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된 퇴사는 달콤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너무나도 씁쓸할 수 있다.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할 때, 매일 반복되는 업무, 성장하는 것보다 그냥 나이가 들어가고 있을 때, 회사의 선배들의 모습이 내 미래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 퇴사라는 위험하지만 달콤한 해 보이는 유혹에 빠져들고 있었다.
그리고 결국 매달 들어오는 월급이라는 링거를 빼고 나 스스로 먹이를 찾으러 울타리 밖으로 나오게 되었다.
퇴사를 한지 벌써 3년이 넘었다.
그동안 여행도 오래 다니고 프로그래밍 교육도 듣고 출판을 위한 글쓰기도 하고 이제 다시 취업준비를 하고 있다.
퇴사를 한 뒤에 마음의 변화는 퇴사 직후에는 환희, 세계 여행 중에는 왜 더 일찍 퇴사를 하고 여행을 않았을까?, 귀국해서 국비 지원 교육을 받고 프로그래밍 공부를 할 때에는 돈은 적게 받아도 내가 관심 있는 분야에서 일하고 싶은 마음으로 다시 희망차게 시작, 개발자로 이력서를 냈는데 모두 탈락했을 때는 내가 너무 이상향을 쫓았구나라고 현실을 조금씩 알게 되었다. 그리고 다시 원래의 경력으로 이직으로 이력서를 내고 있는 지금은 내가 얼마나 어린애 같은 생각으로 새로운 일에 도전을 했는지 깨달으면서 경력 단절의 어려움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퇴사를 한 뒤에 후회한 적이 없었는데 요즘은 가끔 조금은 후회의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 시기에는 결국 퇴사를 했을 것 같다. 대신 여행의 기간을 1년 정도로 줄이고 서둘러서 원래 직종으로 이직을 알아봤을 것 같다. 3년이 넘는 경력단절은 생각보다 큰 무게로 내 발목을 잡고 있다.
백수의 기간이 길어질수록 자신감이 떨어지는 것 같다.
회사의 부속품이 되기보다는 온전한 내가 되기 위해 퇴사를 했고 온전한 나로 살아왔는데 이제는 다시 부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애쓰고 있는 모습이 웃기다. 당연히 경제 활동을 해야지 살아갈 수 있으니까 일을 하고 생활을 유지해야겠지. 그러나 이런 경제 활동의 측면도 중요하지만 직업은 사회에서 그 사람을 나타내 주는 대표적인 지표로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 사람의 직업이 그 사람에 대한 이미지에 대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일이 없이 오랫동안 지낸다면 한심하게 생각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당연히 스스로의 자존감도 많이 떨어진다.
지금의 모습은 내 퇴사 계획에는 없던 일이었다. 지금쯤이면 난 개발자로서 열심히 일을 하고 커리어를 쌓고 있어야 할 시기인데 개발자는커녕 원래 하던 업종으로 돌아가기 위해 애쓰고 있다. 단지 관심이 있다고 무턱대고 발을 디디는 것이 어리석은 일이었다. 그 시간에 재취업을 위해 노력했다면 지금보다는 쉬웠을 텐데... 그래도 그때의 나도 내가 안아주고 위로하면서 나아가야 하겠지.
여기서 퇴사와 그 후유증을 절실하세 겪고 있는 내가 하고 싶은 조언은 퇴사는 괜찮은데 그 이후의 계획을 잘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회사에 있을 때는 업무적으로 잘 모르는 사람이 상사로 아는 척을 하면서 있는 모습을 봤을 때는 회사일이 별 것 없고 그냥 그 자리에 있으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는데 취업을 할 때 그 문턱은 생각보다 까다로웠다. 더구나 내가 한 분야의 깊이보다는 전체적인 시스템 관리를 했던 업무여서 전문적인 분야로의 취업은 더욱 어려웠다. 결론적으로 퇴사는 울타리 밖의 정글로 나오는 것이고 현실적인 계획과 전문성이 있어야 다시 취업에 수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직을 하고 퇴사하는 경우가 아니라 나처럼 공백이 있는 경우에 해당되는 이야기일 것이다.
모든 것은 장, 단점이 있고 원인과 결과가 있는 것이겠지. 그리고 난 그동안 내 마음대로 하고 살았던 결과를 받고 있을 뿐이다. 지금 현재에 할 수 있는 것을 하면서 하루를 충실히 보내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겠고 그중에 이렇게 내 생각을 글로 남기고 다른 사람들과 글을 통해서 소통을 하는 것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중에 하나이다.
괴로우면 욕심이라고 법륜스님이 하는 말씀이 있다. 내가 요즘 취업이 안 된다고 느끼는 괴로움은 어쩌면 내가 좋은 회사에 괜찮은 연봉으로 들어가려고 하는 욕심이 있어서 그런 것이겠지.
괴로움을 줄이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루를 살아가야겠다고 다시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