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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