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를 낳은 지 이틀이 지났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시간, 16시 22분. 이틀 전 18시 22분에 아기를 낳았으니 딱 시계를 48시간 전으로 돌리면 지옥 같은 진통을 겪고 있을 시간이다. 도무지 끝날 것 같지 않던 시간이 고작 몇 시간 지났을 뿐인데 몸은 수 개월 전 그때처럼 가벼워졌고 이제는 드디어 똑바로 누워서도 잔다. 시간이라는 것이 새삼스럽게 신기하고, 너무 끔찍하게 괴로워서 절대 잊혀지지 않을 것 같던 고통의 기억이 지우개처럼 지워진 것도 신기하다. 얼마나 괴로웠는 지는 잘 떠오르지 않는다. 다신 겪고 싶지 않은 고통이라는 것만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한가롭다. 아기가 언제 나올 지 몰라 긴장의 끈을 달고 살던 두 달 여의 시간이 끝났다. 지금은 남편과 푹신한 조리원 침대에 누워 여유롭게 텔레비전을 본다. 때가 되면 진수성찬이 나오고, 또 몇 시간이 지나면 간식이 나온다. 아기는 인큐베이터에 들어갔다. 병원에 아기만 놓고 퇴원하기 싫어 계속 머뭇거렸지만, 퇴원하는 당일 날 면회한 아기가 많이 건강해졌고 곧 엄마를 따라 퇴원할 거라는 의사 선생님 말씀에 한결 안심이 되었다. 그러고나니 얼마 남지 않은 이 시간을 누려야겠다는, 다소 편안한 마음이 들었다.
아기를 바라보고 있으면 기분이 묘해진다. 볼을 만져주고 싶고, 안아주고 싶고, 바늘을 손에 꽂은 모습이 안쓰러워 눈물이 났다가도, 또 눈 한 번 마주치면 그게 뭐라고 그냥 웃음이 난다. 그러다가도 문득 기분이 묘해지는데, 이 낯선 얼굴, 만난 지 이틀밖에 안 된 처음 본 얼굴이 이렇게나 마음 속 깊숙이 들어올 수 있다는 사실에 흠칫 놀란다. 그리고 그 사실이 너무 놀랍기도 하고 무섭기도 해서 나도 모르게 잠시 거리를 두게 된다.
몸 상태는 아주 좋다. 훗배앓이도 거의 없고, 자궁 수축도 빨랐다. 배가 아주 많이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출산 때 입고 온 옷이 지금은 아주 낙낙하다. 엘리베이터 거울에 비친 몸을 보고 또 새삼스러워서 놀랐다. 신체는 정말 신비하다. 10개월 동안 순차적으로 진행되었던 것들이 단지 몇 시간만으로도 제 자리를 찾기 위해 빠르게 돌아간다. 많은 것들이 이전으로 돌아가지만, 내가 임신을 했었다는 사실은 튼살로 선명하게 남아있다. 배 가득히 고양이가 긁은 것처럼 남아있는 튼살이 그래서 우울하지만은 않다. 내가 이 아이를 낳았다는 사실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때 튼살을 보면 오히려 조금 위안이 된다.
아기가 얼른 퇴원했으면 좋겠다. 아기를 안아주고 싶고, 모유를 주고 싶다. 함께 발 맞춰 나가고 싶다. 함께 진통을 겪은 우리가 또 어떤 생활을 만들어 나갈 지 기대가 된다. 아기를 낳기 전엔 마냥 두려웠던 일들이었는데 눈으로 마주한 너와 함께 한다는 생각을 하니 또 그리 무섭지만은 않다. 다른 누가 아니라 너가 내 곁으로 왔으면 좋겠다. 가장 좋은 때에 네가 나왔던 것처럼, 나는 그저 나의 최선을 다하면서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