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태양은 또 떠오르니까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는 일상, 그 하루 끝에 순간 멍해질 때가 많다.
마치 급브레이크를 밟은 자동차처럼, 갑자기 하루가 마무리될 때가 그렇다.
두 아이를 재우고 나면 드는 기분이다. 아마 일하는 경우는 퇴근길 그런 느낌이 들 것이다.
머릿속 모터는 관성에 의해 계속 돌아가고 여진이 남아있는 것처럼 흔들흔들 두통이 밀려온다.
그러고 나서 드는 생각은 '난 오늘 대체 뭐 한 거지?'라는 질문이다.
분명 하루를 꽉 채워 살았는데 돌아보면 바쁜 느낌만 있고 뭘 했는지 모르는 경우가 빈번하다.
하루는 긴데 일주일, 한 달은 금방 지나가고 일 년은 절반에 가까이 와있다.
엄청 피곤하기도 하다. 눈앞에 닥친 일을 급하게 처리하느라 바빴다.
열심히 살았는데 완전히 길을 잃은 듯한 느낌이다.
팔 아프게 노를 젓는데 배가 어디로 흘러가는지 모르겠다.
시간을 빽빽하게 사용했는데 통으로 날려 버린 것 같다.
나의 시간들이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다급하게 하루하루 그날 한 일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시간대별로 뭘 했는지 목록을 적는 형태로 말이다.
그렇게 적기 시작하니, 흐르는 강물처럼 손에 잡히지 않고 사라져 버린 듯한 시간들이 구체적이고 단단한 벽돌처럼 하나 둘 견고하게 쌓여가는 느낌이 들었다. 그 벽돌들은 나의 삶을 차곡차곡 완성해 나가는데 필요한 재료가 되는 것 같았다. 어디서 쓰일지 모르겠지만, 하루를 완성해 냈다. 어쨌든 내가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았다는 것이 종이 위에 눈에 보이게 쓰이니 안심하게 된다. 머릿속이 정돈된 느낌을 갖고 잠을 청할 수 있다.
이것이 일기일까? 그렇다고 생각한다. 나는 나의 삶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있다.
이렇게 적다 보니 이제 부분을 나눠서 이것저것 더 추가해서 적기 시작한다.
하루에 한 일, 내일 해야 할 일, 내가 원하는 미래, 상상하는 꿈과 목표, 내 안에서 떠오르는 문장들, 감사하는 마음을 담은 글들, 나에게 주는 격려와 다짐, 앞으로 어떻게 살고 왜 살아가야 하는지 자주 적게 된다.
자판으로 빠르게 쓰는 것에 익숙하다 보니 종이 위에는 생각의 속도가 필기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단어들만 나열하는 경우도 있다. 이 또한 내 삶의 기록이다. 쓰지 않으면 사라질 것 같아 종이 위에 써 내려가며 붙잡고 또 붙잡는다.
그렇게 써 내려가다 보니 시간의 덩어리가 어디로 향해가야 하는지 방향이 조금씩 보인다. 그리고 하루에 조금씩 하나라도 그 방향성에 맞는 행동을 반드시 해야 내가 원하는 미래의 시점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
매일 같이 내가 제대로 하는 것이 없는 것 같아 자괴감에 빠지고, 빠뜨리거나 생각을 깊게 하지 못한 것 같아서 후회하거나 아쉽기도 하는 경우가 많다. 전에는 '그랬어야 했는데'라며 자책을 하거나 그 여파가 며칠을 갔다.
그러나 시간이 너무나 빠르게 흘러가고 해야 할 일들은 쌓여있다. 급하고 중요한 일들이 파도 밀려오듯 쏟아진다. 그럴 때는 내 신체적 정신적 에너지를 아끼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정된 에너지를 최적으로 분배하기 위해 갈등의 요소와 감정 소모를 하는 일들은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에너지를 필요 없는 영역에 낭비하면 안 된다. 특히 과거에 이미 일어난 일들에 얽매인 생각의 소용돌이에 빠지 않도록 주의하게 된다.
특히 굉장히 이상적인 이야기일 수 있겠으나 긍정적이고 좋은 기분을 유지하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잠을 충분히 잘 자고, 식사를 잘 챙겨 먹고, 적절한 시간대에 커피를 마시고, 디저트도 먹는다. 간단한 30분 걷기 운동도 하고, 긍정적인 기운을 북돋아주는 책을 읽거나 유튜브 채널도 틈틈이 듣는다. 부정적 감정을 미리 예방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바닥을 친 기분을 다시 원상 복귀하기 위한 노력이기도 하다.
이 과정에서 깨닫게 된 중요한 점 하나는 그저 나는 오늘 하루 최선을 다해서 살되 그것이 흘러가는 것은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이 내버려 두자는 것이다. 세상의 거대한 흐름은 우리가 어찌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결과가 내가 기대했던 것과 다를 수도 있다. 원래 인생이 전반적으로 내 뜻대로 되지 않듯이 말이다.
오늘 하루가 완전히 엉망이었다고 하더라도 잠을 자고 일어나면 다시 하루가 시작된다.
실수를 했어도 다음번에 잘하면 된다. 그로 인해 어떠한 여파가 있더라도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혹여나 어떤 일로 인해 비난을 받거나 험담이 들리더라도 그 또한 어쩔 수 없다. 다른 사람이 나를 좋게 생각하지 않지 않더라도 그건 그들의 몫이다.
내가 만약 잘못한 것이라면 책임을 져야 한다. 사과도 해야 한다. 그러나 그런 것이 아니라면 펼쳐진 상황을 해결하는 것은 나의 능력 밖의 일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다음 한 걸음을 또 걷는 일뿐이다. 더 나은 걸음을 걸으면 된다. 주저앉아 있지 않고 다시 일어서서 묵묵히 내 할 일을 해나가는 것만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다음에 내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이고,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이지?'에 대한 답을 찾으며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나중에 후회가 없도록, 지금 이 순간 집중해서 나의 능력이 허락하는 한, 열심히 생각하고 기획하고 실천에 옮긴다. 사소한 것 하나라도 정성을 들이고 의미를 부여해 가며 힘과 기운을 모으려고 하기도 한다. 간절한 마음을 담은 이 행동이 꿈에 닿길 바라면서 말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하루는 무수한 점 중 하나가 되고, 그 점을 이어서 어떤 그림이 나올지 모른다.
오늘 하루는 정말 예상치 못한 또 다른 점으로 연결될 수 있다. 마치 선물처럼 말이다.
그래서 그런 순간을 기대하면서 오늘 하루를 완성해 나가는 것이다.
'진인사대천명, ' 내가 좋아하는 말이다. 최선을 다하고 하늘의 명을 기다린다는 것은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을 수 있는 힘과 위로가 된다. 신의 뜻은 인간이 생각하는 영역을 훨씬 뛰어넘기 때문에, 인간의 존재에 대해서나 하루의 끝에 허무함을 느끼지 않게 하고 어둠을 밝히는 빛과 같은 희망을 안겨준다.
반복되는 일상이라 돋보이지 않을 수도 있고 때로는 무기력해지거나 좌절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하루가 분명 무언가 의미가 있음을, 인생 전체를 놓고 봤을 때 선명하게 찍힌 하나의 디딤돌임을 믿고 나아가게 한다.
그래서 오늘도 삶의 곳곳에 씨앗을 열심히 뿌리고 물도 주고 햇빛도 쬐어주면서 싹트고 무럭무럭 자라길 바라는 기대하는 마음으로 조금은 부족하더라도 촘촘하게 열심히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