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버티던 매니저에서, 내일을 여는 리더로>
실패라고 하면 섭섭하고,
성공이라고 하자니 어딘가 망설여지는
영어학원과 디저트 가게 나의 봄.
섭섭하다 말했지만, 냉정히 돌아보면
두 번의 ‘나의 경영’은 결국 패배에 가까웠다.
물론 그 과정을 통해 내가 성장하기는 했다.
그러나 가르치는 것과 만드는 것에만
진심이었던 마음은
모든 문제를 풀어주지 않았고,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지도 못했다.
그렇게 두 번의 경험은, 나에게
뼈저린 교훈을 남겨주었다.
그런 의미에서 목동의 학원은
그 자체로 가르침의 연속이었다.
20여 년 동안 쌓여온 시스템,
그것은 대형 학원의 원동력이자
쉽게 무너지지 않는 힘이었다.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객관적인 평가,
색깔을 분명히 드러내는 자체 교재,
미리 짜여 있는 3개월 진도표와
6개월을 내다보는 커리큘럼.
목동 대형학원의 시스템은 이미 이렇게
구체적인 장치들로 단단히 뿌리내려 있었다.
시스템이란 결국
내일을 위한 밑그림,
오늘을 실현하는 도구,
그리고 어제를 정확히 되돌아보는 눈이었다.
그 모든 것이 쌓여
학군지 대형 학원의 힘이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하루살이 경영만을 했던 나는,
안타깝게도 그걸 배우지 못했음을
매일매일 그 안에서 일하며 깨우치게 되었다.
드디어 왜 항상 그렇게 열심히 일하는데도
늘 힘겹게 부딪히며 견뎌야 했던 것인지
감을 잡게 된 것이었다.
부원장으로서 일을 배우며
비슷한 상황 속 다른 해결책들을 마주할 때마다,
아, 그래서 내가 그때 힘들었구나.
아, 그때는 이렇게 했어야 했구나.
그런 깨달음이 하나씩 쌓여갔다.
부원장이 되었긴 했지만
아직 입사 6개월밖에 되지 않았기에
나는 누구보다 열심히 시스템을 들여다보고
연구하며 공부했다.
다행히 총괄원장님과 대표원장님께서
매주 미팅을 진행하셨고,
그 자리에서 캠퍼스의 문제와 해결 방안을
함께 논의할 수 있었다.
나름 학원 밥 15년 차라 자부했지만,
때로는 그분들의 혜안 앞에
절로 고개가 숙여지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문제가 생겼다.
매주 캠퍼스의 문제를 논하는 회의에
기존 원장님은 초대되지 않은 것이다.
말로는 내 교육을 위한 자리라 했지만,
알 수 없는 기류 속에서
캠퍼스 원장님의 표정에는 불편함이 서려 있었다.
게다가, 교육이라 불린 회의가 끝난 뒤,
그 회의 결과는 곧장 캠퍼스로 내려왔는데,
이는 캠퍼스 원장님의 심기를
더욱 건드릴만한 것들이었다.
부원장의 수업은 하루 최대 3개로 제한.
앞으로 들어오는 신입생 상담은 되도록 부원장이 맡을 것.
초6·중1 학생들의 모든 의사결정은 부원장이 내릴 것.
재원생의 3분의 2가 초6과 중1인 상황에서
힘의 균형은 자연스레 나에게로 쏠렸다.
그 사실만으로도 기존 원장님의 마음을
상하게 하기에 충분했고 결국 그는 사표를 썼다.
지금 돌이켜보면,
부원장인 나만 계속 상사들과 회의를 할 때부터
어쩐지 원장님의 눈빛이 점점 달라지고 있었다.
회의 결과를 보고해도 반응이 없어,
처음엔 그저 바빠서 내 말에 건성인 줄 알았다.
하지만 부원장이라는 이름으로
총괄원장님, 대표원장님과
오직 나만 단독 회의를 이어가던 그때,
아마도 그의 마음 밑바닥에서는
작은 균열이 조용히 시작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오직 원장님을 돕고 싶은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었는데,
졸지에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뺀’
미운 형세가 되어버렸다.
결국 사직서가 수리된
캠퍼스 원장님은 짐을 정리하며,
내 잘못이 아니라고 했다.
그저 자신의 능력이 부족했을 뿐이고,
결국은 본인의 결정이니 신경 쓰지 말라고도 했다.
그러나 상담실장의 눈빛, 팀장의 시선은
따갑게 내게 쏟아졌다.
하지만, 일은 이미 벌어졌고,
캠퍼스 원장의 자리는 나에게로
맡겨지게 되었다.
진짜 이제 이 캠퍼스는
정말로 나의 책임이 되어버렸다.
겨우 시스템을 조금씩 알기 시작했을 뿐인데,
내가 과연 무엇을 해낼 수 있을까.
자꾸만 자기 의심이 밀려왔다.
도망치고 싶다는 마음마저 불쑥 고개를 들었다.
그런 마음을 눈치채셨던 걸까.
다음 미팅이 끝날 무렵,
총괄원장님이 내게 책 한 권을 내미셨다.
책 앞장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매니저가 아니라, 진정한 리더가 되길.”
그 말에 순간 내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두 번의 패배의 원인이 그 말을 통해
다시 한번 눈앞에 선명하게 드러났다.
나는 늘 한 발자국 앞만 내다보던 매니저였다.
어떻게든 오늘만 버티려 애쓰던,
하루살이 매니저에 머물러 있었을 뿐.
내일, 다음 달, 내년은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리더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리더는 누구보다 앞날을 치열하게 그려가는 사람.
그래, 나는 리더가 되지 못했기에
여태껏 끌려가기만 했고,
문제가 생기면
그저 그 불씨만 끄기에 급급했을 뿐이었다.
그래서 나는, 입사 7개월 차에 접어들던 그 가을,
마침내 리더를 꿈꾸는 원장이 되기로 결심했다.
직영이라 해도,
캠퍼스의 모든 일은 일차적으로 원장이 책임지는 자리.
총괄원장님은 내 부담을 덜어주고 싶으셨던지
“다른 이의 돈으로 경영 공부한다 생각하고,
마음껏 해보라” 하셨다.
생전 처음 뵙는 이사장님에게서도
메시지가 도착했다.
“밀어줄 테니, 열심히 해보세요.”
정말로 이제 나는 내 가능성을,
그리고 리더로서의 잠재력을
말 그대로 꺼내 보여야 할 순간을
맞이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