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

혼자 있어도 소중한 내 삶이니까

by 당신의우주

함께 있어도 외롭다는 말을 결혼하고 나서 좀 실감하게 된 것 같다.

바쁜 일상에 피곤하여 많은 대화가 오고 가지는 않는 것도 그렇고, 각자의 공간에 있으면서 휴대폰이나 컴퓨터만 들여다보게 된다. 분명 육아로 인해 함께 할 시간이 나질 않는다,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막상 아이들이 잠들고 나서 여유 시간이 생겼는데 여전히 거리가 멀게 느껴지면 그 또한 핑계일 수 있겠구나 생각이 든다.

아이들을 등원시키고 나서 잠시 해방감을 느끼다가 혼자 점심을 먹을 때, 아이들의 방해를 받지 않고 편안하게는 먹을 수 있지만 텅 빈 집에서 먹다 보면 점점 입맛이 사라진다. 사진으로 봤을 때 맛있어 보였던 음식을 배달시켜 혼자 먹으면 내가 기대했던 맛이 나지 않는다.

친구에게 연락해 봐도 서로 바쁜 시기를 살아가니 만나기도 어렵다. 관심사와 공감대가 다른 친구들은 보고 싶어도 나의 일상 이야기가 지루할 것 같아 만나자는 이야기도 조심스럽다. 아이들을 하원하고 놀이터에서 다 함께 시끌벅적 놀고 엄마들끼리도 웃으며 이야기하다가 저녁때가 되면 집으로 들어가기에 분주하다. 한편으로는 더 친해져보고 싶지만 일정 거리를 유지하게 되는 학부모 관계다. 마음이 바쁘고 여유가 없기도 하지만 아이들과의 관계도 그렇고 좁은 세상이기 때문에 말과 행동을 조심하게 되니 저절로 소극적이게 된다.

가끔 아이들이 독립하고 난 이후를 생각해 본다. 그때는 정말 내 시간이 많아질 텐데, 어떻게 채워나갈까 그려본다. 자식들에게 심적으로 기대거나 외로움을 달래줄 것을 기대하기는 정말 싫은데 내가 그러고 있을까 봐 걱정도 된다. 인생 후반에도 여전히 내 일상을 즐겁고 만족스러운 활동으로 채워가며, 내 행복은 내가 스스로 만들어가고 싶다. 아이들이나 손자 손녀들이 보고 싶을 때 밖에서 만나서 맛있는 밥 한 끼도 먹고 집에 초대해서 차 한 잔 하는 그런 가벼운 사이로 지내고 싶다. 그 시기가 된 부모님도 똑같이 그런 고민들을 하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시댁과의 관계에서 남편은 역시 남의 편이고 남편의 편밖에 없다는 걸 느낄 때, 친정 식구들 사이에서도 역시나 자신들의 입장만 중요하구나, 내 입장은 고려되지 않는구나 하고 느낄 때, 어찌할 수 없는 무기력한 상황과 복잡한 관계에서 멀리 벗어나고 싶어진다. 이제는 독립한 어른이 되었고, 자녀가 생겼고, 한 가정을 책임지는 사람이 되었으니 예전처럼 속내를 드려내는 치기 어린 행동을 삼가게 된다. 가장 가까웠다고 생각이 드는 부모님이나 가족에게조차 말이다. 그저 마음속에 진심은 묻어두고, 겉으로는 웃으며 대하는 요령만 터득해나가고 있다. 그게 평화로운 일상을 유지하는 것에 도움이 되니까, 어쨌든 물리적으로 거리가 있으니 마음이 잔잔해질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의 여유가 있다. 그렇게 서서히 땅을 다지고 벽을 쌓아 성을 만들고 그 안에서 내가 다치지 않도록 경계하고 보호한다.

책임을 지고 걸어간다는 것도 외로운 순간의 연속이다. 내 인생과 내가 만든 가족을 위해 묵묵히 앞만 보고 나아가야 한다. 여러 가지 선택을 하고 그 결과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그리고 내 말과 행동이 만들어낸 여려 종류의 결과물을 바라보면서, 외롭다는 것을 느낀다. 다양한 관계에서 힘에 부칠 때, 날 이해해 주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될 때, 그렇지만 함부로 행동할 수 없을 때, 어디론가 도망가고 싶어진다. 남이 대신 살아줄 것도 아니고, 내가 알아서 해야 할 것들이 많고, 온전한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나뿐이라는 것을 알고, 다른 사람은 신경도 쓰지 않을 때, 남의 일이니 쉽게 얘기한다고 느낄 때, 어쨌든 인생은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것이구나 하는 것을 다시금 깨닫는다. 오히려 그런 순간, 정신을 차리고 내 할 일에 집중하게 된다. 다른 어느 누구도 해 줄 수 없기에 말이다.




