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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적요 Sep 30. 2024

006. 달리는 곳이 곧 트랙이다

2024.05.10 / 3.66km

여긴 어디, 나는 누구?


마음 같아선 매일 달리고 싶지만 과유불급이기도 하고 때로는 휴식도 필요하다. 고로 어제 하루는 푹 쉬고 오늘 다시 시원한 밤공기를 찾아 나섰다. 집에서 불광천까지 거리가 좀 있기에 평소에 버스를 타고 다닌다. 하루를 쉬었던 탓일까.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버스를 탔으나 잠시 한눈 판 사이에 내려야 할 곳을 지나쳐 버렸다. 하필이면 또 다음 정거장은 한참 가야 하는 곳이었고 결국 엉뚱한 곳에서 내려야만 했다. 음... 이건 내 계획이랑 다른데...?


지도를 살펴보니 조금 걸어가면 불광천과 이어지는 곳이 있었다. 그럼 불광천까지 달려서 가볼까? 그래, 이건 새로운 곳을 달릴 기회가 생긴 거다! 그렇게 인도 위에서 가볍게 몸을 풀고 러닝 어플을 켰다. 매번 산책로만 뛰다가 일반 인도를 달리니 색달랐다. 그동안은 나무와 하천, 산책하거나 걷는 사람들의 풍경을 보고 달렸다면, 이번에는 달리는 자동차, 깜빡이는 신호등, 밤 중에도 불빛이 켜져 있는 건물들이 나와 함께 달렸다.


물론 러닝 하는 가장 큰 이유는 건강이지만, 러닝을 꾸준히 하고 싶은 또 다른 이유는 달리면서 눈에 들어오는 풍경이 좋아서이기도 하다. 아침은 아침 만의 풍경이 있고 저녁은 저녁 만의 풍경이 있다. 눈부신 햇살과 함께 달리는가 하면 은은한 달빛과 함께 달리기도 한다. 그 옆에 푸른 잎이 무성한 나무들이 있기도 하고 경적을 울리는 자동차가 있기도 하다. 같은 곳을 달려도 어제와 오늘이 다르고 오늘과 내일이 다르다. 달리는 동안 스쳐가는 모든 풍경들이 내 러닝 메이트가 된다.


버스에서 잘못 내린 탓에 우왕좌왕하느라 목표한 거리와 경로를 지키지 못했지만 오히려 좋아. 러닝을 시작하고 처음으로 새로운 풍경을 마주했고 새로운 길 위를 달렸다. 이게 러닝의 매력이 아닐까. 어디서든 달릴 수 있고 그 안에는 새로운 러닝이 가득하다. 달리는 곳이 곧 트랙이다. 경험해보지 못한 수많은 트랙들 속에서 내가 달려갈 러닝들이 무수히 많다고 생각하니 다음 러닝이 벌써 기대되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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