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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갱그리 Dec 31. 2018

2018년 갱-어워드

총평: Brand new Work

일을 겁-나게 많이 했던 한 해였다. 그런데 일복 터지고 돈복은 안 터졌음. 쉴새없이 일하는데 왜 더더더 가난해지는거죠? 일이 많기도 했는데, 질적으로도 새로운 시도를 많이 했다. 제대로 인터뷰를 해보는 것도 처음이었고, 등재된 학술지에 원고를 투고한 것도 처음이었으며, 문학 잡지에 기고한 것도 새로웠다. 무엇보다 올해 <코믹스 페미니즘> 연구를 매듭지은 일은 나를 두 뼘은 더 성장하게 했다.


돈 버는 평일 낮일도 변화가 있었다. 7년 간의 개발 경력을 접고, 처음으로 홍보라는 새로운 직무에 도전했다. 개발을 접는게 정말 맞는 걸까 싶어서 계속 사이드 프로젝트나 프리랜서로 개발을 했지만, 홍보도 새로운 매력이 있었다. 그래서 안팎으로, 올해의 키워드는 Brand new Work. 


올해의 음식: 오징어물회 

원더지가 찍어준 물회 쉐이킹 영상 ㅋㅋㅋ 

올해 물회 처음 먹어봤다. 그것도 오징어물회+튀김+소주 진리였다고 한다...저와 물회 with 소주 잡숴주신 이서영, 여정훈, 원더지, 신인아, 박혜민님께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매콤한데다 쫄깃쫄깃하고 거기에 오징어튀김을 곁들여 바삭바삭함까지.. 거기에 소주를 더해 탄산 없이 깔끔한 식사! 단연 최고였습니다..


올해의 만화: 웹툰 <우두커니>

사랑하는 만화는 많았지만, 그 중 하나를 꼽으라니 정말로 선택할 수가 없었다.. 왜죠.. 그래도 2018년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칼럼에서는 고민고민하다가 웹툰 <우두커니>를 꼽았다. 치매에 걸린 아버지를 보살피는 딸의 이야기다. 육아하는 나의 모습과 어딘가 겹쳐지다가도, 드러나는 차이에 내가 모르는 다른 세계를 발견하게 됐다. <우두커니>는 관찰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치매의 모습과 보호자의 막막함 등이 흐릿하게 그려지면서도 선명하게 전달되어 독자의 마음을 가만가만 울리는 힘이 있다. 나는 내가 발견할 수 없던 세계를 말해주는 이야기들을 좋아한다. 그래서 올해의 만화는 웹툰 <우두커니>로.


올해의 영화: <A Star is Born>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스틸컷

가벼운 마음으로 보기 시작했다가, 두 번 세 번 연달아 보게 된 영화. OST도 반복 재생해서 듣는다. 사실 올해 본 영화가 거의 없다. 있어봐야 <서치>, <마녀>, <보헤미안 랩소디> 정도. 전개가 시원시원하고 빠른 데에 비해 이 영화가 전달하는 감성은 굉장히 무겁다. 잭슨이 발탁한 앨리가 팝스타가 되면서 둘 사이에 촉발될 수 있는 갈등을 뻔한 클리셰로 풀어내지 않고 잘 살려냈다. 개인적으로는 앨리가 무대에 서기 전에, 욕조에 들어가 불안에 떠는 장면이 가장 좋았다. 원고는 받았는데 막상 노트북 앞에 앉아 머리를 쥐어뜯으며 "내가 대체 왜 이 원고를 한다고 했지" 하는 나와 비슷해서.. 크흡


올해의 후드티: 톰보이 후드원피스

후드티 사려는데 "너 그 옷이랑 비슷한거 오조오억개 있지 않아?" 라는 말 백만번 들은 사람. 들을 때마다 "아냐, 후드티도 다 다르거든! 핏도 다르고 색깔도 다르고 길이도 다르거든! 치마랑 입는 후드티, 바지랑 입는 후드티, 코트 안에 받쳐입는 거, 패딩 안에 입는 거 다 다르거든!" 외치는 나. 후드티는 진짜 다 다르다, 그리고 올해 상 주고 싶은 후드는....바로바로 톰보이 후드 원피스. 오버핏이면서도 패딩 안에 입었을 때 별로 쪼이지 않는다. 많이 빨아도 시보리 부분이 흐물흐물해지지 않고, 굉장히 따뜻하다. 기모레깅스에 톰보이 후드 원피스 하나면 강추위 걱정 놉. 나와 함께 해주어 고맙드아.


