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 통과기 2화]

– 얼굴에 철판은 후천성

by 아세빌
그들도 처음엔 소녀였을 거야.


작가님과의 양도 계약서 서류가 오고 가고

기분 좋게 검토를 마친 후

다시 저작권 협회에 양도 신청을 넣었다.


‘이제 정말 끝이겠지?’

하는 안일한 착각에 빠져있을 때,

협회 측에서 다음날 전화가 왔다.




ㅡ ??? “네, 잘 받았습니다.

그런데… 양도인의 '신분증 사본'도 함께 필요합니다.”


…아 이럴 수가

작가님 사업자 등록증만 있으면 된다면서요!!!


또다시 작가님께 죄송한 마음을 안고

신분 증명을 부탁드렸다.


단 돈 55,000원에 구매한 그림.

너무 민망해 온몸이 쪼그라드는 기분이 들었다.


계약서에 신분증명에 일이 많기도 했고

나를 이상하게 보실 것만 같아 걱정이 되었다.


그러나 소심한 나의 걱정과는 달리

작가님은 아주 긍정적으로 모든 서류를 준비해 주셨다.


그리고 나는 아주 당당히

다시 신청을 넣었다.




역시나 다음 날

저작권협회에서 또 전화가 왔다.

노이로제가 걸릴 판이었다. (쓰는 지금도 소름이 돋는다.)


ㅡ “계약서에 제호(캐리커쳐명)와 종류 명시가 틀렸습니다.

이 부분 수정 후 다시 제출 부탁드립니다.”


한 번에 체크해주지 않는 저작권 협회를 탓하고 있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힘없는 창작자들의 대변인이라 칭송했었는데....


거부당하는 서류가 쌓일수록

'철밥통 웬수들' 이라 표현하게 되었다. (죄송합니다..)




매번 양도계약서를 새로 작성해야 했고

바쁜 작가님께 몇 번째인지 모를 부탁을 드려야 했다.


이쯤 되면

내가 '뻔뻔한 진상'이 되어가는 기분이었다.


“작가님.. 안녕하세요?..ㅎㅎㅎㅎ”


예전의 나였으면 식은땀이 났겠지만,

지금의 나는 당당하게 “진짜최종.pdf”를 보내드리고 있었다.


나에게 불편한 부탁은

남에게도 절대 못하던 성격인데

서서히 변해가는 나 자신을 보며 참으로 놀라웠다.




10년의 자영업 인생

정말 많은 사람들과 교류를 하게 되었고

때때로 얼굴 두꺼운 사람들을 참 많이 겪어 왔었다.


그럴 때 마다

‘어떤 선천적인 유전자를 타고났길래 저러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종종 하곤 했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애초부터 얼굴에 철판을 한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그 꺼풀을 살짝 열어보면
어쩌면,
나처럼 소심했을 소녀들이 조용히 앉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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