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도 따뜻할 수 있을까

마음이 힘들 때마다 꺼내보는 숲

by OurSlowBlooms


다시 또 아침,

창밖으로 눈이 쉴 새 없이 내렸다.

아이들과 나갈까 말까, 한참을 망설였다.

폭설 속에서 길을 나선다는 건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었다.

그저 하루쯤은 숙소에서

쉬어가도 되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날 눈은 그냥 창밖으로만 보기엔

아쉬운 풍경이었다.

‘그래, 하루에 한 곳쯤은 다녀오자.’

그렇게 마음을 고쳐먹고,

우리는 사려니숲으로 향했다.


도착해 보니 메인 숲길은 폐쇄되어 있었다.

실망스러웠지만,

옆길로 조심스레 들어갔다 나오는 사람들이 보여

우리도 그 길을 따라 들어서 보았다.


그 순간, 나는 알았다.

아, 나오길 정말 잘했구나.

건우야 무슨 생각 중이니?


나를 나아가게 하는 힘


눈 덮인 삼나무들이 빼곡한 숲 끝

눈 덮인 삼나무들이 빼곡한 숲 안은

마치 다른 세계 같았다.

사방이 하얗게 덮인 그곳엔

소리도, 시간도, 생각도

모두 조용히 내려앉아 있었다.


아이들과 함께 조심스레 걸었다.

누군가 만들어 놓은

귀여운 눈사람과 동물 모양 눈조각들이

나무 위에 앉아 있었다.


나무 위의 귀요미 눈사람



이렇게 눈이 많이 오는 날에도

누군가는 마음을 담아

무언가를 만들어두었다는 사실이

괜히 따뜻하게 느껴졌다.


건우는 이리저리 눈을 밟으며 신나게 뛰었고,

아이들도 조용한 숲 속에서

뽀드득 소리를 내며 눈 위를 걷는 것을 재미있어했다.

숲 안은 고요했고, 눈보라가 잠시 일기도 했지만

사람의 인기척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서 더 오래 기억될 것 같았다.


나는 잠시 조용히 눈을 감았다.

차가운 공기 속에서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그 순간,

복잡했던 내 마음도

하얗게 덮여버린 숲의 고요함이

내 마음속에 서서히 번져나갔다.


눈내린 사려니숲


눈은 분명 차가운 것이지만,

그날 그 숲에서 나는 오히려

눈이 마음을 따뜻하게 해 줄 수도 있다는 걸 알았다.


그날의 숲은,

지금도 내 마음이 지칠 때마다 꺼내보는

따뜻한 한 페이지가 되었다.




이렇게 짧은 하루의 기억이

오래도록 마음을 붙잡아 줄 줄은 몰랐다.

거창한 변화가 아니더라도,

어쩌면 삶은

이런 조용한 순간들이

우리를 다시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건지도 모른다.


그날의 사려니숲은,

지금도 나를 나아가게 하는 힘이다.


삶이 버거운 어느 날,

당신에게도 따뜻한 눈이 내려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