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 문이 닫히면 반드시 다른 쪽 문이 열린다
2월을 마무리하는 날이 되니 새로운 시작이라는 사실에 설레기도 한다. 졸업식을 마치니 이제 입학식이고, 너무도 춥고 모든 것을 웅크리게 만들었던 겨울은 가고 따뜻한 봄이 온다는 생각에 몸과 마음이 가벼워진다. 새롭게 마음을 다지고 싶고, 머리도 다듬어 기분전환도 하고 싶다. 집청소도 하고 새로운 책도 꺼내어 읽어보고, 다이어리를 꺼내 계획도 세워본다. 왠지 새해를 다시 맞이하는 것 같다. 모든 일의 끝에는 시작이 있다.
지금 돌아보면 분명히 보인다. 연애를 마무리하고 나서 너무 힘들거나 방황해서는 안된다. 물론 지나간 시간들에 대해 추억하는 시간을 갖고 마음을 쓰는 것이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자연스러운 심리이겠지만, 일상을 흔들 정도가 돼서는 안된다는 이야기이다. 수많은 사랑과 이별 노래를 들으며 울적해하고 있을 시간이 없다. 마음을 굳게 먹고 빠르게 감정을 정리하고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의미가 있으니' 자신의 삶을 열심히 살고 계속 나아가야 한다. 그렇게 할 때 'the one, ' 단 한 사람, 인생을 함께 할 그 사람에 가까워진다.
사실은 호르몬의 지배를 받는 우리: 호르몬의 작용 역이용하기
연애를 시작하면 온 세상이 밝고 아름답게 보인다. 긍정적인 에너지가 샘솟고 기분도 좋아진다. 출근하는 것도 신나고 대인관계에 자신감이 붙는다. 사랑하고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에 자존감도 더 올라간다. 이 모든 기분은 연애 초기에 도파민이라는 호르몬을 내보내는 뇌의 보상 작용 때문에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인간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이다. 원시시대부터 진화하면서 우리의 DNA에는 공동체 안에 속해서 생존하라는 정보가 새겨져 있다. '누군가와 함께 한다'는 생존에 유리한 행동을 할 때 뇌는 칭찬을 하기 위해 도파민이나 옥시토신과 같은 호르몬을 분비한다. 그래서 현대 사회에서도 결혼은 선택이지만 연애나 사랑은 계속하게 되는 이유이다.
정열적인 사랑의 유효기간은 길어야 2년이고, 짧든 길든 연애를 종료하면 호르몬의 보상 작용도 끝난다. 그렇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거나 우울하고, 세상에 혼자 남겨진 것처럼, 앞으로 영원히 솔로로 남을 것처럼 불안하기도 한 것이다.
그러니 이 호르몬의 작용을 역이용해서 이 구간을 넘어가는 것도 좋다. 나의 경우 한 연애의 끝에 일부러 미드 '프리즌 브레이크' 시청을 시작했다. 이 미드는 다음 에피소드를 계속 이어서 보지 않으면 잠을 잘 수 없도록 스토리가 탄탄하고 엄청난 중독성이 있기 때문에 몇 주만에 다 볼 수 있었다. 위험한 중독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면 좋아하는 드라마나 예능을 시청하며 너무 우울한 감상에 빠지는 것을 방지하고 기분을 전환하며 빠르게 힘든 구간을 빠져나올 수 있다.
또한 나를 사랑하고 아껴주는 사람들 안에서 안정감을 찾을 수도 있다. 가족과 여행을 가거나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도 좋다. 취미와 관련된 공동체 활동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중요한 것은 이 관계 안에서 지나간 연애에 대한 상담이나 기분을 토로하기보다는 솔로가 되었음을 가볍게 알리고 현재와 미래에 집중하는 이야기만 하는 것이다. 고민 얘기만 하다가는 또 기분을 극복하지 못하고 지난 연인에게 뜬금없이 연락하거나 나중에 떠올렸을 때 이불속에서 하이킥 할만한 흑역사를 만들게 될 것이다.
오답노트 만들고 복기하기
이왕 우울해하는 구간에 놓여있는 상황이라면 그 시간에 지난 연애에 대해 성찰하는 시간을 가져본다. 무엇이 좋았고, 내가 어떤 점을 잘했고 아쉬운지, 상대방의 장점과 단점이 뭐였는지, 나와 잘 맞는 부분과 맞지 않는 부분이 뭐였는지, 헤어지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무엇인지, 어떤 서운한 점이 누적되었던 건지 등을 정리해 본다. 또한 나에게도 잘못이 있을 수 있다. 직면하기 싫다고 해서 회피하지 말고 그러한 성향이나 성격을 개선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런 반성의 시간을 갖지 않고 같은 스타일의 연애만 반복한다면 다음에도 같은 이유로 끝을 보게 된다.
이렇게 연애에서도 메타인지를 돌리는 게 정말 중요하다. 이렇게 하면서 사람을 보는 안목이 생기고 나의 이상형, 나와 잘 어울리는 사람의 구체적인 모습을 그려갈 수 있고 결국엔 그런 사람을 만날 수 있게 된다. 실수하고, 실패하고, 시행착오를 겪고, 그 과정에서 성장할 수 있다.
