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가 잘하는데를 못가봐서 그래~"
다소 짜증나는 말이다. 본인이 얼마나 맛있는데를 가봤는지 듣는 이는 관심도 없고 잔소리로 들리기도한다. 음식을 좋아하고 이곳저곳 여러 음식점 탐방을 다니는 편이긴 하지만 편식을 하는 편이라 나는 의외로 별로 해본 적 없는 말이기도하다. 하지만 말하는 사람의 입장이 조금은 이해가 되기도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진심으로 상대방이 그 음식을 좋아하길 원하는 마음에 나오기도 하고 스스로도 이전에는 큰 관심을 가지지 못했던 음식들이 특정 음식점에서 먹어보며 오히려 사랑에 빠진 경험들이 있기 때문이다. 급식 카레만 먹다가 일본에서 제대로된 일본식 카레를 먹었을 때, 물컹한 가지무침이 아니라 중국집에서 겉은 바삭하고 안은 촉촉한 가지 튀김을 먹었을 때와 같이 이전에는 별 관심이 없었거나 싫어하던 음식들이 특정한 음식점에서의 경험에 의해 그 인상이 뒤집어지기도 한다. 그리고 그러한 경험 중 가장 생각나는건 족발이다.
어린시절 우리 가족에게 족발은 배달음식이었다. 원할머니보쌈, 장충동왕할머니보쌈 등 대표적인 배달 족발, 보쌈을 판매하는 프랜차이즈에서 주문하곤 했는데 사실 대단히 맛있다 생각하진 않았다. 족발을 시키던 보쌈을 시키던 차갑고 얇게 썰은 고기가 오곤 했는데 그저 어린마음에 고기가 있어 좋았고 오히려 막국수를 더 반겼을지 모른다.
그러던 어느날 무한도전에 정형돈이 족발을 먹고싶다 얘기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쫀득쫀득'한 족발을 먹고 싶다하는게 아닌가. 이해가 안되는 말이었다. 내가 아는 족발은 전혀 쫀득하지 않았고 그저 간장양념에 삶은, 다소 퍽퍽한 고기였다. 누구한테 물어보기도 애매한 소소한 의문이라 홀로 의아해 하고 있었다.
'족발은 안쫀득한데...'
그리고 오래지 않은 어느날, 학교를 마치고 집에 오니 문앞에 새로 개업한 족발집 배달 전단지가 붙어있었다. 족발은 자주 시켜 먹는 품목이 아니었지만 새로생긴 가게이기에 관심이 가 동생과 함께 저녁에 배달을 주문했다. 처음 배달 봉투를 받아들었을 때부터 뭔가 다름을 느꼈다. 받아든 봉투가 따뜻해 의아함을 느끼며 족발을 꺼내니 족발이 뜨거운게 아닌가. 먹기도 전에 맛있음을 예감헀다. 뜨거운 고기가 맛있는게 당연한게 아닌가. 그리고 첫점을 새우젓과 함께 맛보니 이 족발은 쫀득했다...!
새로운 맛에 대한 환희와 함께 이전에 경험한 족발들에 대한 배신감을 동시에 느꼈다. 따뜻한 족발은 찬것에 비해 식감이 뛰어남은 물론이고 과장을 조금 보태 다른 음식이라 느껴질 정도로 풍미도 달랐다.
성인이 되고 술자리를 즐기며 족발에 대한 애정은 더욱 깊어졌다. 소주와 함께하니 부추 무침, 보쌈 김치 등의 반찬들 또한 단독으로도 훌륭한 안주였고 지금은 대중적이나 당시 나에겐 생소했던 불족발의 자극적인 맛에 놀라며 족발과 함께 취하는 나날을 보냈다.
2010년대 초중반의 어느 시점을 기점으로 따뜻한 족발이 시장을 점유한 듯 하다. 이제는 어느 족발집을 가더라도 따뜻한 족발을 쉽게 접할 수 있다. 평양냉면집의 차가운 제육 같은 음식을 먹으며 찬 고기도 맛있을 수 있다는걸 깨달은 멋진 어른으로 성장한 나이지만 따뜻한 족발이 대중적인 입지를 다진건 참으로 만족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