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속을 들여다보는 너를 보며

제주 아쿠아플라넷

by OurSlowBlooms

제주에서 아이들과 찾은 수족관.

바람이 거세게 불던 날이었지만,

우리는 고요한 바다를 보기로 했다.

파도치는 해변이 아닌,

유리 너머 물속의 세계.


둘째와 셋째는 입장하자마자 신이 났다.

“엄마! 해파리야!”

“저건 해마야!”

이름을 부르고,

사진을 찍고,

수조를 따라 이리저리 바쁘게 움직였다.

언제나 그렇듯

그들은 세상을 향해 열려 있었다.


그 와중에,

건우는 한 걸음 느렸다.

한 수조 앞에 멈춰

오래도록 움직이지 않았다.

팔랑이는 물결,

조용히 헤엄치는 물고기들.

건우는 그 움직임을 따라

천천히 시선을 옮기고 있었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 안에 분명히 무언가가 있었다.


엄마는 문득 생각했다.

너의 마음속 세상도

이 수조처럼

고요하고 투명할까.


물소리를 좋아하고,

욕조 속 물결에 흥분하던 너.

욕실에서 물장난하는 시간이

하루 중 가장 편안해 보이던 너.

혹시 지금 이 순간도,

“들어가고 싶다”는 마음뿐이었을까?

아니면

물고기들의 움직임을 보며

무언가 너만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었던 걸까?


그 누구도 정답을 알 수 없지만,

엄마는 그냥 그 모습이 좋았어.

말없이 수조 앞에 서 있는 너를

뒤에서 오래 바라보았다.


수많은 사람이 지나가는 와중에도

너는 한참을 같은 자리에 있었다.

움직이지 않았지만,

아주 깊게 움직이고 있었을 너의 마음.


둘째와 셋째가 몇 번이고

“건우야 같이 가자!”

말했지만,

넌 대답하지 않았고,

나는 그 대답 없음조차

그저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우리에게는

조금 다른 속도가 있고,

다른 방식의 ‘구경’이 있으니까.


제주에서의 하루,

너와 함께

수족관을 걷고,

가끔은 멈추고,

다시 걷는 이 리듬이

참 감사했어.


네가 웃지 않아도,

말하지 않아도,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한 하루였어.


고마워.

건우야.

내게 와줘서.


너는 너만의 속도로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었구나.

그리고 나는 제주에서,

너의 그 세계에

잠시 함께 머물 수 있어 행복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