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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온 May 07. 2021

(4-3) 모든 것을 변화시킬 시간

(4) 국경을 넘어 다른 관계, 다른 정치를 만드는 시간 


고은영 위원장은 국민국가의 경계를 넘어선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금 동아시아 여성들이 토건이나 경작지의 파괴 등 여러 상황의 가장 민낯을 보고 있어요. 지구에서 가장 내던져진 존재들에게 오랜 가부장제 사회의 억압과 기후위기라는 위기가 함께 찾아왔고 동시에 (함께 싸울 수 있는) 기회에 찾아왔기에 공동의 전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것들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 (고은영)


인류학자 백영경 교수 역시 정착식민주의(settler colonialisim)에 맞선 토착민들의 관점과 투쟁을 소개하며, “자연착취적이고 파괴적이며 이성애중심적인 남성지배체제”와 식민지배의 역사를 청산하는 과정이 기후위기에 맞서는 행동과 이어져있음을 강조한다. 또한 그 과정은 한반도의 평화체제 건설과도 만난다.

“기후위기의 원인을 깊이 따져 들어가다 보면 결국 한반도의 식민체제 청산, 평화와 외교, 노동문제 등까지 두루 관련성을 발견하게 될 것이며, 그렇게 보면 한반도에서 인류세의 문제는 평화체제 건설의 문제로 연결될 수도 있는 것이다. 수고롭지만 기후위기에 대한 기존의 담론들을 꼼꼼히 뜯어보면서 새로운 연대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실천의 길을 찾아가는 작업이 필요하다.”
(백영경 “기후위기 해결, 어디에서 시작할까” 창작과비평 187호 (2020년 봄호)

“통일에 대한 다른 상상도 필요해요. 저는 통일을 국경을 허문다는 개념이지 국가 공동체의 합체라고 이해하지 않습니다. 2050년이면 경작지들이 없어지는데, 식량 안보를 지키며 살려면 통일해야 합니다. 에너지분권부터 식량위기, 기후위기 대응까지 남북이 협력해야 해요. 그런 측면에서 북한도 우리 나라도 지방도시들 간의 에너지 교환이 스마트하게 이뤄져야 하고. 북한은 도시 기반 자체가 상하수도 기반이 부족해서 홍수에 취약한데, 그런 부분에 대해 북한도 녹색기후자금 등으로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에요. 기후위기 대응 측면에서 이웃공동체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전면에 더 드러나야 합니다.” (고은영) 


식량난, 에너지난, 식수난이 가중화될 기후위기 시대에는 ‘안보'가 곧 ‘식량안보'를 의미하게 될 날이 머지 않았다. “기후위기가 폭동, 전쟁, 난민으로 이어지는 안보위기의 악순환을 가속”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이런 미래를 앞두고, 어떻게하면 남북한이 정치체제의 차이를 뛰어넘어 기후위기라는 지구적 위협 앞에 생존을 위해 서로 협력해야할 인류공동체임을 깨달을 수 있을까? 김혜미 활동가가 짚었던, 국민연금 기금 투자를 이웃 공동체와의 기후위기 대응 협력을 위한 물꼬를 트는 수단으로 삼을 수는 없을까? 비행기 탑승으로 인한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최소한 대륙으로 연결된 유럽까지는 육로 이동이 가능해야하지 않을까? 한편 통일과정에서 기본소득이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제 기후위기라는 요소를 상수로 둔 새로운 제안과 평화에 대한 상상이 필요한 시점이다.


(5) 급진적 미래를 상상하고, 새로운 문명을 만들 시간


이 글을 쓰고 있는 2020년 3월 1일 현재, 한국은 코로나19에 맞서 유례없는 국가적/국민적 대응에 애쓰고 있다. 기후위기는 공장을 멈추지 못했지만 바이러스는 공장을 멈췄고 중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25% 줄었다고 관측됐다. 홍콩은 일시적인 재난 수당을 지급했고(최근의 국가폭력에 대한 비난을 잠재우려는 꼼수라는 비난이 거세다), 국내에서도 “재난 기본소득”을 지급하자는 제안이 등장했다. 이번 감염병 사태는 앞으로 기후위기로 인한 재해와 재난이 일상화될 사회의 시작에 불과하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많다. 동시에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노력하는 행위 자체도 달라질 일상을 함께 구성할 것이다. 뒤늦게 추경예산을 편성하여 재난으로 발생한 공백을 메우기 전에, 매해 ‘탄소예산’에 입각해 예산을 짜고, 그 안에는 시민들이 서로 연대하며 의연하게 기후위기에 대응해 변화로 인한 충격을 견딜 수 있도록 기본소득을 포함해야 한다.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 위해 비행기는 착륙을 거부 당하고, 사람들은 여행을 취소한다. 세계화 시대, 위험의 지구화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와중에 관계성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먹거리부터, 에너지까지 생산과 소비로 이루어진 가장 기본적인 삶의 기반을 다시 로컬에 뿌리내리면서, 문제해결을 위한 연결은 어떻게 지속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남는다. 


기본소득과 기후위기를 교차시켜본 이번 탐구는 다양한 시간들 속에서 나를 돌아보고, 서로 대화하며 배우고, 지구를 생각하는 시간이었다. 기본소득 운동도 기후정의 운동도 결국엔 ‘시간'을 되찾고자 하는 운동이다. 생명을 위한 정치가 부재한 현재의 시간, 인간의 것만이 아닌 지구에서 계속 살아갈 존재들의 미래의 시간. 나를 돌보고, 서로를 돌보고, 지구를 돌볼 수 있는 시간. 급진적 미래를 상상하는 시간. 소중한 삶의 시간. 앞으로도 아이디어만으로서가 아닌, 통장에 실재하는 기본소득을 위한 고민을 이어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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