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절차법과 청원법의 의미 있는 개정
문재인 정부는 정부가 해야 할 일에 대한 시민들의 제안을 듣는 것으로 임기를 시작하였다. 광화문1번가가 그것이다. 당선되자마자 임기를 시작해야 하는 정부라서 인수위원회를 설치할 수 없었다는 사정도 있었다. 대개 인수위원회가 설치되면 지난 정부의 업무를 인수인계 받고 한편으로 시민들이 직접 제안하는 여러 이야기도 듣게 마련이었는데, 문재인 정부는 그런 시간을 가질 수 없었다. 그래서 그를 대신하는 의미로 국민인수위원회, 광화문1번가 라는 프로그램을 100일간 진행하고 100일 후 대통령과의 대화를 통해 시민들의 제안이 어떻게 반영되고 이후 어떻게 처리될 것인지를 보고하는 자리도 가졌다. 과거에도 이런 프로그램들이 있었지만 대개 한 번에 그치는 행사 성격이 강해서, 시민들이 자신의 의견과 제안이 행정과정에 결합할 기회는 일상적인게 아니었다.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는 단체장의 의지에 따라 주민참여 예산제도나 민주주의 서울과 같은 제도 등의 프로그램들이 만들어지고 확대되는 추세이지만 중앙정부는 여전히 그 벽이 높은 상태였다. 그 벽을 일부나마 허문 것은 광화문1번가, 신고리원전공론화위원회, 청와대 청원 프로그램 같은 것들이다.
그런데 최근 2년 사이에 의미 있는 법 개정들이 이루어졌다. 지난해 마지막 정기국회 본회의에서 행정절차법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행정절차법은 2019년 정기국회에서, 그리고 2020년 정기국회에서 60년만에 개정된 청원법과 함께 개정안이 마련되고 이번에 한 번 더 개정이 이뤄진 것이다. 두 법안의 개정된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먼저 행정절차법은 ‘생명 ‧안전‧건강분야와 악취‧소음 등 생활환경분야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경우 시민이 해당 기관에 공청회 개최를 요구할 수 있는 국민 공청회 요청권이 신설’되었다. 그동안은 시민 의견수렴 절차인 공청회가 개별법령에 의무 개최를 규정한 경우이거나 행정기관이 필요시에만 개최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 행정기관은 30명 이상의 시민이 생명 ‧안전‧건강분야와 악취‧소음 등 생활환경분야에 큰 영향을 미치는 처분에 대하여 사전에 당사자 등이 공청회 개최를 요청하면 공청회를 개최해야 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지난해 한 번 더 개정된 내용은 이와 같은 공청회가 온라인으로 개최되는 것도 가능하도록 한 것이었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그간 청원 처리절차에 대한 규정이 없었던 청원법을 개정하여 청원 처리에 관한 세부 절차를 청원법에 마련했다. 올해는 그 시행령을 제정함으로써 법과 제도, 기관의 운영에 관한 국민청원이 실제로 가능하게 됐다. 이제는 각 기관별로 청원 처리심의위원회가 구성되어 청원을 처리하고 그 결과를 통보하도록 규정되었다. 온라인 청원도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각 기관이 이를 위한 준비를 하도록 시행령에 규정되었다.
행정절차법과 청원법의 개정과 시행령의 마련으로 행정과정에 대한 시민들의 참여가 과거 보다 훨씬 확대될 수 있게 되었다. 무엇보다 그동안 공청회는 행정관청이 개최할 때만 가능했고, 더구나 의견진술의 기회란 것이 청문회를 주재하는 기관의 패널 선정에 따라 좌우되는 바람에 신뢰성 또한 높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30명 이상의 동의를 받아 요청하면 중립적인 청문 주재자를 선정할 수 있고, 당사자가 요청하는 공청회가 열릴 수 있다. 시민들의 요구가 행정에 더욱 밀접하게 반영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된 것이다. 이는 행정청의 처분을 중심으로 한 시민들의 대응이 가능하도록 만든 경우이다. 청원법도 법과 제도에 관한 의견을 제안할 수 있는 절차를 만들고 그 처리 절차를 구체화하였다. 과거 청원의 경우 제안만 하면 제안으로 그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지만, 이 법의 개정으로 청원심의회가 구성되고 일정한 기한 내에 그 결과를 청원인에게 통보하게 되었다. 두 법의 개정으로 행정과정에 대한 시민들의 참여는 과거와는 달리 직접 참여가 가능하게 되었다. 그러나 아쉽게 대체로 이런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드문 것으로 보인다. 행정과정에 대한 적극적인 시민참여의 도구로 널리 사용되기를 기대해 본다.
출처 : 이로운넷(https://www.erou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