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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적요 Sep 25. 2024

004. 새 신을 신고 뛰어보자 팔짝

2024.05.07 / 4.02km

장비를 갖췄다. 지금은 장인이 아니니까 장비 탓을 해도 된다.


무언가를 시작하면 풀-세트를 맞추고 싶어 진다. 적지 않은 돈을 들여 장비를 갖췄으니 돈이 아까워서라도 그만둘 수 없다는 배수진(이라고 쓰고 핑계라 읽는다)을 치는 거랄까. 간사한 사람의 마음이란. 러닝을 시작한 지 며칠 안 되었지만 더 오래 그리고 즐겁게 달리기 위해서 다른 건 몰라도 러닝화정도는 하나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조금 더 푹신하고 편안한 운동화를 신고 달리면 괜히 기록이 더 좋아질 것 같고 발도 건강하게 달릴 수 있을 것만 같았기에. 그래, 이건 장기적으로 내 건강을 위한 거야! 그리하여 회사 점심시간에 점심도 거르고 러닝화를 알아보러 떠났다.


사실 비싼 건 크게 욕심 없고 적당히 내 발에 맞는 합리적인 러닝화를 사고 싶었다. 미리 찾아본 몇몇 모델을 신어 보면서 예쁘면서도 편안한 러닝화를 결정해 구매했다. 세일까지 하고 있는데 안 살 수가 있어야지! 사실 무언가를 구매할 때 내 성향은 굉장히 보수적이다. 나와 잘 맞는 제품인지 수없이 많이 고민하고 다른 것과 비교해 보며 오랜 시간을 두고 구매한다. 그런데 이번 러닝화 구매는 얼른 새 신을 신고 달려보고 싶은 마음에 평소보다는 조금 성급하게 구매했다. 급하게 먹은 음식에 탈이 난 걸까. 이는 결론적으로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은 문제를 야기하고 말았다. 이 이야기는 잠시 뒤에 하기로 하고 장비도 갖춰졌으니 일단 달려보자.


퇴근 후 '신을 신고 팔짝 뛰어'보려 불광천으로 향했다. 가볍게 몸을 4km를 목표로 달리기 시작했다. 처음 1km를 돌파하는데 페이스가 괜찮았다. 5분 33초. 역대 달린 페이스 가장 빠른 페이스였기에 '이게 바로 장비의 효과인가?' 감탄하며 놀라움 반, 기쁨 반의 마음으로 달렸다. 그러나 체력은 새로운 장비가 아니었기에 3km부터 호흡과 페이스가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5분 후반과 6분 초반을 넘나들며 결국 5분 55초의 페이스로 마무리. 조금 아쉬웠고 달리고 싶은 욕심이 들었지만 조급해지지 않기로 마음을 달래 보며 기분 좋게 러닝을 마무리하려 했으나 갑자기 발이 아프기 시작했다. 왜지, 뭐가 문제지?


집에 와서 씻고 발을 살펴보니 오른쪽 세 번째 발가락이 붉은 채로 살짝 부어 있었다. 달리면서도 약간 불편함은 있었는데 그저 새 신발이라 그런 거라 생각하고 달렸었다. 왤까, 나름대로 고민하며 원인을 찾다가 한 가지 사실을 발견했다. 바로 내 오른발이 왼발보다 약간 크다는 것. 여러 러닝화를 신어볼 때 나는 왼발만 신었고 적절한 사이즈와 편안한 착용감에 바로 구매했다. 게다가 당시에 얇은 일반 양말을 신었었는데 러닝 할 때는 더 두꺼운 스포츠 양말을 신다 보니 오른발과 러닝화가 잘 맞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이미 택을 자르고 달렸기에 교환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네?


어쩔 수 없이 정말 어-쩔 수 없이 러닝 양말을 사야겠군! 그렇게 나는 또 러닝 용품을 검색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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