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택배 소장님
하루에 택배 한 개만 나가도 그렇게 기뻤던 시절이 있었다.
그만큼 간절했지만 물량이 적다는 이유로 택배사 계약은 번번이 거절당했다.
결국 편의점 택배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이전에 말아먹은(?) 액세서리 쇼핑몰 시절부터 편의점에서 배송을 보내곤 했는데 이게 물량이 적어도 은근히 번거로운 일이었다.
비라도 오는 날에는 박스들을 큰 비닐로 바리바리 싸서 편의점까지 들고 갔는데 좁은 편의점 안에서 한참을 자리 차지하고 접수하는 시간이 나에겐 너무 눈치도 보이고 불편했었다.
게다가 이런 과정 자체가 시간이 많이 들고 너무 비효율이었지만 일주일에 몇 개 보낼까 말까 하던 시절이니 배송사 계약은 언감생심이었다.
주문이 늘기를 간절히 바라던 나는 딱히 종교가 없는데도 알고 있는 모든 신에게 "하루에 한 개씩은 꼭! 팔게 해 주세요ㅜ"라며 소원을 빌었었다.
간절하게 빌었더니 결국 이뤄진 건지 덕분에 주문이 점점 늘어나 매일 같이 편의점으로 택배를 보내러 가게 되었다.
그때부터 이렇게는 안 되겠다 싶어서 눈에 띄는 택배기사님들한테 계약 좀 해달라며 달려들었는데 계약하기에는 수량이 너무 적어 모두 거절을 당했다. (거절당하는 스킬만 늘던 시절...)
그러다 우리 집에 배송을 오시던 로젠택배 기사님께도 물어보게 된 날이 있었는데 너무 흔쾌히 계약을 해주시겠다고 했다.
그렇게 나는 소장님을 만나게 되었다.
소장님은 참 따뜻하고 선한 분이셨다. 하루에 1개 보내던 500개 보내던 한결 같이 나를 대해주셨는데 초보사장이 도매시장에서 치이고 다니다가 친절한 분을 만나니 그냥 너무 좋았던 거 같다.
소장님은 내 물량이 줄어들 때면 배송 탑차에 공짜로 광고지까지 붙여주겠다고 하시곤 했다.
무엇보다 내 박스에 로젠 송장이 붙던 순간은 지금도 기억난다. 나도 이제 진짜 쇼핑몰 사장님 된 건가? 싶은 벅참이 있었다.
그러다 주문이 터져서 나갈 택배가 산더미 같던 때가 있었는데 그때 소장님은 내 옆에 서서 봉투에 제품을 넣고 송장을 붙이고 계실 정도로 친밀감이 대단해졌다.
오늘 첫 출근한 포장알바 같던 어설픈 소장님을 떠올리면 아직도 웃음이 난다.
이쯤부터 택배 물량이 많이 늘어나게 되니 다른 택배사에서 계약하자며 영업이 많이 들어왔었다.
로젠택배 배송료가 타 택배사에 비해 조금 비싼 편이라 계산기를 두드려보니 거의 사무실 월세를 넘을 만큼 차이가 나서 cj택배로 옮기려고 시도한 적이 있었다.
장사 초기 어려운 때에 남들이 다 마다하던 나와 계약을 해주셨는데 이제와서 물량이 가장 많을 때 다른 배송사로 옮기려니 마음 한 구석이 계속 불편했었다. 하지만 이윤을 안 따질 수가 없는 처지라 소장님께 배송을 cj로 옮기겠다고 말씀드렸다.
며칠동안의 걱정이 무색하게도 불편한 내 맘을 되려 위로하시며 소장님은 늘 그렇듯이 괜찮다고 하셨다.
찝찝한 마음을 뒤로하고 cj택배와 계약을 하게 되었는데 내 사무실에 송장기계를 설치해 주는 순간 후회했던 것 같다.
내 가슴이 너 이렇게 살면 안 된다고 날 혼내고 있었다.
바로 cj택배 계약을 취소하고 로젠택배 소장님께 전화해 죄송하다고 했는데 그저 웃으며 괜찮다고 하셨었다. 소장님은 늘 상대방 마음을 편하게 해 주시는 배려심 많은 그런 분이었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나 코로나가 시작되던 시기에 소장님은 늦은 결혼을 하시고 한 달 뒤 갑자기 쓰러지셨다.
나의 아버지가 뇌출혈로 쓰러진 지 얼마 안 된 시점이라 충격은 배가 되었다.
그때만 해도 속이 어려서 그랬던 건지.. 지금 나이라면 절대 그러지 않았을 텐데. 몇년 동안 좋은 선물 하나 챙겨드리지 못한 게 늘 마음에 남는다.
다음 주가 추석이라 거래처들 선물을 준비하다 보니 자꾸만 소장님 생각이 나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다.
아직도 회복 중이신 소장님이 하루속히 건강해지셔서 다시 마주하길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