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나의 아이들에게 강력히 추천하는 삶의 과정

by 당신의우주

"너 그때 사귀던 여자 아직도 만나?"

"누구 얘기하는 거지? 아~ 그때? 벌써 헤어지자고 했지! "

"맞아~우리 나이에는 아니다 싶으면 바로 정리하는 게 맞아. 난 너무 오래 사귀고 있나 봐~"


커피를 주문하려고 줄을 서 있는데 뒤에 30대 청년 둘이 이야기를 하는데,

나도 저런 시기가 있었지 하는 마음에 대화에 귀 기울이게 된다.

카페 옆 자리에서는 어색한 남녀가 소개팅 중이다.

남자는 몸을 기울이고 부드럽게 이야기를 이어가는데 여자는 좀 도도하게 허리를 곧게 펴고 경직된 표정으로 남자의 말을 듣고 있다.


머리를 식히러 혼자 식당에 가서 밥을 먹는데

앞 테이블에 5명 친구들이 모여 앉아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연애와 결혼이야기를 하고 있다.

한쪽 테이블에서는 청첩장을 돌리며 결혼 준비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대학을 다니는 것 같은 남학생 셋이 취업 준비 등 이런저런 일상이야기를 하고 있다.

괜히 관심과 시선이 가고 예쁘게 보인다.


나도 자식을 키우는 사람이기 때문에 우리 아이들이 겪어나갈 시간들을 생각해보곤 한다.

방황하고 갈등하고 고민하고 결정하고 선택하는 수많은 나날들을 안전하게 잘 거쳐나가서

어느 삶의 시점에 안정되게 정착할 것이다.

기분 좋고 따뜻한 우정을 쌓아가길, 아름다운 사랑을 하길,

상처를 덜 받길, 받아도 얼른 회복하길,

그 과정에서 좋은 선택을 하고 행복하길 모두 꽃길을 걷길 하는 마음으로 응원을 보내주고 싶다.


비혼주의, 딩크족, 저출산, 1인 가구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 형태가 생겨나고 있다.

그래서인지 결혼이라는 제도도 이제는 수많은 선택지 중에 하나인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전통적 관념의 결혼이란 개인주의가 보편화되고 있는 사회에서 한 개인을 구속하고 자유의 기회를 포기하는 것처럼 느끼는 사람도 있다. 특히 한국사회에서는 결혼을 하면 집안이 얽혀 시댁 및 처가라는 집단이 갑자기 내 인생에 툭 튀어나와 무수한 관습과 의무, 뜬금없는 위계질서를 만들어서 허용하지 않은 선을 함부로 넘어 불쾌한 상황을 만드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한 개인의 자유와 권리에 대해 체계적인 교육을 받고 높은 수준의 존중과 자존감, 풍요의 시대를 살아왔던 나를 포함한 젊은 세대들은 결혼 후에 맞닥뜨리는 몇몇의 상황들이 상식밖의 일처럼 느껴져서 불편한 감정을 느낄 수밖에 없다. 부부간에는 싸울 일이 없는 일상인데 이해할 수 없으면서 일방적인 가족 문제가 얽히면서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이 것은 세대와 문화차이 일 수도 있고, 시대가 급격하게 바뀌어서 구성원들 모두가 적응을 못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명절 연휴이면 공항에 해외여행객이 몰린다. 연휴 때면 늘 푹 쉬면서 재충전하고 여행을 다닌 사람이 단지 결혼을 했다는 이유로 양가에 방문해 하룻밤을 자며 종일 요리를 돕고 설거지하고 손님맞이하는 걸 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왜 꼭 거한 한식 상차림을 집에서 만들어야 하는 걸까? 가족들이 다 함께 모여 간단히 외식을 하고, 후식을 테이크아웃해 와서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의 소식을 전하고,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면 서로 부담이 덜하지 않을까? 한국식 명절 보내기는 준비하는 사람도, 그걸 손 놓고 지켜보는 사람도 불편한 상황을 연출한다. 얼굴을 마주 보고 다 같이 모여 여유 있게 이야기할 새도 없다. 여자들은 내내 부엌에 있고, 남자들과 아이들은 내내 TV를 보고 있다. 이럴 거면 시간을 들여 왜 모였는지 모르겠다.


연애하는 것도 참 어려운 시대다. 주입식 교육을 받고 내내 학교에서 공부하던 학생들이 대학생이 되고, 대학생활 내내 더 어려워진 공부와 취업준비로 연애는 또 뒷전으로 밀려난다.

