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그러움

모든 것은 순환하며 균형을 이룬다

by 당신의우주

누군가에게 활을 쏘려고 활시위를 있는 힘껏 당겼다가 내려놓는다. 손가락이 아프고 팔이 부들부들 떨릴 때까지 잡고 있다가 차마 쏘지는 못한다. 가슴이 부글부글 끓어 속이 터질 것 같지만 심호흡을 하고 이 순간을 가까스로 넘겨본다.

누군가를 향한 미움이나 분노로 마음속으로 한 번쯤은 그래본 적이 있을 것이다. 마음속에서 수만 가지 말들이 떠오르다 넘쳐 혼잣말을 하기도 하고, 말할 사람이 없어 자판을 두드리며 후련하게 쏟아내기도 한다.

사람에 대한 부정적 감정은 화력이 세서 작았던 불씨가 엄청난 위력으로 내 마음 전체와 여러 날들을 덮친다. 초기에 진압하지 않으면 모든 에너지를 다 빼앗아가서 실제로 몸이 아픈 증상까지 나타난다. 그 대상이 아닌 내가 먼저 다치게 된다. 결국 나를 위해서, 내 일상의 평화를 위해서, 공격을 위해 준비했던 날카로운 화살촉과 장전된 총을 거둬들여야 하는 것이다.




천성이 워낙 관대하고 스트레스를 덜 받는 성격이라면 애초에 그런 상황에 대해 신경 쓰지 않고 넘어갈 것이다. 그렇지만 평범한 우리는 일상 속에서 가까운 가족이나 시간을 많이 보내는 직장생활로부터 그런 감정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그런 관계는 화가 난다고 해서 우리가 마음대로 끊어버릴 수도 없기 때문에 감정의 소용돌이가 계속된다면 심적으로 힘든 상황이 자주 벌어질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감정이나 생각을 있는 그대로 쏟아낸다면 발생할 일들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한다.

우선, 내가 할 말이 있다면 상대방도 분명히 나에 대해 할 말이 있다. 나도 완벽한 인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역공을 당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인간은 누구나 비난받는 것을 싫어하고, 자기 합리화를 잘한다. 분명 내가 보기에는 잘못한 것 같은데 상대방은 잘못이 없다고 생각하고 다 이유가 있어서 그런 행동을 한 것이다.

데일 카네기의 '카네기 인간관계론'에서도 같은 맥락의 예시가 나온다.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는 죄수들 중에는 자기 자신을 악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고, 자기 자신을 선량한 일반 시민들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하며 자신을 합리화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주위의 평범한 사람들은 어떨까? 당연히 비판을 받았을 때 나름의 근거를 들며 방어적으로 나오고, 내가 인지하지 못했던 나의 행동에 대해서 꼬투리를 잡고 비난의 소재로 삼을 수도 있다. 더군다나 나의 입장에 대해 사과는커녕 공감의 표현조차 해주지 않는다면 더욱 화가 나는 상황이 될 수 있다.

그다음에 생각해봐야 할 것은 자신의 평판이나 이미지를 관리해야 할 필요도 있다는 것이다. 내가 마음을 그대로 드러냈을 때 시원하긴 하겠지만 그런 모습을 목격한 사람이나 전해 들은 사람에게 나 자신이 어떻게 비칠지 생각해봐야 한다.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지도 없다. 지금 당장은 너무 싫은 사람도 시간이 흐르고 내 마음이 여유가 있을 때, 기분 좋은 맥락에서 함께 한다면 별로 신경 쓰이지 않을 수도 있다. 게다가 그런 사람과 함께 연결되어 있는 사람들이 많다면 더욱 주의해야 한다. 나에 대해 아주 안 좋게 다른 사람들에게 말할 수도 있고, 인생을 길게 놓고 봤을 때 껄끄러운 관계가 되었던 그 사람이 중요한 순간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적을 만들지 않는 것이 중요하고, 할 말이 있지만 하지 않는 것도 전체적인 큰 그림을 봤을 때 나와 내가 지켜야 할 소중한 사람들에게 이로운 결과를 가져온다.