올해 산 가장 비싼 물건: 카메라(Sony A7M2)

비싼 카메라로 찍은 내 사랑들♥

홍보로 직무를 바꾸면서, 행사를 더 예쁘게 담고 싶다는 의욕이 충만해서 형욱오빠에게 사진을 배웠다. 그리고 무려 이백만 원짜리 카메라를 샀다(!!!!) 사실 백만원 이하의 똑딱이 사려고 했는데 두섭이 이왕 살거면 비싼 걸로 사야한다고 자꾸 부추겨서. 그래도 다행히 행사 세일에 맞춰서 정가 대비 정말 저렴하게 샀다. 구매한 비용이 아깝지 않도록 마구마구 찍고 있다. 그런데 아직 초점을 못 맞추겠음. 하하하....자꾸 초점 엉뚱한데로 빗나가고.. 소해 사진 찍는데 핀 나가서 어깨에 초점에 맞았는데, 원철오빠가 '감성핀'이라고 이야기해줘서 고마웠다..


올해의 잘한 일: 「코믹스 페미니즘-웹툰시대 여성만화 연구」

상반기에 박희정 선생님과 함께 코믹스 페미니즘-웹툰시대 여성만화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1990년대 순정만화를 다룬 논문을 나누어 읽고 매주 토요일마다 만나 발제하고, 공부하고, 만화를 읽어와 비평하고, 분석을 나누고, 쓰고, 합평하고, 수정하고, 퇴고하고, 고치고, 다시 쓰기를 반복했다. 토요일 아침마다 방문하던 파주 카페가 우리의 세미나 장소여서, <코믹스 페미니즘 연구>를 상기하면 스콘과 아메리카노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 


재밌는 시간이었고 감사한 시간이었다. 시간 내어 우리의 초고를 읽고 비평해 준 선배와 동료들께 너무 고마웠다. 이를 계기로 성상민 만화평론가·박희정 기록활동가와 함께 '합정이베리코믹스학회'를 결성하기로 했다. 합정에 모여 만화비평을 공부하며 이베리코돼지 삼겹살을 먹는 모임(..) 내년에는 코믹스 페미니즘을 더 발전시키려고 계획 중.


+덧. 문화사회연구소 김성윤 샘이 우리 연구를 워커스에 소개해주셨다. 아래는 김성윤샘이 써주신, 우리 연구의 세 줄 요약. 

1. 과거 순정만화를 중심으로 한 장르적 관습은 독자들의 취향과 여성들의 삶을 로맨스 중심으로 끌고 가는 효과가 있었다. 작품 속 여성들은 그런 한에서만 의미 있는 캐릭터가 될 수 있었다. 

2. 후기-자본주의적 특징이 본격화되고 만화 장르 내에서는 웹툰 시대를 맞이함에 따라, 여성만화에서도 순정만화적 관습을 깨는 움직임들이 나타났다. 물론 그와 같은 전환이 순조롭기만 한 것은 아니어서 젠더 권력을 인식하거나 재현하기까지 일련의 과도기적 동요가 동반되기도 했다. 

3.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부터는 젠더 권력과 가부장제적 폭력 구조 문제가 작품 전면에 등장한다. 이와 같은 변화는 ‘창작-수용-비평의 여성문화(공동체)’의 장구한 도전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것이 바로 ‘여성만화’를 역사화함으로써 얻어낼 수 있는 교훈이다.


올해의 못한 일: 마음의 건강 관리

올해 네일을 거의 하지 못했다. 네일을 못했다는 건 네일 관리 받으러 갈 시간이 없었다는게 아니라 내가 손톱이 길도록 그냥 놔두지 않고 모조리 물어뜯어버릴 만큼 불안하고 초조했다는 뜻이다. 기존에 있던 회사를 퇴사하면서 심적으로 괴로웠고, 공백 기간 동안엔 행복했지만 다시 이직하면서 새로운 회사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또 계속 불안과 우울을 겪었다. 신경이 계속 곤두섰고, 잠을 줄여 일하다보니 아이에게도 짜증을 많이 냈다. 내년에는 내 마음 관리에 더 힘 쓰고 싶다.


올해의 못 쓴 글

쓰고 싶었지만 못 쓴 글들. 올해 발행하지 못했으니 기억해두었다가 내년에라도 꼭 쓰자.

『나를 보라, 있는 그대로』책 서평

「하나의 취향을 바꾸기까지 - 우유에서 두유로」에세이 글

「후드티 찬미」에세이 글 

작가의 이전글 여성개발자, 청소년 성매매 문제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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