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승창 Aug 11. 2021

기본소득의 도입은 가능한가

확실히 기본소득에 관한 의제가 지난 대선에서 중요한 논쟁거리가 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실제로는 그렇지 못했다. 국민의힘 쪽에서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이번 대선에서 중요한 의제가 될 것이라 예측하기도 했고, 일찌감치 주요의제로 결정해 두기도 했다. 이재명 후보의 경우에는 가장 상징적인 공약으로 여겨졌으나 한때 제1공약이 아니라고 하면서 기본소득에 대한 태도가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평가들이 있었다. 그러다 다시  임기내 년 100만원의 기본소득과 100만원의 청년기본소득을 공약하면서 기본소득정책은 지난 대선의 의제로 남겨 두기는 했다. 



돌아보면 기본소득논쟁은 이재명 대표가 성남시장을 할 때부터 시작되었다. 당시 성남시가 청년배당을 주었던 것이 시작이었던 셈인데, 이후 서울시가 청년수당을 주기 시작하고 코로나19를 맞아 정부가 재난지원금을 주면서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더 확대되었다. 기본소득이 원래 진보적 의제라기 보다 보수의 의제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지금은 어느 진영의 의제인가를 넘어서 그 현실성 문제로 논의의 성격이 바뀌어져 있기도 하다. 민주당 내에서도 대선에 나서려는 후보들이 기본소득의 실현가능성 문제를 집중적으로 지적하기도 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지금 같은 시기에 기본소득이라는 제도가 갖는 취지는 아주 중요하다. 특히 디지털 시대에 불평등이 확대되는 현실에 비추어 미국 대선에 나와 기본소득 논쟁에 불을 붙인 앤드류 양의 주장을 보면 설득력이 있다. 2019년 앤드류 양은 미국 대선에 출마하며 18세 이상 전 국민에게 월 1000달러의 보편적 기본소득을 주겠다고 공약했다. 디지털 기술 중심의 4차산업혁명 시기에 도태된 저임금, 저숙련 노동자들에게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해야 한다며 재원은 고소득층 증세로 충당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거기에 코로나19 이후 이런 현상은 더 가속화되어 사회적 안전망으로서의 사회보험과 사회지원은 더욱 중요한 의제가 되었다. (한국사회에서 기본소득을 의제로 가져온 이재명 대표의 인식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다만 여전히 같은 인식을 유지하고 있는 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기본소득을 반대하는 사람들도 앤드류 양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결국 뉴욕시장 선거에서 탈락했다. 코로나19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미국경제가 살아나며 앤드류 양의 호소력이 떨어졌다는 분석이 있다. 경기가 좋아지며 기본소득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핀란드에 이어 여전히 미국, 캐나다, 프랑스 등 여러 나라의 자치단체들을 중심으로 기본소득에 대한 실험은 이어지고 있다. 특히 기본소득을 정책으로 제안하는 과정에서 기존 복지제도와의 충돌에 관한 논란과 정책의 현실성 문제가 큰 쟁점이기도 하다.



여러 논의가 있지만 기본소득은 보편적이어야 하며 개인 모두에게 충분한 현금으로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현실성 문제로 들어가면 수혜 범위에 따른 예산문제, 재정문제로 이 기준을 그대로 충족시키기는 어렵다. 기존 복지제도와의 관계를 고려할 때 어떤 것이 더 효과적이겠는가 하는 문제도 중요한 쟁점이다. 이런 논쟁은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요구가 부딪히는 것이기도 하다. 기존의 복지제도가 사회적 인프라로 안정되어 있으면 있을수록 이해관계자들의 요구는 다르기 때문이다. 더하여 정치적인 성향에 따라 다른 이해를 갖고 있기도 하다. 보수적인 견해를 가진 그룹은 복지급여를 단순화해 행정비용을 줄일 수 있고, 최소한의 기본소득 지급을 통해 노동유인을 자극할 수 있다고 보는 반면, 진보적인 그룹에서는 기존 사회보장제도의 한계를 극복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접근하고 있기도 하다.



여러 차이에도 불구하고 서울시와 경기도 등의 청년수당이나 코로나로 인한 재난지원금을 지급받는 경험들은 기본소득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을 높여 놓은 것이 분명하다. 이재명 대표는 재난기본소득을 정기화하면 이 역시 기본소득이 된다며 그 필요를 강조한 적도 있다.



‘기본소득은 우파적 입장에서 작은 정부를 지향하며 복잡한 복지체계를 정비할 목적으로, 좌파적 입장에서 복지확대의 한 형태로 논의했으나, 최근 실리콘벨리의 성공한 CEO들(빌게이츠, 마크저커버그, 일론머스크)이 새로운 관점에서 주장하여 급격하게 세계적 논의주제로 떠올랐습니다. 복지확대나 작은정부지향이라는 정치적 이유보다, 4차산업혁명(기술혁명)에 따른 일자리종말과 과도한 초과이윤, 가계소득과 소비수요 감소에 따른 구조적 저성장과 경기침체를 방지하고 자본주의체제 유지와 시장경제의 지속성장을 도모하는 것이 주된 목적입니다.’(이재명 대표의 페이스북, 2.7 기본소득은 필요하고 가능합니다)



기본소득의 도입에 대한 논쟁은 사실 다양한 형태의 기본소득에 대한 제안으로 발전하고 있다. 오세훈 시장의 안심소득이 대표적이다. 대부분 기본소득 그 자체에 대해 반대하기 보다, 연 100만원 등의 소액이 기본소득으로서 실효성이 있겠는가라는 것과 재정문제로 현실 가능한 정책이겠는가에 집중되어 있다.



그러나 기존 복지제도의 보완과 재정적 가능성의 문제를 보완한다면 기본소득이 실제 제도로 도입되어야 한다는 공감대도 커질 가능성이 있다. 그런 점에서 이재명 대표가 “필요성은 인정하되 소액이 문제라면 특정부문, 특정연령부터 전 연령 전 영역으로 확대해 가는 방법도 있다.(6.9-기본소득비판에 대한 반론)”라고 한 것은 기본소득을 실제화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검토할 방향이라고 생각된다. 지금 같은 고령화 시대에 청년 시기에는 청년시기대로 은퇴이후에는 은퇴이후대로, 노인이 되어서는 또 그때대로, 삶의 생애주기별로, 자존을 지키며 살아가기 위한 방법이 절실한 때에 국가가 기본적인 삶의 조건을 만들어 줄 수 있다면 국가가 존재하는 이유를 이보다 잘 설명할 수 있는 정책도 없을 것이다. 지난 대통령 선거의 과정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적극적인 논쟁과 검토가 이루어지지 않을까 했으나 기대대로 되지는 않았다. 언제 그런 논쟁이 있었는가 싶을 정도로 사라졌지만 디지털과 코로나가 가져 온 변화는 기본소득 문제를 다시 의제로 복원해 낼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그럼에도, 도시재생은 중요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