상대방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대신 상황을 대하거나 받아들이는 나의 태도는 수정할 수 있고 내 심신에 유리한 방향으로 전환할 수가 있다. 상황이 닥쳤을 때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대처 방식을 내재화해서 재빨리 빠져나올 필요가 있다.

첫째, 내가 참을 수 없는 단점이 보인다면 그 사람의 장점을 더 많이 생각해 본다.

나도 단점과 장점이 모두 있는 사람이고, 내가 상대방을 견디고 있듯이 상대방도 나의 부족한 면을 견디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이건 감사하기와도 연결이 되는데, 상대방의 좋은 점들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도저히 장점을 찾을 수 없다면 그 사람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서 '나는 저렇게 살지 말아야지'라는 내 삶에 발전적인 방향으로 적용해 볼 수 있기에 감사하다고 생각한다.

둘째, 무시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 사람의 말과 행동이 나를 화가 나게 하더라도 그와 함께 있는 시간을 최대한 빨리 마무리하고 내 삶에 더 이상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상대방이 터무니없는 요구를 해도 내가 실행에 옮기지 않으면 그만이다. 내가 억울하게 손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라면 손해를 보는 만큼 나에게나 자녀에게 훗날 더 큰 복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는 것이다. 더 이상의 피해만 없게 조치를 취한 다음에 말이다. 게다가 많은 경우 내가 직접 손쓰지 않아도 세상이 알아서 그 사람을 처리해 준다. 사람들이 하는 생각은 비슷하고, 자기 꾀에 자기가 넘어갈 수도 있다. 또한 과도한 욕심을 부리는 순간 삶은 그를 끌어내리기 때문이다.

셋째, 화살은 돌고 돌아 내 등 뒤에 꽂히게 되어있다는 것을 기억한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느 정도 선까지만 조치를 취하고 어느 정도 타격을 줬다면 못 이긴 척, 양보하는 척, 물러나야 한다. 내가 완전히 승리했다고 판단이 들 때, 완전히 패배했다는 생각이 든 상대방은 복수할 기회를 노리거나 되갚아주려고 노력할 것이다. 쥐를 쫓을 때도 달아날 구멍을 두고 쫓아야 한다는 말이 있듯이, 상대방을 너무 심하게 몰아붙이면 결국 나도 공격을 당하게 되어있다.

넷째, 상대방의 말과 행동에 좋은 의도가 있다고 생각해 보는 것이다.

결국 나에게 좋은 방향으로 이어진다고 해석을 한다면 마음을 좀 달랠 수 있다. 또한 상대방이 나를 위해서 그런 것이라고 판단을 한다면 상대방에 대해 좀 더 좋은 인상을 갖게 되고, 관계가 개선될 수 있는 가능성도 생기게 된다. 이미 너무 싫은 사람에게 정말 잘 안될 수도 있지만, 조금씩 연습을 해본다. 특히, 내가 여유가 있고 컨디션도 기분도 좋은 상황에서 시도해 보면 가능해지는 경우가 많다.




용서도, 자비도, 너그러움도 나의 일상을 지키고 더 중요한 곳에 에너지를 쓰기 위해서 존재한다. 머릿속에 쏟아지는 복잡하고 수많은 생각들을 견디고 그 순간을 지나간다면 곧이어 내가 사랑하고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들 속에서 어느덧 좋은 생각으로 넘어갈 수 있다. 굳이 내 삶에 불필요한 사람들 때문에 시간을 낭비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설령 내 삶의 소중한 사람들 혹은 그와 연관된 사람들이 가끔은 날 괴롭게 하더라도 그 사람들 덕분에 내가 존재하고 내 일상이 이어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면 속으로 삼키고 넘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활시위를 내려놓게 했던 긍정적이고 선한 마음도 역시 돌고 돌아서 나에게 돌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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