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꿈은 자영업이 아니었어

3화. 동대문 첫 입성

by 아세빌

악세사리 쇼핑몰이 쫄딱 망한 뒤

남은 재고는 남편 사무실 앞 길목에 좌판을 열고 팔아 없애기 시작했다.


길가에 작은 나무 탁자를 펼쳐놓고 그 위에 귀걸이와 반지, 목걸이들을 가지런히 올려두면 오가던 사람들이 하나둘 발길을 멈췄다.

“얼마예요?” 하고 묻는 소리에 거의 원가로 내어주다 보니 생각보다 금세 팔려 나갔다. 재고는 없어지고 있었지만 이제 뭘 먹고살지가 고민인 데다 일이 잘 안 풀리니 한동안 풀이 죽어 다녔다.


그 무렵 얼굴도 자주 보며 친하게 지내던 탠언니(마지막 쇼핑몰에서 친해진 언니 중 한 명)가 하루는 나를 동대문 남평화 상가로 데리고 갔다.

동대문 도매는 생전 처음이던 나는 그저 언니의 뒤를 졸졸 따라 커다란 상가 건물 안으로 발을 들였다.


세상에 이런 신세계가 있을 줄이야???

남평화상가는 가방과 지갑 같은 여성 잡화를 도매로 파는 곳이었는데 내가 인터넷에서만 보던 그 가방과 지갑들이 눈앞에 층층이 쌓여 있었다.

가죽 냄새가 콧속을 찔렀고 사람들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눈이 휘둥그레졌다.


고민을 거듭하다가 작은 지갑을 하나 사 와서 사진을 찍고 네이버 스토어팜(현재의 스마트스토어)에 올렸다.

기가 다 죽은 상태라 이게 팔리려나 했는데 며칠 지나지 않아 금방 팔려나갔다. 첫 주문 알림 소리에 가슴이 두근거려 한참을 휴대폰을 내려놓지 못했던 게 아직도 기억이 난다.


판매된 지갑을 출고하기 위해 사입을 하려고 동대문을 나갈 때면 탠언니와 종종 만나 커피를 마셨다. 커피를 마시고 나면 언니와 함께 동대문 두타(두산타워) 1층을 구경하곤 했는데 그곳은 의류 브랜드 매장들이 늘어서 있었다.

진열된 행거에는 예쁜 옷들이 줄지어 걸려 있었는데 값은 내 형편으로는 손도 못 댈 만큼 비쌌었다.

우리 돈 많이 벌어 500만 원씩 들고 와서 옷 펑펑 사서 입자며 깔깔 웃던 게 아직도 기억난다.


사고 싶은 옷도 많고 갖고 싶은 것도 많았던 20대가 쏜살같이 지나 곧 40대가 된다.

여지껏 두타에서 500만 원은 써보질 못했지만 지난 10년을 돌아보면 장사를 하며 웃고 울던 순간들이 모여 행복이라는 이름을 만들었다.


지금은 뭐니뭐니해도 예쁜 옷보다 입기 편한 옷이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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