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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승창 Sep 18. 2021

오세훈시장의 주장은 옳지 않습니다

지난 10년간 시민단체가 1조원의 세금을 나누어 가졌는가?

오세훈 시장이 전임 박원순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있는 동안 시민단체들이 1조원의 돈을 나누어 가졌다는 충격적인 발표를 했다. 서울시가 시민단체들의 ATM기, 자동인출기였다는 평가까지 곁들였고, 그 경로는 민간위탁과 민간보조금이었다고 지적했다. 배분은 서울시에 개방형 직위로 재직하던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이 했다고 주장했다. 아주 그럴 듯한 시나리오처럼 보인다.



우선 민간위탁과 민간보조금이라는 정책집행 수단이 박원순 시장의 재임기간에만 있었던 특별한 방법이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10년 전, 오세훈 시장이 재임하던 시절에는 민간위탁과 민간보조금이 없었는가? 오세훈 시장이 재임하던 시절 민간위탁과 민간보조금을 받았던 단체나 기관도 서울시의 돈을 빼내 간 단체나 기관이라는 말인가?



박원순 전 시장 재임시절 특별했던 것은 ‘중간지원조직’ 형태의 각종 센터들이다. 마을공동체지원센터, 청년활동지원센터, 사회적경제지원센터 등이다. 사회적경제를 진흥하기 위한 기관으로 중앙정부의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은 2010년 이명박 정부 시절 생겼고, 자치단체 차원의 사회적 경제를 진흥하기 위한 중간지원조직으로 지역별 사회적경제센터가 생겼다. 이제는 서울뿐 아니라 전국 웬만한 자치단체에는 사회적경제 영역의 진흥을 돕기 위해 사회적경제센터가 생겨났다. 마을공동체지원센터는 전국에 100여개에 이르고, 서울에서 시작된 청년활동지원센터는 이제 청년기본법에 의해 권장되는 조직이기도 하다.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많은 복지시설과 기관들도 대부분 민간위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 역시 기억해야 한다.



중간지원조직은 지난 10~20여년 사이에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새로운 서비스를 공공이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다. 박원순 전 시장 재임 시기에 많이 생겨나고 발전했지만 서울시만의 조직도 아니고, 박원순 전 시장만이 만든 조직도 아니다. 사회의 발전에 따라 새롭게 생겨 난 문제들을 행정과 민간의 역량을 모아 해결해 보려는, 보다 발전된 시도들이다. 최근 이런 중간지원조직들은 행정과 시민사회의 중간에서 보다 충실한 역할을 하기 위해 어떤 변화와 개선이 필요한지 진지하게 논의하고 있다.



중간지원조직은 기관과 단체가 위탁받아 운영하면서 필요한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지 위탁받은 단체로 돈이 재배분되는 일은 없다. 그런 일이 있다면 관련 공무원도 그 책임을 피할 수 없다. 그걸 마치 시민단체들에 돈을 배분하는 중간통로처럼 표현한 것은 세상의 변화에 무지하거나 의도적인 왜곡을 통해 자신을 드러내려는 정치적 술수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다.



민간보조금은 시장의 정책과 공약 방향에 따라 그 일을 공공의 영역에서 수행하는 민간단체들에게 행정이 필요해서 주는 돈이다. 즉 오세훈 시장이 재임하던 시기에 민간 보조금은 오세훈 시장의 정책을 지지하는 단체들이 많이 받았다. 시정의 방향과 달라서 배분하지 않으면 시민단체들은 그 돈을 받지 못한다. 돈을 받는다고 해도 대부분이 사업비이고, 투명하게 관리된다. 대부분 시민단체의 재정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도 아니다. 시(市)의 행정필요에 의해 집행되는 돈이라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오세훈 시장의 재임시절에 배분되는 민간보조금을 받던 단체와 박원순 전 시장 재임시절 배분받은 단체의 성격의 차이는 두 시장의 가치와 정책의 방향의 차이에 따른 것이다. 내가 주는 것은 옳고 박 전 시장 재임시절 보조금은 틀렸는가?



지난 10년 동안 민간위탁으로 시설을 운영하던 기관과 단체가 100% 완벽하게 정책을 집행했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잘못도 있고, 오류가 있을 수 있다. 그건 그것대로 처리할 문제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단체가 얼마를 가져갔는지를 밝히면 될 일이고, 어느 민간위탁기관이 돈을 시민단체에게 주었는지 밝히면 될 일이다. 그리고 이미 벌써 몇 번씩 감사하고 있지 않은가? 몇 번씩 감사해도 별다른 큰 잘못이 안 나오니 답답했는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이런 식의 치졸한 정치적 책략으로 시민단체를 희생양 삼아 자신의 정치적 목표를 이루려 하는 것은 행정과 시민사회 모두를, 나아가 우리 공동체 내의 사회적 신뢰를 파괴하는 몰상식한 행위이다. 당장 중단되어야 마땅한 일종의 정치보복이다.



출처 : 이로운넷(https://www.erou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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