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랑쉬오름을 오르다
제주의 다랑쉬오름.
분화구가 넓고 아름다워
많은 이들이 찾는 오름이다.
아이들과 하루 한 곳만 여행하기로 한 우리는
건우에게도 좋은 운동이 될 산행을 선택했다.
사실 아이들과는 처음 해보는 등산.
‘등산’이라기엔 소박했지만,
다랑쉬오름은
아이들에겐 제법 가파른 길도 있었다.
우리는
좁은 오솔길을 따라 한 걸음씩 나아갔다.
그날은 많은 눈이 내린 다음 날.
하늘은 약간 흐리고, 바람은 매서웠다.
정상까지 오를 수 있을지, 나도 걱정이 많았다.
조금 앞서걷던 건우는 힘이 들었는지
자꾸 반대 방향으로 내려가려 하고,
다른 아이들도 다리가 아프다며
점점 투덜거리기 시작했다.
오름의 1/3쯤에서
나는 잠시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게다가 가방 속,
건우를 달래주던
마지막 곰젤리도 거의 다 먹어가고 있었다.
차에 잔득 두고 온 젤리가 생각나며
언제 터질지 모르는
건우 걱정에 불안함이 더해졌다.
조마조마 하던 그때 드디어 정상 근처에 도착했다.
젤리가 다 떨어졌다는 사실을 눈치챈 건우는
정상에 오르자마자 폭발했다.
다행히 그곳에는 작은 초소가 있었고,
관리자분께 상황을 설명드리자
달콤한 초코파이를 건네주셨다.
정말 감사했습니다. :-)
그 사이, 건우는 분화구 반대 방향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두 아이에게 잠시 기다리라고 부탁하고
나는 다시 숨차게 달렸다.
겨우겨우 건우를 데려와 분화구 쪽으로 향했다.
그곳은 상상보다 훨씬 넓고 탁 트여 있었다.
바람도 잠시 멈춘 듯했고
햇살도 구름사이 잠시 고개를 내밀었다.
우리는 초코파이를 나눠 먹으며 한숨 돌렸다.
그리고, 내려오는 길.
눈은 없었지만
온통 나뭇가지로 만들어진
터널 같은 외길이 이어졌다.
햇살이 나뭇가지 틈을 비집고 들어와
우리를 따라 내려왔다.
힘들다던 아이들도,
내려오며 뿌듯한 얼굴로 웃었다.
조금 전의 투정이 언제였냐는 듯,
조용히 풍경을 바라보며 우린 함께 걸었다.
그 길을 함께 걸으며 생각했다.
인생도 어쩌면 오름을 오르는 일과 닮았다.
때로는 멈추고 돌아서기도 하지만,
꼭 정상에 오르지 않아도 괜찮다.
함께 걷는 시간 속에서 우리는 이미
충분히 위로받고 있으니까.
부모라는 이름으로,
오늘도 함께 오르고 내려오는
모든 분들을 응원합니다.
댓글로 여러분의 순간도 나눠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