왜 이리 일이 안 풀릴까, 뭐 하나라도 쉬운 게 없다 싶을 때 여기가 내 인생의 바닥인가, 하고 침을 꿀꺽 삼켜본다. 혹시 심해 밑바닥이어서 숨이 안 쉬어지나 싶어서 말이다. 그런데 위로가 되는 것은, 주변의 대부분의 사람들도 한편에서는 외로울 것이라는 사실이다. 외롭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나를 온전히 이해하는 사람은 나 자신뿐이기 때문에 외로운 것 같다. 나의 생각, 느낌, 경험은 다른 사람과 공유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오로지 나만 알고 있다. 다른 사람은 어렴풋이 공감하려고 노력할 뿐이다. 직접 겪지 않으면 알 수 없다. 그래서 외로운 나를 적극적으로 달래고 보듬어 줄 수 있는 사람 또한 나 자신뿐이다. 내가 왜 이런 기분을 느끼는지 가장 잘 알고, 어떻게 해야 이 기분을 극복할 수 있는지도 잘 알고 있다. 잘 모른다면 스스로 찾아내야 한다.

물론 다른 사람이 나를 행복하게 해 줄 수도 있고, 그로 인해 감동을 받기도 한다. 다만, 내가 무언가 행동하는 것이 가장 효과가 좋다. 내가 스스로 몸을 일으켜 움직일 때, 혼자 있어도 마음속 깊은 곳에서 충만한 만족감과 행복이 차오른다.




나의 경우 마음에 먹구름이 껴서 옴짝달싹 못 할 때는 우선 몸의 컨디션을 좋게 하려고 제일 먼저 노력한다. 건강이 안 좋거나, 피곤하거나, 몸살이 났거나 몸이 찌뿌둥하게 느껴진다면 그 이상의 생산적인 활동을 하기가 불가능해진다. 그래서 잠을 충분히 자는 걸 중요하게 여긴다. 잠을 중간에 깨지 않고 푹 자고, 적어도 6시간은 자야 다음 날 정상적인 신체리듬으로 생활하는 것이 가능하다. 아침에 해야 할 일들을 차질 없이 해낼 수 있고, 점심을 먹은 뒤 잠깐 20-30분 정도 쪽잠을 자서 재충전을 한다. 의식적으로 밥을 잘 챙겨 먹으려고 노력하고, 고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몸에서 당기면 먹는다. 햄버거나 김밥, 떡볶이 등 별로 건강에 좋지 않다고 느껴지는 식사라도 먹고 싶을 땐 먹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리고 아침에는 좋아하는 커피를 꼭 마시면서 에너지를 끌어올린다. 예산이 부족할 때는 집에서 커피를 타먹기도 하지만, 평소에는 투자라고 생각하고 맛있는 커피를 사서 마신다. 이로서 커피값의 5배, 6배 해당하는 보이지 않는 가치를 더 효율적으로 만들어낸다고 믿는다. 영양제도 챙겨 먹고, 간단한 체조도 한다.

그리고 그다음에 하는 일은 환기와 집안 청소다. 눈앞의 보이는 환경은 내 마음의 상태와 동기화가 된다. 만약 집안이 많이 어질러져있는 상태라면 내 마음까지 뒤죽박죽 정돈이 안된 느낌이다. 그리고 미세먼지만 최악이 아니라면 온 집안의 창문을 다 열어놓고 환기를 30분 이상 한다. 켜켜이 쌓인 묵은 공기를 밀어내고 새로운 공기를 채워 넣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전환이 된다. 침대에서 충분히 미적대었다면 몸을 끌고라도 나와 청소를 시작한다. 정리하고, 청소기를 밀고, 빨래를 돌리고, 설거지를 한다. 이 과정에서 간단한 생활운동도 되고 깨끗하게 정돈된 공간을 바라보면서 기분이 좋아지니 다음 단계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에너지가 생긴다. 그다음 단계는 운동이다. 거창한 것은 아니다. 일단 걷기만 해 본다. 사실 우울하거나 축축 쳐질 때는 밖으로 나가기도 싫어진다. 그러나 그대로 종일 집안에 있다면 그 기분을 이겨내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그래서 나는 목표를 세우고 짧은 시간이라도 걷고 온다. 빵을 사기, 도서관에 책 반납하러 가기, 병원 다녀오기, 먼 곳까지 커피 사러 가기 등 목표지점을 찍고 오는 것이다. 오며 가며 근처 산책로에 운동하는 사람들도 보고, 일상에 분주한 거리를 보며 왕복하다 보면 어느새 그 활기찬 기운을 얻어오게 된다.