특히 연애하는 동안 내가 나를 소중히 여기고 내 삶을 지켜냈는지를 꼼꼼하게 확인해봐야 한다. 세상에 어떤 사람도 나 자신보다 소중한 사람은 없다. 나 스스로를 아껴주었는지, 그 사람이 나를 귀하게 대했는지 돌아본다. 나 자신과 가장 친한 친구가 되고 사랑할 때, 다른 사람과의 관계형성도 잘할 수 있다.
나의 일상을 계속할 루틴 만들기
위기의 상황에 놓여있을수록 자신의 일상적인 루틴을 지속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김밥 파는 CEO> 저자 김승호 회장도 사업이 망했을 때 가장 먼저 했던 것은 다음 날 일어나서 무작정 걷기였다. 우울하고 힘들 때 폭식하거나 식음을 전폐해서 건강을 놓아버리고,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돈을 방탕하게 막 써버리는 등 정상적인 궤도를 일탈할 때 우리는 더욱 평범한 삶으로 복귀하기 어려워진다.
소방 대피 훈련을 평소에 하듯이 미리 나만의 일상 루틴을 정리해 놓고 어려운 상황이 닥쳤을 때 억지로라도 실천해 본다. 물론 몸을 일으켜하는 것이 쉽지 않다. 정말 힘들 때는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잠시 쉬어가며 삼시 세끼 밥만 잘 챙겨 먹는 것도 잘하는 것이다. 그러나 너무 오랫동안 그렇게 있다 보면 사람이 피폐해진다. 평소 정해뒀던 루틴을 기계적으로라도, 단 10분씩만이라도 조금씩 해가며 그 양을 늘려간다.
아침에 늦게 일어나지 않고 정해진 시간대에 기상하고, 독서, 운동, 명상, 하루 일정 확인 등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주말에는 집에만 있지 않고 무조건 밖으로 나가기 위해 장소의 목록을 정해 본다. 도서관, 전시회, 카페 등 시야를 트이게 하고 내가 좋아할 만한 장소를 선택한다. 직업과 관련된 경력을 발전시키기 위해 공부를 하는 것도 좋다. 나의 현재 삶에 정신없이 몰입할 때, 과거에 몰두하는 일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항상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를 생각한다.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무기력한 때에도 잘 살펴보면 반드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발견할 수 있다. 그 작고 사소하고 별로인 것 같은 일이 나를 일으킬 수 있는 시작점이 된다.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열 가지를 적어서 하나씩 실천해 보는 것도 좋다. 막상 적어보면 크게 돈 드는 일이 많지 않다. 행복한 순간은 늘 가까이에 있고 쉽게 만들 수 있다. 의도적으로 행복을 일상 곳곳에 배치해서, 자신을 다독이고 힘내라고 어루만져준다. 내가 나의 삶을 일으키는 가장 든든한 응원군 이어야 한다.
열린 마음을 갖고 자세히 들여다보기
이렇게 밝고 건강하며 긍정적인 에너지로 삶을 채우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현재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한 걸음씩, 다섯 살짜리 아이가 줄 긋기 연습을 하듯 점과 점 사이 선을 이어간다는 느낌으로 천천히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것이다. 과거와 미래는 생각하지 말고, 오늘 할 일만 집중해서 해낸다면 가능하다.
영화 <어바웃타임>에서도 주인공은 지금 이 순간의 진정한 행복을 알게 되며 더 이상 시간여행을 통해 과거로 돌아갈 필요가 없게 된다. 바쁘고 쉽게 피로해지는 일상에서 주변을 돌아보고 따뜻한 시선과 공감, 위로를 건네는 것이 하루를 더 풍요롭게 만든다는 것을 깨닫는다.
연애의 문을 닫은 순간, 과거의 그 사람 외에는 다 눈에 들어오지 않고 더 괜찮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의심과 자기 연민, 일반화의 오류에 빠진다. 우리는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 과거에 겪었던 편견의 잣대를 들이대기도 하고, 미래에 대한 걱정 때문에 시작부터 거부하기도 한다. 하지만 '자세히 봐야 예쁘다'라는 시의 구절이 있다. 우리 역시 잘 살펴보면 스스로 생각했던 것보다 괜찮은 사람임을 발견하는 것처럼, 내 곁의 또 다른 사람도 진짜 괜찮은 사람일 수 있다. 서툴고 어색하지만 그 안에 진실된 모습이 감춰져 있다. 그것을 발견하기 위해 세 번, 다섯 번까지 만나보는 것도 좋다. 다양한 인간관계에서 배우는 노력을 통해 나름의 인생의 빅데이터가 쌓여있다면 직진할 것인지, 멈출 것인지 직감적으로 알 수 있다.
지나간 문을 붙잡고 머물러 있는 것을 빠른 시일 내에 멈추고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다른 문이 열리고 또 다른 시작을 하는 순간 우리는 언제 그랬냐는 듯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 특히 일생의 '그 사람'이라면 더욱 충만하고 성숙한 사랑을 하며 안정된 기쁨을 찾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