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장끼 값도 아깝다
판매를 시작하고 주문이 서서히 늘어나고 있었다.
애초에 자본이라 할 것도 없이 지갑 1개 가지고 시작한 데다가 남편도 사무실을 정리해서 재고를 둘 공간도 돈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주문 들어온 만큼만 사입하려고 매일같이 동대문 도매 시장을 나갔다.
자주 가던 거래처가 한 군데 있었는데 거기 사장은... 인간미라고는 1g도 없는 사람이었다. 나야 뭐 나한테 차갑게 굴든 말든 물건만 잘 주면 됐는데 그날은 아주 결정타를 맞았다.
“장끼(영수증) 값도 아깝다.”
....??? 녜? -_-
내가 물건을 많이 못해간다고 나한테 줄 영수증 종이값도 아깝다고 한 말이었다. 내가 공짜로 달라한 것도 아니고 깎아달라 한 적도 없는데, 돈은 다 받아놓고 영수증 종이 한 장이 아깝다니.
그 말을 듣자마자 바로 받아쳤어야 했는데 소심했던 나는 너무 민망하고 그래서 대꾸도 못하고 돌아왔다.
밤에 자려고 누워 이리저리 시뮬레이션을 돌리면서 이렇게 말할걸, 저렇게 말할걸 후회하던 내가 한심하고 가엾었다. ㅜ
어쨋던 결국 그 집과 거래는 바로 끊었다.
나도 내 발걸음 아깝거든? 하는 심정으로.
하지만 내가 거래를 끊는다고 해서 그 거래처에 타격은 1도 없었다. ㅜㅜㅎㅎㅎ
그 뒤로 다행히 주문이 더 늘어나기 시작했다.
물건을 대봉(도매에서 쓰는 거대한 비닐) 두어 개씩 꽉꽉 채워 들고 다니게 됐는데 일부러 그 집 앞을 천천히 지나갔다.
아주 유치해 보여도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복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