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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승창 Jan 03. 2022

김근태선배와의 인연3-1

마지막만남/페이스북버전

* 김근태선배와의 인연 시리즈는 페이스북 '과거의 오늘'에서 알려 주는 바람에 다시 적어 보게 되었다. 다 끝났다고 생각했더니 하나가 더 나왔다. 반복되는 글이어서 고치지 않고 다른 버전으로 그대로 두기로 했다. 



*오늘 영결식이 있었습니다. 가보지 못했습니다. 제 나름으로 김근태선배를 돌아보는 글도 오늘까지만입니다. 이제 그가 남긴 2012년을 점령하라는 말은 저를 포함해 그에게 빚진 사람들의 숙제가 되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지난해와 올해 꽤 여러차례 만났다. 물론 그 전에도 몇차례 더 만나기는 했었다. 언제였는지 도통 기억은 나지 않는데, 댁에도 한 번 간 적이 있고, 맨처음 선거에 출마했을때는 유세하시는 현장에도 가서 응원을 한 적도 있다. 처음 하는 선거유세가 적응이 잘 안된다며 쉽지 않다고 여러 차례 말씀하시던 기억이 난다.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낼 때 백낙청교수님과 점심을 함께 한 적이 있는데, 386후배들이 의회에 들어와 기성정치인들 처럼 변화해 가는 것이 너무 빠르다며 걱정하시던 기억도 나고,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걱정도 많았다. 계급장떼고 하자든가, 한미FTA는 안된다고 말해 놓고도 마지막까지 다투지 못했던 것도 혹여 자신이 노무현대통령과 등돌리고 싸우게 될 때 자신의 정치적 장래보다 민주화세력의 분열로 이어질 것을 더 걱정하고 있었던 탓이었다.

 또 몇년전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리를 듣고 연락해 보니 의원회관에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찾아가 본 적이 있다. 본인은 건강하다며 괜찮다고 이야기 하고 있었지만 한 눈에 보기에도 전에 비해 움직임이 둔해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마 그 때 이미 파킨슨병이 계속 몸을 괴롭히는 것이 심해져 있었던 것 같다.


지난해와 올해는 만날 때 마다 정권교체에 관한 이야기였다. 희망과대안을 기획하고 연합정치라는 담론을 제기하며 6.2지방선거에 시민사회진영이 개입할 수 있도록 한 것에 대해 너무 잘했다며 격려해 주시기도 했다.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지방선거 이후 '연합정치'의 진전을 위해 어떤 고민을 해야 하고 어떤 방법을 찾아야 하는 지, 시민사회진영, 노동계, 진보진영 모두를 초대해서 몇차례씩 진지한 논의를 이어가며 함께 방안을 모색하려 했던 시간도 있었다.

올해  4.27 보궐선거가 끝나고 나서 이후의 연합정치의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시며 이남주 교수와 함께 보자고 하셔서 만난 것이 결국 마지막 만남이었던 셈이다. 약해져 가는 몸을 끝까지 붙들고 마지막까지 정권교체를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후배들에게 묻고 또 묻고 계셨다. 당신에게도 우리에게도 너무나 절실한 과제라고 생각하고 계심을 너무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당시에도 식사하실 때 모습을 보면 몸이 굳어져 가고 있어서 어렵게 식사하신다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 연신 질문하시고 의견을 말하시는 통에 그런 점을 살필 경황도 없이 이야기에 집중하도록 만드시곤 하셨다. 아마도 그러기에 올해 이렇게 세상을 떠나실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것 아닌가 싶다.


사회운동할 때 부터 알던 386, 지금은 486으로 불리우는 정치인들 몇 사람 말고는 잘 아는 정치인들이 없는데, 그나마 내게 가까웠던 정치인은 김근태선배였던 셈이다. 그것도 실상 정치인으로 가까웠다기 보다 10개월이라는 시간을 감옥에서 함께 보낸 시간탓에 생긴 선배와 후배라는 관계가 더 실감나는 관계이기도 하다. 20여년 세월 동안 많은 횟수를 만난 것도 아니고 꼭 같은 생각을 나누었던 관계도 아니지만 돌아보면 김근태 선배는 자신이 생각하는 한국사회의 과제가 무엇인지, 그를 위해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가 훨씬 중요했던 운동가이자 정치인이었다. 처음에 먹었던 그런 마음들이 정치인이 되고는 이런 저런 이유들로 변화하기 쉬운 것이 우리네 형편이었는데, 끝까지 자신의 그런 '이성적' 판단에 충실하려 한 몇 안되는 정치인중의 한 사람이었다. 그 '이성적'판단에 기초한 행동들 때문에 '햄릿'이라고 불리우기도 했지만 말이다.


세상 모든 고뇌를 짊어진 것 같은 진지함이 내가 본 김근태선배의 모습이다. 아 뭐 자기가 다하나? 때론 이런 생각도 들었고, 때론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기도 하셨을 텐데, 개의치 않고, 시종여일 자신의 이성적 판단을 다듬고 설득하려 한 모습은  참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듯 하다.


 김근태 선배..  2012년을 점령하라는 당신의 말을 많은 사람이 가슴에 담았을 것입니다. 저도 그렇게 하겠습니다. 내년 1주기에는 그런 변화를 안고 선배를 추모할 수 있도록 말이죠. 편히 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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