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4 / 4.02km
주말 아침이다.
러닝을 시작하고 맞이한 첫 주말. 어젯밤부터 달려야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했다. 늘 '과유불급'의 마음을 새겨왔지만 당장 지금 러닝이 흥미로운 걸 어떡해. 사실 3km의 짧은 러닝 두 번이 과하다고 하기도 부끄럽지. 아직 완성되지 않은 몸으로 이틀 연속 달리니 다리가 무겁고 피로가 있었지만 아침 러닝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그동안은 퇴근 후 어두운 저녁에 달렸으니 오늘은 기필코 밝은 태양 아래 구름을 보며 달려봐야지. 아침 조, 달릴 깅!
5월이지만 태양은 뜨거웠다. 햇빛을 가려줄 모자도 야무지게 챙겼지만 왠지 무용지물이 될 것만 같다. 겨우 세 번째 러닝이지만 달리기 직전은 항상 괴롭다. 평상시에 러닝을 떠올릴 때면 '달려야겠다, 달리고 싶다'의 생각이 피어나는데 막상 출발 직전이 되면 두렵고 후회한다. 그래도 어쩌겠어, 여기까지 왔는데 뛰어야지. 다시 한번 일단 달려보자. 오늘의 목표는 4km. 이틀간 3km가량 달려보니 1km 정도는 더 달릴 수 있을 것 같았다. 급하게 달리지 말고 천천히 목표한 거리를 다 채워보자는 다짐을 하며 달렸다.
저녁 러닝하고는 확실히 달랐다. 저녁 러닝은 어두워서 시야가 한정적이기에 간간이 보이는 가로등 불빛이 홀로 외로이 달리는 나를 은은하게 응원해 주는 느낌인 반면 아침 러닝은 확실히 밝고 생동감이 있다. 어젯밤엔 잘 보이지 않았던 어두운 가로수들이 푸르른 잎을 내세우며 녹음을 뽐내고 있었다. 하천에서 먹이를 잡아먹는 새들도 보이고 아침 운동 나온 사람들의 각기 다른 저마다의 표정도 눈에 들어온다. 짙은 밤 속 얕게 밝혀진 불빛이 나를 포근하게 응원해 주던 저녁 러닝과 달리 아침 러닝은 뜨거운 태양 아래 만물들이 으쌰으쌰 하며 함께 달리는 기분이랄까. 러닝 3회 차에 또 새로운 감정을 느낀다. 오 괜찮은데-?
즐거움은 순간이라던가, 2km 정도 다다르니 앞서 느낀 감성적인 감상이 싹- 사라진다. 환상 속에 있다 현실로 돌아온 것이다. 다리는 배로 무겁고 땀은 비 오듯 흐르며 숨은 턱 끝까지 차오른다. 과연 4km를 달성할 수 있을까 내적 고민이 깊어진다. 앞서 감상에 빠져 1km를 생각보다 빠르게 달린 탓인지 2km 이후 페이스가 급격히 줄어들었고 마지막 4km 때 페이스는 체감이 될 정도로 현저히 느려졌다. 결국 마지막 페이스를 6분 54초로 마무리하며 최종 기록 4.02km, 평균 페이스 6분 28초. 비록 호흡, 체력 등 페이스 조절에는 어려움을 느꼈지만, 내게 상쾌한 주말 아침의 시작을 알리는 만족스러운 첫 4km이자 아침 러닝이었다.
두세 번 달리다 보니 러닝 용품에 눈이 가기 시작한다. 제대로 된 러닝화가 하나 갖고 싶네. 한번 사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