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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승창 Sep 14. 2021

기후위기와 에너지고속도로

에너지를 생산하고 공급하는 방식을 바꾸어야 한다

지난 8월 9일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제6차 보고서가 발표되었다. 2018년 인천 송도에서 열린 IPCC회의에서 채택된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가 “2050년까지 탄소배출을 제로로 만들어야 산업혁명 이후의 지구온도상승을 1.5도로 막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면, 이번 6차보고서는 “1.5도 도달시점이 10년 앞당겨졌다”는 것이 핵심이다.



‘1.5도 특별보고서’에서는 2050년까지 넷제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탄소배출을 50%까지 줄여야 가능하다고 보았는데, 10년이 앞당겨진다면 지금의 계획보다 훨씬 급진적인 것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된다.



다가오는 11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이번 보고서를 바탕으로 의논할 예정이다. 우리 정부도 올해 안으로는 관련 계획을 발표해야 한다. 최근 탄소중립위원회가 이를 위한 세 가지 시나리오를 발표했지만 안일한 시나리오라는 비판이 있다. 세 가지 시나리오 중 3안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루는 안이고, 그마저 탄소를 포집하는 불확실한 신기술을 통한 절감계획이 들어 있는 등 신뢰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기후위기를 걱정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이나 정치세력은 탄소중립위원회의 해체를 요구할 정도로 계획의 내용과 수립과정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IPCC 보고서는 2050년까지 탄소배출을 제로로 만들어야 하며, 2030년까지 절반으로 줄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구나 이번 6차 보고서는 그 시점이 더 당겨져야 한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2030년까지 탄소배출을 절반으로 줄인다는 것은 그래도 초반에는 줄일 수 있는 여지가 많아서 목표를 많이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뒤로 갈수록 실제 절감을 이루어내기가 어려울 수 있다.



우리나라는 1998년 IMF 경제위기 당시 탄소배출이 많이 줄었는데, 산업기반이 무너져 경제활동과 이동이 급격히 줄어들었을 그 당시와 비견할 만큼의 급진적 변화가 있지 않고는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라는 것에 대개 공감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부가 내놓는 안들은 여전히 기본적인 구조를 그대로 둔 채 탄소배출을 줄이려 하는 의도로 보인다. 근본적인 산업 재편이 가져올 고통과 변화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되기 때문이다.



2050년 탄소중립과 온실가스 감축은 무조건 이루어야 하는 목표이다. 매년 발생하는 폭염과 홍수, 가뭄은 경험하지 못했던 재난을 더 자주 가져오고 일상적인 삶의 파괴를 가져올 것이다. 때문에 지금까지는 삶에 풍요를 가져다 주었지만 어느 새 우리 삶을 근본적으로 위협하게 된 기존의 에너지 생산과 공급방식을 바꾸는 에너지전환계획은 필수적이다.



에너지전환계획의 핵심은 재생에너지의 확대와 중앙집중형 공급방식에서 분산화된 공급방식으로의 변화이다. 또 이 계획에는 산업과 수송, 주거 등 사회 전 분야가 포함되어야 한다. 이 변화는 기존 에너지산업의 급진적 변화를 포함하여 우리 경제생태계 전반에 변화를 가져와 새로운 일자리와 산업이 생겨나는 일이기도 하다. 기존 산업구조와 도시공간 구조의 변화로 인한 일상적인 삶의 방식의 변화 등 힘든 과정이 수반되게 될 것이고 그 점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넓혀 가는 일도 중요하다.



앞으로 변화의 방향은 독일의 에너지전환계획의 방향과 다르지 않게 탈 탄소화, 분산화, 디지털화라고 본다. 특히 재생에너지를 생산하는 방식에서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협동조합형 에너지 생산방식은 지금같은 대규모 시설에서 에너지를 생산하여 중앙에서 배급하는 방식과 근본적으로 다른 분산형 방식이다. 기본적으로는 생산된 지역에서 소비되는 방식을 취하지만 집적되는 에너지를 공급하는 방식도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송배전과 관련된 에너지고속도로가 중요하다고 하는 이유이다. 기존의 송배전망도 이용할 수 있지만 에너지를 생산하는 발전소가 소규모로 많아지고, 생산지가 많아져서 기존 송배전망과는 다른 디지털화된 지능형전력망이 중요해진다. 대규모 민간자본 보다 협동조합 방식의 시민참여 방식의 가능성이 큰 이유이기도 하다.



분산형 방식의 에너지 생산과 공급체계에서는 민간자본이 발전소를 만드는 데 적극적이려면 최근 발전하는 배달시스템처럼 에너지 생산과 소비를 연결하는 에너지 고속도로인 송배전망이 중요해진다. 특히 도로나 철도처럼 국가의 중요한 인프라로 기본적으로 공공영역에서 관리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높다. 디지털화된 시대에 네트워크 관리는 국가의 중요한 과제 중의 하나다.



최근 에너지전환계획을 둘러 싼 논의에서 한전을 민영화한다는 의제로 논의의 중심이 옮겨 가 있는 것은 그런 점에서 논점이 어긋나 있는 논의이다.



송배전망과 같은 네트워크 관리는 국가가 할 것이라고 분명히 밝힌 이상 에너지전환계획의 실효성과 그에 따른 대책에 대한 논의로 발전했으면 한다. 대통령 선거 시기만큼 우리 사회가 공감대를 형성하기 좋은 시기가 어디 있겠는가?





출처 : 이로운넷(https://www.erou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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