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소멸위기에 도전해야 한다
대통령 선거 투표일이 하루 앞이다.
나는 이번 대선에서 ‘지역’이 중요한 의제가 되기를 바랬지만 그렇게 되지는 못했다. 사실 ‘지역’ 문제 말고도 한국사회의 중요한 문제들, AI같은 디지털이 가져 오고 있는 변화나 기후위기처럼 생존의 조건 자체를 위협하는 변화 등 과거에는 알 수 없었던 변화들이 가져 온 위기로 인한 문제들, 플랫폼노동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노동이 가져온 열악한 노동조건으로 인한 생존권문제, 트럼프의 재등장과 한반도평화와 통상문제 등 더 중요하다고 여길 문제들이 한가득이다.
그러나 지역소멸 역시 우리 사회의 위기를 지칭하는 것으로 우리에게 익숙해진 지 이미 오래다. 오죽하면 정부가 지역소멸 대응기금을 10조나 만들어 나누어 주고 있겠는가? 지역소멸 위험 자치단체에 대한 통계를 보더라도 소멸위험 지역은 기초단체, 2025년 4월 기준으로 133개 지역으로 늘어나 전체 기초단체의 58.8%를 차지하고 있다. (이 기준은 소멸위험지수에 근거하는데 이 지수는 20-39세의 여성인구수를 65세 이상 인구수로 나눈 값이다.) 그런데 지역소멸을 단순 인구감소로만 측정할 수는 없고, 인구감소는 결과인 셈이고, 고령화사회라는 인구 구조적 요인, 경제적 요인, 개발과정에서의 도시공간의 불균형문제, 수도권집중 등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요인이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대선에서 주요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해 보면 대부분 재정지원 대책을 중심으로 한 복지지원정책과 개발공약이 중심이고 부분적으로 지방분권 강화를 대책으로 하고 있다. 재정지원정책은 지방소멸기금으로 대표되듯 이미 시행중인 경우가 많고, 지역화폐와 농촌기본소득 정책이 추가로 시행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저출산문제에 대응하는 정책으로 결혼과 출생아를 중심으로 한 지원금이나 주택정책이 반복적으로 이야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 정책들의 대부분은 그 실효성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어 온 것들이 많은데, 이 참에 정책의 설계와 집행을 전환하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하면 좋았겠다 싶었는데 아쉽기 그지 없다. 새정부가 들어서서 다시 검토해 주면 좋겠다.
지역문제 해결의 가장 기본적인 전제는 정부가 기준을 정해주려 하기 보다 지역소멸의 상태가 각 지역마다 다르다는 점을 인식한다면 지역주민 스스로 문제의 해법을 고민하고 결정해 나갈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는 데 있다. 실제 생활공간으로서의 지역이 사라지는 곳은 읍이나 면이다. 학교도 사라지고 파출소도 사라지고 병원도 사라진 지 오래인 곳은 읍이나 면이다. 소멸되었음을 확인하고 이름과 규모만 바꾸어 문제를 해결하려는 관료적 발상을 가장 경계해야 한다. 행정통합 같은 편의적 발상이 대표적인데, 그러다 보니 김포의 교통문제 해결방법이 서울시 편입이라는 발상까지 진지하게 검토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지역소멸기금의 경우에도 지역의 특성을 고려한다고 하지만 그 근본적인 접근방식은 그 지역의 개발수요에 부응하는 방식의 자원배분 같은 것이다. 이런 방식이 기본적인 해법의 중심에 놓여서는 곤란하다.
생각을 바꾸어 ‘자치와 분권’을 중심에 놓고 접근해야 한다. 이미 여러 곳에서 읍면동 중심의 자치권 확대와 재정권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를 기본 전제로 하면서 다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첫째는 거주인구 중심의 전략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미 교통통신의 발달은 사람들의 행동패턴을 바꾸어 내고 있다. 유럽이나 일본의 경우 이에 부응해 이중주소의 허용이나 관계인구라는 개념으로 행정의 대상을 거주인구 중심으로 보는 전략에서 벗어나고 있다. 인구감소 시대에 거주인구 늘리기는 결국 지역간의 제로섬 게임이기도 하다. 오히려 대도시와 농촌 양쪽에 거주하는 인구는 두 지역 모두의 인프라를 사용하며 살아가게 된다는 점에서 두 지역 모두 행정의 대상이자 주체로 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역으로의 인구 유입과 체류, 생활, 정착이 선순환되는 구조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재원을 자주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교부세의 기준변화, 고향사랑기부제의 확대, 주민참여예산의 확대, 지역혁신을 위한 기금설치, 지역화폐의 적극적 추진 등 주민과 기초단체가 예산외에 지역에 필요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용할 재원의 크기를 늘여야 한다. 지역화폐나 주민참여예산, 고향사랑기부제의 지정기부제의 확대 등 모두 정부의 예산배분에 기대기 보다,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 스스로 재원을 만들거나 주민들의 필요에 따라 예산을 집행하도록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재원의 성격을 다르게 함으로써 지역 주민이 주체적으로 지역문제 해결에 나서게 해야 한다.
세째, 동일한 생활권을 가진 자치단체들의 행정통합대신 거버넌스 구성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교통이나 환경등 생활서비스를 인접한 자치단체들이 문제해결을 위한 공동의 독립적 행정거버넌스를 만들어 함께 문제를 풀어가도록 정부가 지원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메가시티 프로젝트 경우 결국 광역의 교통, 환경, 산업을 공동으로 모색해야 할 필요때문에 논의되는 것인데, 초점은 광역도시들 간의 경쟁력문제로만 논의되고 있다. 메가시티 프로젝트 뿐 아니라 전주 완주 통합처럼 기초단체들의 경우에도 인접 자치단체들이 공동으로 해결해 나가야 할 지역문제를 놓고 행정통합이라는 편의적 방법 대신 실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동의 노력을 경주하는 것을 지원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네째, 앞서 전제로 이야기했지만 가장 작은 자치 단위가 활성화되도록 해야 한다. 읍면동장 직선제가 당장 힘들다고 보면 주민추천제 같은 것을 검토할 수 있다. 주민자치위원회를 활성화해 읍면동의 행정에 주민들이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연결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읍면동 중심의 지역주도 생활권 전환을 통한 지방자치의 확대는 예산과 지역화폐등 지역주도의 자생력과 내발적 성장역량의 확보와 더불어 스스로 문제를 찾고 해결해 나갈 주체적 역량의 성장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다섯째, 작은 것이 큰 변화를 만든다는 접근전략이 필요하다. 이미 인구가 줄어서 큰 건물이나 대규모공사보다는 밀도가 높은 공간전략이 유효하다. 대전의 성심당처럼 구도심의 오래 된 책방과 카페, 빵집, 역사적 공간들이 사람들을 모으고 연결해 내고 있는 사례들을 통해 지역의 활기를 확인하고 있다.
크고 화려한 개발계획이 있는 거대한 행정만 있고 주민은 없는 지역이 아니라 주민 스스로 계획하고 만드는 것이 가능한 작지만 강한 지역이 대한민국을 바꾸어 놓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