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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화양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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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적요 Sep 09. 2024

001. 일단 달려보자

2024.05.02 / 3.00km

나이를 실감한다. 


여전히 어리고 건강하다고 생각했는데 큰 오산이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온몸이 쑤시고 아프며 피로감은 또 무슨 일? 무엇보다도 체력적 한계를 뼈저리게 느낀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아파트 헬스장으로 향해 웨이트 기구들을 끄적여봤지만 역시나 재미없다. 예전에 괜히 그만둔 게 아니었어. 일단 체력부터 키워야겠다는 생각에 러닝머신 위에 올랐는데 이건 또 왜 이리 힘든 건지. 이쯤 되니 한두 살 먹을수록 몸 약해지는 건 당연한 거라고 합리화하며 이대로 살까 싶다가도, 정말 오랜만에 운동하겠다고 마음먹었는데 며칠 만에 포기하려는 스스로가 패배자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난 '후회하지 말고 한 번만 더 해보자'라고 다짐하며 불광천으로 향했다.


막상 달리려 트랙 앞에 서니 심하게 밀려오는 후회와 고뇌. 제대로 된 러닝은 군대 이후로 해본 적이 없다 보니 3km라는 짧은 목표조차 까마득했고 끝까지 뛸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도 찾아왔다. 괜히 준비운동한답시고 미적거리고 있었는데 순간 내가 뭐 하고 있나 싶었다. 그래, 일단 달려보자. 심호흡을 한번 하고는 첫 발을 내디뎠고 그렇게 내 러닝은 시작됐다.


달리는 동안 땀은 비 오듯 흐르는데 다리까지 천근만근이다. 무엇보다 숨이 급격히 차올라 호흡조차 쉽지 않았다. '이쯤 하면 됐다, 시작으로는 충분하다'는 생각에 멈추려는 순간 이어폰을 타고 내 귀에 안내 메시지가 들려왔다.

"1km 경과. 시간 5분 33초, 평균 속도 5분 33초."


이제 겨우 1km 달렸다는 알림이지만 이 메시지는 러닝을 포기하려던 나를 계속 달리게 했다. 오늘 목표한 3km를 달렸을 때 "완주하였습니다."라는 멘트를 듣고 싶어서였을까, 겨우 3km인데 이것도 달리지 못하는 나를 마주하고 싶지 않아서였을까. 흐르는 땀을 닦으며 나는 다시 힘내어 달리기 시작했다. 달리다 보니 처음보다 한결 편안해지는 묘한 상태가 되면서 오히려 힘이 나는 듯했다. 중간중간 시계를 보며 시간과 페이스를 확인했다. 이제 얼마 안 남았다. 2.8km…2.95km…3km! 

"3km 경과. 시간 17분 34초, 평균 속도 5분 51초"


안내 멘트를 듣고는 바로 러닝을 멈췄다. 와- 이거 뭐지? 정말 이상했다. 상쾌하면서도 괴롭고, 가파른 숨을 내뱉느라 고통스러운데도 황홀한 이 기분. 알 수 없는 감정과 기분에 사로잡힌 채 나의 첫 러닝은 끝이 났다. 비록 짧은 3km 거리지만 어쨌든 해냈다는 성취감과 땀 흘려 운동한 쾌감이 함께 찾아와 낯설면서도 즐거웠다. 내가 목표를 꿈꾸고 달성했던 게 언제였더라. 생각 이상으로 기분 좋은 일이구나. 첫 러닝은 내게 새로운 자극으로 다가왔고 괜스레 도전 의식도 생겨나게 했다. 러닝을 꾸준히 하겠다는 막연한 다짐보다는 작은 목표를 먼저 세워볼까 한다. 내일도 일단 달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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