캠퍼스를 벗어나 사회로 가면 사람을 만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일이 많기도 하지만, 직장에 들어가면 또 경쟁의 시작이다. 끊임없는 자기 계발에, 미래를 준비하느라 몰두한다.

주말에는 지쳐서 집에만 있고 싶다. 주중에는 야근하느라 시간이 없다.

주변에서 사람을 찾아보려고 해도 괜찮은 사람이 없고 만나자고 하기도 사회적인 관계가 틀어질까 봐 그것도 어렵다. 운동하러도 다녀보고, 취미활동도 하고, 그룹스터디 모임에도 나가보고, 심지어 종교모임에도 나가본다.

괜히 혼자 여행을 떠나도 보고, 우연한 만남을 기대해 봐도, 다시 혼자다. 소개팅이라도 열심히 해야 하는데, 다들 자기 살기 바빠서 찾아봐줄 여유가 없기도 하고, 주변에 소개해 줄 만한 사람이 정말로 없기도 하다.

소개팅을 나가도 썩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다. 마음에 들어 연애를 해봐도 30대가 넘어가면 순수하게 사귀는 것과 진지하게 미래를 생각하는 것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며 연애를 하게 된다. 짧게 연애하기도, 길게 연애하기도, 진심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게 된다. 아무래도 학창 시절처럼 주변에 사람이 많았던 대학생 때 친구 잘 사귀어서 커리어고 뭐고 그냥 일찍 결혼이나 할 걸 그랬다는 마음도 든다.


그러다 결혼을 하게 될 사람을 만났다. 그런데 결혼준비 과정도 쉽지 않다.

사회적 맥락을 고려해야 하고, 보이는 것들도 신경 써야 한다.

부모님께 인사드리며 부모님께서 마음에 드시는지도 살펴야 한다. 스튜디오 앨범 촬영, 예식장 예약, 드레스 투어, 예물, 예단, 답례품 등 각종 선택해야 할 것들이 패키지로 따라온다. 청첩장을 정성껏 접고, 청첩장 모임까지 하며 신경 쓸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선택에 따른 비용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단 한 번뿐인 인생 행사이니 아쉬움 없이 하고 싶다. 그때는 심각한 고민을 하고 의미를 부여하며 선택하던 것들이 시간이 지나 결혼의 현실문제를 닥치는 대로 해결하며 살다 보니 잘 생각이 나지도 않는데 말이다. 물론 그렇게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지금 아쉬움 없는 추억으로 남아있는 지도 모르겠다.


결혼을 해도 임신 출산 육아를 거치며 행복이 깃드는 만큼 몸과 마음도 함께 축난다.

함께 있어도 외로울 때가 많다. 다른 행성에서 수십 년을 살다가 온 다른 사람이 만나서 24시간 붙어있으려니, 장점도 보이고 단점도 보이고, 내 마음을 몰라줘서 섭섭하고, 정말 공감과 소통이 안 되는 상황이 무수히 벌어진다.

결혼 후 3년이 고비라는데 정말로 그렇다는 것을 실감한다. 싸우기도 많이 싸우지만, 또 왜 싸웠는지 그 본질을 며칠 만에 잊어버린다. 같은 공간에 있어도 대화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얼굴 마주 볼 일이 없는 나날들도 있다.

생각과 가치관 차이를 직장 회의하듯 이성적으로 좁혀갔으면 좋겠는데 막상 테이블에 앉으면 감정적으로 변해서 날 선 말들과 비판과 비난이 난무하는 검투사의 경기장처럼 변한다. 이겼다고 생각하는데 나 역시 피를 흘리고 있다. 서로 상처만 남는 싸움이다.


그렇게 비슷하고 반복되는 것 같은 일상이 흘러가고 결혼생활이 계속된다. 이제 결혼한 남녀라기보다는 서로가 핏줄과 같은 가족이 된다. 아이들이 생기면서 그런 느낌은 더 공고해진다. 삶을 함께 설계하고 같은 곳을 바라보며 천천히 한 걸음씩 걸어가는 느낌이다. 어느새 뒤돌아보니 내가 서있던 육지에서 너무나도 멀리 떨어져 와서 이전의 삶이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여러 가지 어려움들이 있지만 나의 아이들에게는 결혼을 꼭 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인간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거칠고 험한 세상에서 내가 속한 가족이란 이름의 공고한 공동체가 있다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그것은 부모와 형제와의 관계와는 다른 차원의 공동체이다. 내가 직접 만든 공동체이며, 결혼 후에는 부모와 형제관계보다 법적으로도 우선시 되는 관계를 만드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선택에 있어서 마음 한쪽에는 부모와 형제가 걸리더라도 내 가정을 우선적으로 위하고 고려한 결정을 하게 된다.

