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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승창 Nov 09. 2021

기후위기 시대의 서울, 따릉이

서울시 그린뉴딜의 상징

2021년 8월 박완주 민주당 의원이 서울시에 질의해서 받은 자료에 의하면 매년 이용자가 증가하면서 규모를 늘려 오던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의 신규 도입 예산이 편성되지 않았다. 2015년 10월 따릉이 사업이 시작된 이래 처음이다. 이런 소식은 따릉이 이용자들의 즉각적인 반발을 불러왔고, 그 반발에 놀랐는지 오세훈 시장은 따릉이를 직접 타는 연출을 하며 내년에도 따릉이 예산을 늘리겠다고 입장을 바꾸었다.



출발 당시 5600대 규모였던 따릉이는 지금은 3만7500대에 이른다. 2022년 연말까지 6000대를 추가로 확장하기로 한 것까지 더하면 4만3000여대가 넘게 된다.



따릉이는 처음 프랑스 파리의 공공자전거 밸리브 등을 모델로 했다. 2007년 도입한 파리의 밸리브는 2만3600대 정도 운영되고, 지금은 거의 모든 도시의 모범이 된다고 평가될 정도로 성장했다. 그러나 이제 따릉이도 파리와 서울의 인구 규모를 비교하면 인구 대비 비중으로는 적을지 모르지만, 그 운영시스템과 노하우는 결코 뒤지지 않는다.



개인적으로는 2016년 서울시 부시장으로 있을 때가 따릉이 도입 초기였다. 따릉이에 대한 논란이 많을 때였는데, 당시 이 업무를 담당하던 윤준병 민주당 의원이 따릉이 도난사고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고 이야기했던 것을 기억한다. 이 외에도 자전거길의 부재나 부족 등에 대한 지적 등 따릉이의 효율성을 문제 삼는 지적들이 많았지만, 박원순 시장이나 윤준병 의원이 뚝심있게 지속해 왔던 것이 지금의 따릉이를 있게 만든 힘이기도 했다.



따릉이가 식지 않는 인기를 유지하는 것은 자전거라는 교통수단이 그 자체로 생태적인 교통수단이라는 점에서 코로나 시대의 안전한 생활 교통수단이기도 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저렴한 이용료는 청년들에게는 요긴한 교통복지 시스템이기도 하다. 대중교통을 주로 이용하는 청년과 여성들에게는 특히 그렇다. 이것은 따릉이가 성공할 수 있었던 중요한 배경중 하나이다.



기후위기 시대에 도시의 교통에 대한 생각을 잘 드러내는 것 중의 하나가 자전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 세계의 많은 도시들이 생태적 교통수단으로서 자전거의 중요성을 더 진지하게 보고 있다. 베를린의 촘촘한 자전거길이나 암스테르담의 자전거 풍경은 도시를 상징하기까지 할 정도로 유럽 도시의 자전거는 도시의 중요 구성요소가 된 지 오래다. 파리의 15분 도시 계획에 따르면 파리는 자동차의 주행속도를 제한한다.  더 놀라운 것은 파리의 시내 주차장을 절반으로 줄인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시내에는 차를 가지고 오지 말라는 것이다. 대신 자전거전용도로와 나무가 있는 보행자길이 만들어진다. 



 이런 변화에 반한 오세훈 시장의 애초 계획은 이용자들의 반발에 부딪혀 애초의 입장을 철회하는 오락가락한 모습을 보였다. 비슷한 시기에 시장이 되거나 연임을 이룬 보스턴이나 파리의 시장이 보이는 모습과는 확연히 대비되는 모습이다.



최근 보스턴 시장에 당선된 미셀 우는 “보스턴은 그린뉴딜의 도시가 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선언함으로써 파리의 안 이달고 시장이 만들고 있는 생태 도시 플랜이 대도시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에 무게를 더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 서울과 부산의 보궐선거에서 잠시 선거의 쟁점이 되기는 했으나 어느 누구도 생태적 가치가 도시의 새로운 방향이 될 것이라는 공감을 주지는 못했다.



그나마 따릉이는 기존의 자전거 도시들에 견주어 손색없을 정도로 짧은 시간에 서울이라는 도시를 상징하는 풍경이 되었다. 서울이 기후위기의 시대에 조응하는 행정 방향을 가진 도시라는 점을 설명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우여곡절이 있지만, 오세훈 시장이 애초의 생각을 바꾸어 따릉이를 확대하고 시즌2라고 부르며 하드웨어와 운영과정을 살펴보겠다고 한 것은 좋은 방향 전환이다. 중간에 바뀌지 않고 지속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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