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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얌얌 Jun 10. 2021

난 세상에 어울리는 사람일까?

이렇게 살아도괜찮은 걸까?

난 열심히 노력해서 살았는데 그것에 비해 결과가 안 좋은 것 같아. 

누구는 나보다 별로 노력하지 않은 것 같은데도 운이 좋아서 잘 풀리는 것 같고. 

노력한 만큼 보상이 되지 않는 것 같고. 

살아가다 보면 비상식적인 일도 많이 보이고. 

이런 세상과 난 잘 어울리지 않는 것 같기도 하네. 


인생을 살다 보면 나의 노력에 비해 결과가 잘 나오지 않을 때가 많다. 그리고 주변에서 내가 봤을 때, 별로 열심히 하지 않아 보이거나 성실하지 않고 그 정도 실력이 아니라고 생각되는 사람들이 운이 좋아서 일이 잘 되는 경우도 볼 수 있었다. 그런 경우 세상은 불공평하고 비상식적인 경우가 많고 내가 생각하는 어느 정도의 상식의 선을 넘는다고 생각이 들 때는 이렇게 엉망인 세상이 돌아가는 것도 신기하고 그 안에서 지내는 사람들도 대단하고 난 이 세상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생각이 언제부터 들었을까?

어렸을 때의 내 세상은 합리적인 세상이었다. 노력한 만큼 성적이 나왔고 성취감도 있고 미래에 대한 비전이 있었다. 세상은 노력한 만큼 보상이 주어지는 곳이었고 난 세상에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사춘기가 찾아오고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부분들이 많이 생기면서 세상은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했다. 단지 노력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신경 쓸 부분들이 너무 많았고 노력에 비례하는 단순한 내 세상에서 여러 가지 요소들이 혼합되어있는 복잡한 세상이 되었고 어지러웠다. 혼란스러운 폭풍 속에서 예전부터 나를 지탱해주었던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내 세상의 신념의 깃대를 꾹 잡고 버티었고 어느 정도는 그 신념으로 지탱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신념까지 흔들리는 일들이 생기게 되었고 내가 가장 굳건하게 믿는 신념이 흔들리는 것은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까지 흔들리는 일이었다. 마치 꽉 막힌 고속도로에서와 같이 힘들고 고된 시간을 보내는데 누구는 옆의 하이패스로 달리는 느낌? 노력은 나보다 덜한 것 같은데 결과는 더 좋게 나온 것을 봤을 때 내 세상은 무너졌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지만 운은 그 노력을 뛰어넘었고 우직하게 노력했던 나를 바보로 만들었다. 


결과 중심인 이 세상에서 과정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때부터 내 삶은 버거워지기 시작했다. 나의 신념의 성곽이 무너져버렸고 그 성곽을 다시 쌓아야 했다. 삶의 방향성이 모호해졌고 그 방향을 다시 잡아야 했다. 정말 버거운 시간이었지만 그 시간 동안 난 내 욕심을 점점 버릴 수 있었다. 나 스스로 만든 이상향이 나를 힘들게 만들었고 그것을 버리는 연습을 하면서 나는 조금씩 자유로워졌다. 내 신념의 성곽은 무너졌지만 그 성곽이 없어서 더 넓은 세상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다시 그 성곽만큼 높은 담보다는 낮은 울타리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삶의 불공평함은 나이가 들고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세상을 경험하면서 더 많이 볼 수 있었고 이런 세상의 민낯에 가끔은 구역질이 나기도 했다. 내가 생각해왔던 세상은 너무나도 교과서적이었구나. 사람들은 문명을 만들고 도덕과 예절, 성품을 중시한다고는 하지만 결국은 이 세상은 동물의 세계 안에 속하는 것이었고 약육강식이라는 자연의 법칙 안에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가끔 인류애적인 모습을 보이면 화제가 되는 이유는 그런 행동이 자주 나오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겠지.   


아무튼 이 세상은 내가 믿어왔던 세상과는 달랐고 난 적응이 필요했다.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고 찾은 방법은 이 세상에 대해 기대를 줄이고 욕심을 줄이는 것 밖에는 없었다. 난 이 세상을 바꿀 수도 없고 단지 하나의 작은 구성원일 뿐이기 때문에 그 안에서 번뇌 없이 사는 것이 핵심이었다. 대신에 고집하는 부분은 내가 예전부터 가지고 있는 신념인 노력과 타인에 대한 친절과 따뜻함이다. 


혼란스러운 세상에 노력은 여전히 내가 길을 잃지 않게 해주는 나침반이 되어주고 타인에 대한 따뜻한 마음과 거기에서 나오는 친절함은 내 가슴이 온기를 잃지 않게 해 준다. 그리고 나의 따뜻함은 미미하겠지만 내 주변에 그 온기가 전달되고 점점 퍼져나가면 이 세상의 온도가 아주 조금이라고 따뜻해지지 않을까 하는 바람도 있다.   


이렇게 점점 나를 내려놓는 연습, 욕심을 버리는 연습을 하면서 내가 이 세상에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생각을 하려고 노력을 했고 정말 그것만으로도 감사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욕심은 항상 내 빈틈으로 비집고 나왔고 아직도 난 이 세상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가끔 든다. 


살면서 나를 채우는 것보다 나를 잃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고 어려운 것 같다. 

남과 비교하기보다는 나 스스로 행복한 삶을 살면 이 세상과 어울리는 것 따위는 별로 중요하지 않겠지. 

흔들리지 않는 내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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