그렇게 신체적인 에너지가 준비가 되면 내면의 에너지를 끌어올릴 때다. 나는 주로 글을 쓰면서 뒤죽박죽 된 머릿속을 정리하고 시작할 수 있는 힘을 채운다. 누군가에게는 털어놓을 수 없는 마음의 이야기들을 종이 위에, 모니터 위에 써 내려가면서 기분이 진정된다. 또한 상황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객관적으로 보게 된다. 하늘 높은 곳에서 조망하는 느낌으로 보면 집착하던 일들이 매우 사소하게 보인다. 큰 흐름이 보이기 때문에 다른 것들도 빨리 처리해야 하는 현실을 자각할 수 있다. 본질에 초점을 둘 수 있는 집중력이 생기고 지혜롭게 대처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도 생긴다. 아마 이건 사람마다 다르고 맞는 방식을 찾아야 하는데, 어떤 사람들은 모임에 나가서 사람들과 이야기를 직접 나누며 힘을 얻기도 할 것이다. 강의를 듣거나 책을 읽으며 에너지를 채울 수도 있다.

몸과 마음의 배터리를 충분히 충전하고 나면 그다음 하는 일은 그 에너지를 기반으로 목표나 꿈과 관련된 생산적인 활동을 하는 것이다. 행동을 하루에 한 가지라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게 정말로 어렵다. 계획은 세울 수 있으나 행동은 미룬다. 완벽한 타이밍을 기다리면서 말이다. 하지만 그런 타이밍은 없다. 그냥 진심을 다해해야 할 행동을 조금씩이라도 하는 것이다. 지금 눈앞에 닥친 일들만 소화하다 보면 성장이나 발전하는 측면에서는 보람을 느끼기가 어렵다. 오전에 나의 성장을 돕는 일에 시간을 2-3시간 정도 의무적으로 배치하는 것이 좋다. 직장에 있다면 오전 중에 해야 할 업무 중 가장 중요한 일을 하면 된다. 수영 등 스포츠나 외국어를 배울 수도 있다. 부동산 투자를 위해 강의를 듣거나 책을 읽어도 좋고, 내 전문분야에 대한 공부를 하거나 콘텐츠를 생산해 낼 수도 있다. 자녀교육을 위한 자료를 수집하거나 교재연구를 해도 좋다. 직업을 구하기 위한 자격증 공부도 좋다. 조건은 일상에서 챗바퀴 돌듯 쳐내는 일들이 아니어야 한다. 그건 오후에 신체리듬이 좀 떨어질 때 1-2시간에 몰아서 해도 된다. 그러면 효율적으로 해내는 방법도 떠오르게 된다.

친절한 태도로 사람들을 대하며 어울린다. 인심도 곳간에서 나온다고, 내가 마음의 여유가 있을 때 친절한 말과 행동도 나오기 마련이다. 그래도 우리는 사회적 동물이기에 외롭다고 영영 고립되어 살아갈 수는 없다. 긍정의 힘을 믿고, 항상 사랑은 악을 이기고, 햇빛이 어둠을 사라지게 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나 같은 경우 쥐어짜도 힘이 없을 때에는 일부러 웃으면서 '정말 긴 하루네요, 아이들이 6시부터 일어나서 엄청난 요구사항들을 다 들어주느라고요'라는 말처럼 나의 상황을 얘기하며 양해를 구하고 대화를 시작한다. 이야기하다 보면 공감대도 형성하고, 상대방의 이야기도 들으며 시야도 넓어진다. 무엇보다 누군가와 가볍고 즐거운 대화를 하면 훨씬 더 기분이 좋아진다.

참고로 이 친절함은 봉사나 공헌, 기부와도 연결된다. 세상에 대한 친절함은 실질적으로도 타인에게 도움을 주지만, 나 스스로를 괜찮은 사람이라고 여기게 만들고 긍정적인 자아상을 형성하는데 도움이 된다. 또한 세상 속에서 내가 좋은 역할을 담당하고 있고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은 외로운 느낌을 덜어준다.

마지막으로, 외로운 감정을 선사한 대상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갖는 것이다. 간단히 말하면 감사하기이다.

감정들은 시간이 지나면 흙탕물 속의 흙처럼 가라앉긴 하지만 완전히 사라지진 않는다. 그럴 때는 더 괴로운데 그때는 그 사람에 대해 감사하는 점을 떠올려본다. 감사는 긍정적인 시각으로 이어지고, 그 사람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지게 된다. 그러면 나에 대한 그 사람의 태도도 좋은 방향으로 바뀐다. 선순환이 일어나서 상황을 개선할 수 있다.




감정에 휘말려 마비되어 아무것도 안 하고 나태하게 가라앉는 것보다, 해야 할 일들을 해내면서 머리에 과부하가 걸리고, 분주하고, 집중하고, 치열하게 살아가는 것이 인간에게는 더 큰 기쁨을 준다. 나 자신을 아마 이러한 일상의 루틴을 평생 발전시키고 업그레이드해나가면서 시시각각 다시 찾아오는 외로움과 함께 살아가는 연습을 해야겠다. 제2의 천성이 될 때까지 말이다. 그 감정은 내가 물리친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니까. 인생 후반에 노년을 살아가면서도 같은 방식으로 삶의 시간들을 소중하게 가꿔나가리라 다짐해 본다. 겉모습은 주름지고 노쇠해지더라도 내 영혼까지 나이가 드는 것은 아닐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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