결혼을 하고, 혼인신고를 한다는 것은 서로의 삶을 공식적으로 책임을 진다는 의미이며 책임을 지지 않을 경우는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 내가 투자한 시간과 노력이 국가와 법의 보호를 받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공식적인 측면을 차치하더라도 나의 가족이 있다는 것은 다양한 인간관계에 휘둘리지 않고 중심을 가질 수 있는 힘이 된다. 땅이 있기에 날고 있어도 자유롭다. 가족이 있어 여러 가지 책임이 있고 구속되어 있는 것 같지만 돌아갈 수 있는 집이 있기에 내가 어느 곳을 가서 어떤 관계를 맺든 안정되고 편하고 나다운 모습으로 더 자유로운 관계를 맺을 수 있다. 바깥세상에서 마음이 상하는 일이 있더라도, 나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집에 있기에 그런 일들이 상관없어지는 경우도 많다.


또한 결혼은 기업 간의 인수합병이나 마찬가지여서 하나로 합친 뒤 새로운 기업을 경영하는 것 같은 과정에서 나 또한 싱글 때에 비해서 더욱 성숙해지고 삶을 바라보는 차원이 달라지게 된다. 그래서 결국 삶의 다른 분야에서도 이해의 폭이 넓어지게 된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고, 모든 일에는 양면성이 있듯이, 결혼이라는 삶의 과정에서도 하나의 멋진 장면을 얻기 위해서 무수한 노력이 필요하다. SNS에 올릴만한 예쁜 가족 외출사진을 한 장 찍기까지, 내가 사라지는 것 같은 무수한 시간들을 통과해 왔는지, 외줄 타기 하듯 균형을 유지하려 애쓰며 결혼 생활을 유지하는 수많은 사람들은 그 마음을 이해할 것이다.

그 애쓰는 시간들 끝에 무수한 주말, 공휴일, 휴가, 퇴근 후, 서로 곁에 있어 주고 함께 밥을 먹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그런 행복을 만날 수 있다.

나도 부모가 있기에 배우자의 부모도 소중한 존재이고, 그렇기에 다소 가족 간 문화가 다르더라도 맞춰준다. 갈등이 있더라도 어느새 일상에 깃든 그 사람의 장점을 보며 우리는 한 사람의 특징과 그가 창조해 나가는 세계를 이해해 나가게 된다. 그 사람도 나의 장점과 단점이 가득 섞인 무지개 빛깔의 우주를 이해해 주고 견디고 있듯이 말이다. 그렇게 공감하고 노력하면서 서로의 마음을 얻고 상대의 역린은 건드리지 않고 조율해 가면서 우리는 더욱 단단한 가족이 된다.


그리고 누군가와 함께 삶의 커다란 그림을 함께 그려나간다는 것은 힘이 되는 일이다.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고 싶고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는 것, 때로는 내가 손해 보고 힘들더라도 그 사람을 위해주는 것, 기대고 싶을 때 잡을 수 있는 따뜻한 손이 있다는 것, 치고받고 치열하게 바닥을 보이면서 전쟁을 하면서도 누구보다 빨리 나의 문제에 함께 해주는 사람, 남은 생애를 함께 걷고 싶은 사람이 생긴다는 것은 사실 확률적으로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나 혼자 미래의 계획을 세우고 목표와 꿈을 향해 걸어간다는 것은 커다란 대의가 아닌 이상 꾸준히 지속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가족이 힘이 되어 더 전투력을 불태워 일에 몰두하게 되고, 가족이 더 잘 살아갈 수 있는 사회로 만들기 위해 사회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 수도 있게 된다. 더 많은 부와 풍요로움을 창출하기 위해 더 열심히 돈을 벌고 싶어지고, 능력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게 되기도 한다.

그리고 가족이 있기에 가족을 위해서 더 행동을 조심하고 함부로 살지 않고 삶에 진지한 태도로 임하게 될 수도 있다.


복잡하고 때로는 무수한 고민을 안겨주는 결혼생활이지만, 장점도 많은 삶의 형태, 이 또 다른 세상을 내 아이들이 경험하고 각자에게 맞는 답을 찾아가면서 평범하면서도 평온한 일상을 살아가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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