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육我일기

+333 다시, 육아일기

by 갱그리

오랫동안 육아일기를 쓰지 않다가, 오늘에서야 어렵사리 글을 쓴다. 갑작스레 육아일기를 중단하게 된 건 육아일기에 대한 회의감 때문이었다. 그동안의 육아일기는 언제나 아기가 귀엽고 예쁘다가도 힘들고, 좌절하면 울다가 다시 기운을 차리는 전형성에 매여 있었다. 그러나 실제 내 일상이 그렇기도 했다. 아기의 표정 하나에 웃다가도 울고, 울다가도 웃는 사이클이 계속해서 반복되었다. 여기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최소한 이 사이클의 의미라도 알아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여태 써오던 육아일기 대신 지금까지의 육아일기를 분석하는 에세이를 썼고, 짧지도 길지도 않은 분량의 에세이 한 챕터가 마무리된 후 다시 육아일기로 건너왔다. 여전히 이 일기를 쓰는 목적은 모호하지만, 어쩐지 이어 쓰고 싶었다.


아기는 하루가 다르게 자라났다. 스스로 앉기 시작하더니 이제 벽이든 손잡이든 거뜬히 잡고 일어 선다. 소파나 낮은 책상 위로는 기어 올라가기도 한다. '아빠'나 '엄마', '맘마'같은 단어도 또렷하게 발음할 수 있게 되었다. 성장한 만큼 자아가 생겼고, 고집이 세졌다. 예전에는 위험한 물건을 만지려고 할 때 빼앗더라도 울지 않았는데, 지금은 떼 쓰고 울면서 달라고 한다. 이제 서서히 훈육의 방법도 고민하게 되는 때다.


회사를 다니고 아기를 기르면서, 나는 아기와 단둘이 있는 시간이 부쩍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회사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아기에게 풀고 싶지 않은데, 아기의 떼가 심해지면 심해질 수록 나조차 감정 통제가 되지 않았다. 왠만하면 떨어져있던 시간만큼 늘 웃어만 주고 싶었는데, 너무 피곤한 날에는 나도 같이 짜증을 냈다. "엄마도 힘들어." 라는 말이 입밖에 나오는 날엔 죄책감에 잠을 설치곤 했다.


아이 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여전히 빚지는 육아를 하고 있다. 특히 양가 부모님께 그렇다. 감사함과 죄송함으로, 내 마음엔 늘 무게추가 달려있다. 그러나 이 무게추들은 불안한 일상의 균형을 가까스로 잡아주는 저울의 중심 추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잘 살아야겠다'고 생각한다. 돈을 많이 벌고 실적을 근사하게 내는 방향이 아니더라도, 내 삶에 최선을 다해 행복해져야겠다는, 무게감.


일년이 다 되어가도록 나와 아기는 여전히 서로를 탐색하는 중이다. 그나마 긍정적인 사실은 우리 둘 다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태 그래왔던 것처럼, 때로 힘들고, 때로 벅차더라도 우리는 잘 해낼 것이다. 그건 무엇보다도 우리를 잡아주는 이 많은 손들 덕택이다. 손에 손 잡고, 서로를 키우며- 이제 다시 시작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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